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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24시] 네덜란드 교육 '실용의 가치'

  • 이용익
  • 기사입력:2025.08.18 17:42:06
  • 최종수정:2025-08-18 23:17: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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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덜란드 출장에서 여러 도시를 방문했지만 보지 못한 것이 있다. 학원이다. 네덜란드 학생들은 간혹 음악이나 미술 등에 돈을 쓰긴 하지만 학원을 따로 다니지는 않는다. 한 초등학교 교사는 "추가적인 공부까지는 필요없다. 나도 아들의 동네 축구클럽에 약간의 활동비를 내는 것이 전부"라고 말했다.

그들이 사교육의 필요성을 느끼지 못하는 이유 중 하나는 빠른 진로 결정이다. 네덜란드 학생들은 12세 때 치르는 초등학력평가시험(CITO) 이후 진로를 정한다. 학습 능력이 좋은 일부 아이들은 연구 중심 대학으로 향하는 길을 가고, 나머지는 자신의 적성에 맞춰 기술을 배우곤 한다. 기자가 만난 고등학교 교장은 "자신의 능력과 적성을 빨리 찾고, 그에 맞게 공부하고 일하는 것이 나쁘다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반면 우리 현실은 어떤가. 어려운 경제 상황 속에 사교육비만은 매년 늘어나고 있다. 지난해 한국인들은 사교육에만 29조원 넘게 쓰면서 4년 연속 최대치를 경신했다. 학령 인구가 줄어들고 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증가세는 더욱 가팔라지고 있다고 봐야 할 것이다. 그렇게 학원을 다니며 입시에 몰두하다 보니 본격적인 진로 고민은 성인이 된 이후에나 시작된다.

물론 12세에 진로를 결정하라는 요구는 꽤나 빠르게 느껴지기도 한다. 뒤늦게 공부에 눈을 뜨는 학생도 분명히 존재하니 말이다. 한국 자체가 바로 그런 나라다. 식민지와 전쟁을 거친 한국이 부단한 노력을 통해 오늘날 선진국 대열에 올라설 수 있었던 것처럼, 당장 공부를 못하는 내 아이가 학원을 다니고 재수 삼수를 통해 더 나은 결과물을 낼 수 있을지도 모른다. 분명 한국의 효율적이고 경쟁적인 교육 방식이 우리가 누리는 오늘을 만드는 데 기여한 측면도 있다.

다만 그 지속성에 대해서는 이제 의문을 제기해봐도 좋지 않을까. 모두가 입시에서 성공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그 과정에서 입시 경쟁으로 'N수'가 일상화되는 등 국가적인 차원에서 낭비가 심각하다. 입시와 학벌도 좋지만 적성에 맞춰 실용적인 자격증을 따고, 사회에 기여하며 살아가는 평범한 삶도 긍정할 수 있어야 한다.

[이용익 사회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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