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싸게 산 명품 화장품, 알고보니 ‘맹물’ 짝퉁 화장품

해외 유명 화장품 짝퉁 29억원어치 유통 알고보니 핵심 원료 전혀 없는 ‘맹물’ 정교하게 포장해 유통업자들도 속아

  • 최원석
  • 기사입력:2025.06.19 18:19:24
  • 최종수정:2025.06.19 18:19: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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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 유명 화장품 짝퉁 29억원어치 유통
알고보니 핵심 원료 전혀 없는 ‘맹물’
정교하게 포장해 유통업자들도 속아
특허청 상표특별사법경찰이 현장에서 압수한 해외 유명브랜드 짝퉁 화장품. 핵심 원료가 없는 상품을 정가보다 훨씬 싼 가격에 판매했다. [사진=특허청]
특허청 상표특별사법경찰이 현장에서 압수한 해외 유명브랜드 짝퉁 화장품. 핵심 원료가 없는 상품을 정가보다 훨씬 싼 가격에 판매했다. [사진=특허청]

해외 유명브랜드의 짝퉁 화장품을 정품인 것처럼 속여 유통업자들에게 판매한 일당 4명이 검거됐다. 특허청 상표특별사법경찰은 이들을 상표법을 위반한 혐의로 검찰에 기소의견 송치했다고 19일 밝혔다.

특허청에 따르면 이들은 2023년 4월부터 1년간 SKⅡ, 키엘, 에스티로더 등 해외 유명브랜드의 짝퉁 화장품을 병행수입 제품인 것처럼 속여 8만7000여 점을 국내에 유통한 혐의를 받고 있다. 정품가액으로는 29억 원에 달하는 수량이다.

이들은 유통업자들에게 짝퉁 화장품을 판매해 총 21억 원 상당의 범죄수익을 기록했다. 화장품을 전문적으로 취급하는 유통업자조차 정품과 가품을 구별하기 어려울 만큼 용기, 라벨, 포장 등이 매우 정교하게 제작됐다.

검거된 일당 4명은 해외 영업활동 및 수입 총괄, 서류 작성, 국내 유통 등 서로 역할을 나눠맡아 조직적으로 활동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들은 국내 유통업자 납품에 그치지 않고 홈쇼핑 납품과 해외 수출까지도 시도하려 했으나, 이를 알아챈 특허청 상표경찰이 수사해 검거에 성공했다. 상표경찰은 경기도 일원의 창고에 보관 중이던 짝퉁 화장품 4만여 점을 압수조치했다.

다만 이미 시중에 판매된 화장품이 어디를 통해 누구에게 팔렸는지는 알아낼 수 없는 상황이다.

특허청 관계자는 “유통업자들도 속은 상황이기 때문에 수사대상이 아니고, 구체적으로 소비자들이 어디서 어떻게 샀는지는 알아내기 어렵다”고 했다.

짝퉁 화장품을 화학 분석한 결과, 이들은 유해 성분이 들어있지는 않으나 주요 원료가 기준치에 미달하는 일명 ‘맹물’ 제품인 것으로 드러났다.

피부 미백과 재생 기능이 있는 SKⅡ 에센스의 경우 ‘나이아신아마이드’라는 기능성 원료가 핵심인데, 짝퉁 제품에서는 전혀 검출되지 않았다. 에스티로더 세럼의 짝퉁 제품은 내용량 자체가 표기량(50ml)에 미달되는 경우도 있었다.

이들은 정가의 삼분의 일 수준 가격으로 시중에 유통된 것으로 알려졌다. 유통업자들과 소비자들은 영문도 모른 채 싼 가격에 현혹돼 ‘맹물’ 제품을 산 것이다.

신상곤 특허청 산업재산보호협력국장은 “화장품 등 일상 제품의 정·가품 여부를 일반 소비자가 판별하기는 쉽지 않으므로 가격이 정가보다 낮은 제품을 구매할 때 각별한 주의가 필요하고, 가급적 공식 판매처에서 구매할 것을 권장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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