
‘돌아온 나의 사랑이여’
생생하다. 기괴한듯 아름답고 애절하다. 무엇보다 미묘하다. 섬세한 미장센이 눈을 홀리고, 독특한 세계관을 녹여낸 강렬한 개성은 마음을 뒤흔든다. 센티멘탈 좀비 드라마 ‘언데드 다루는 법’(감독 테아 히비스텐달)다.
할아버지 ‘말러’와 엄마 ‘안나’는 손자이자 아들 ‘엘리아스’를 잃고 상실감에 괴로워한다. ‘데이빗’은 아내 ‘에바’를 교통사고로 잃고 절규한다. 노부인 ‘토라’는 반려자 ‘엘리자베트’의 장례식을 마치고 텅 빈 집에 돌아와 황망하고.
이들의 일상이 슬픔으로 뒤덮힌 가운데 원인 불명의 정전이 오슬로 전역을 덮친다. 그러고는 죽은 이들이 다시 깨어난다. 살아있는 시체들은 사랑하는 가족의 곁으로 돌아가기 시작한다. 무덤에 묻혔던 모습 그대로.
작품은 영화 ‘렛미인’의 동명 원작 ‘렛미인’을 집필한 스웨덴 작가 욘 A. 린드크비스트의 대표작 중 하나인 소설 ‘언데드 다루는 법’을 영화화 했다.
‘렛미인’에서 전통적인 장르 관습을 거스르는 뱀파이어 캐릭터를 탄생시키고, ‘경계선’에서는 북유럽 신화 속 존재였던 트롤을 현대사회로 데려와 색다른 이야기를 펼쳤다면, ‘언데드 다루는 법’은 좀비라는 익숙한 소재를 사용하여 삶과 죽음의 경계, 사랑하는 이를 상실하는 과정과 그 슬픔을 받아들이는 자세에 대해 이야기 한다.
구멍 없는 배우들의 연기는 몰입감을 끌어올리고, 곳곳의 섬세한 장치들이 생생함을 더한다. 기술적인 화려함과 짙은 개성, 덤덤한 스토리텔링이 조화를 이룬다. 덕분에 비현실적인 세계관을 설득력 있게 완성시, 기이하면서도 애절한 매력을 발산한다. 익숙한 맛에 지친 관객들에게 과감하고도 새로운 맛을 선물한다.
1월 22일 개봉.
[ⓒ 매일경제 & mk.co.kr,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