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칩 워: 16화] 엔비디아 생존 열쇠

엔비디아가 사상 최대 실적을 써 내려가면서 ‘반도체 사이클’이 다시 살아나는 것 아니냐는 전망이 잇따르고 있습니다. 엔비디아는 1분기 매출이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69% 증가한 441억달러를 기록했다고 28일(미국 시각) 밝혔습니다. 전 분기 대비로는 12% 증가한 수치인데요. 영업이익은 187억 달러로 전년 대비 26% 늘었습니다. 사실 엔비디아는 4월 9일 미국 정부로부터 H20의 중국 수출에 대한 라이선스 요구 통보를 받았으며, 이에 따라 45억달러의 재고 및 구매 계약 손실을 반영했습니다. 이에 H20의 1분기 매출은 46억달러에 그쳤고, 25억달러 규모의 추가 매출은 실현하지 못한 상태입니다. 그만큼 중국 수출 통제 충격에도 선전한 대목입니다. 그 비결은 무엇일까요.
젠슨 황 엔비디아 창업자 겸 최고경영자(CEO)는 “사고하고 추론할 수 있는 ‘블랙웰 NVL72 AI 슈퍼컴퓨터’가 본격 생산에 들어갔다”며 “AI 추론 토큰 생성량은 1년 사이 10배 증가했으며, AI 에이전트가 대중화됨에 따라 AI 컴퓨팅 수요는 더욱 가속화될 것”이라고 강조했습니다. 이어 황 CEO는 “세계 각국이 AI를 전기와 인터넷처럼 필수 인프라로 인식하고 있으며, 엔비디아는 이 변혁의 중심에 있다”고 말했는데요. 이는 실적이 증명합니다. 부문별로 살펴보면 이렇습니다.

엔비디아의 데이터센터 부문은 1분기 매출이 전분기 대비 10%, 전년 동기 대비 73% 증가한 391억달러로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습니다. 또 엔비디아는 미국 내 AI 슈퍼컴퓨터 생산을 위한 공장을 짓고 있으며, 사우디아라비아·아랍에미리트·대만 등에서 AI 팩토리 구축 프로젝트도 진행 중입니다.
게임 부문은 전분기 대비 48%, 전년 동기 대비 42% 증가한 38억달러의 매출을 올리며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습니다. 엔비디아는 블랙웰 아키텍처 기반의 지포스 RTX 5070, 5060을 출시했으며, 닌텐도 스위치2에도 엔비디아 칩이 탑재돼 최대 4K 게임 환경을 지원한다고 밝힌바 있습니다.
프로페셔널 시각화 부문은 5억900만달러, 자동차 및 로보틱스 부문은 5억6700만달러의 매출을 각각 기록했습니다. 개인적으로는 자동차 및 로보틱스 부문 매출 증가율이 더 가파라질 것으로 봅니다.
이번에 엔비디아가 제시한 2분기 전망 매출 450억달러인데요. 이는 H20 제품의 추가 수출 제한으로 약 80억달러의 매출 손실이 반영된 수치입니다. GAAP 기준 총이익률은 71.8%, 비GAAP 기준은 72.0%로 예상했으며, 연말까지 중후반대 수익률 달성을 목표로 하고 있습니다. 영업비용은 GAAP 기준 57억달러, 비GAAP 기준 40억달러 전망입니다. 이번 실적 발표는 AI 인프라 중심의 초거대 컴퓨팅 시대를 선도하는 엔비디아의 현재 위치를 재확인하는 신호탄이었습니다.


현재 엔비디아가 직면한 문제는 중국에 대한 수출, 그리고 미국내 AIDC(인공지능 데이터센터) 구축 증가량 정체입니다. 일단 이번 발표에서 중국 수출에 대한 염려는 일정 부분 씻어냈습니다. 엔비디아는 1분기 재고 및 계약 관련 손실로 45억달러의 비용을 반영했지만 수치는 애초 예상보다 10억달러 적은 것으로, 일부 부품을 재사용함으로써 손실을 줄일 수 있었던 것으로 분석됩니다. H20 제품은 1분기에만 46억달러의 매출을 올렸으며, 중국은 전체 매출의 12.5%를 차지했습니다.
현재 엔비디아가 기대하는 것은 중동의 AIDC 구축 붐입니다. 코렛 크레스 엔비디아 최고재무책임자(CFO)는 “중국에서 데이터센터 매출이 감소했다”고 인정하면서도 “중동 지역에서 진행 중인 대규모 프로젝트가 향후 성장 모멘텀을 제공할 수 있다”고 밝혔습니다. 특히 아랍에미리트에서 5기가와트급 AI 인프라를 구축하는 프로젝트가 시작됐으며, 사우디아라비아·대만에서도 유사한 사업이 추진 중입니다. 크레스 CFO는 “수 기가와트 규모의 AI 인프라를 필요로 하는 프로젝트들이 가시권에 들어왔다”고 말했다.
애널리스트인 길 루리아 D.A.데이비드슨은 “2분기 실적 가이던스에서 중국 매출이 제외됐지만, 중국 고객들이 제재 이전에 H20 칩을 선매입하면서 1분기 실적을 끌어올렸다”고 해석했습니다. 일정 부분 착시가 있었다는 진단입니다.

또 일부 전문가들은 엔비디아의 데이터센터 시장이 성숙기에 진입하고 있으며, 향후 무역 정책과 관세 변화가 AI 칩 수요에 부정적 영향을 줄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습니다. 이마케터의 제이콥 본 애널리스트는 “무역 긴장과 관세 변화가 AI 칩 수요에 역풍이 될 수 있다”며 “엔비디아의 지배력이 끝난 것은 아니지만 이를 유지하기 위해선 지정학적, 경제적, 경쟁적 도전 속에서 복잡한 상황을 헤쳐 나가야 한다”고 분석했습니다. 엔비디아는 현재 298억달러 규모의 제품 제조 계약을 확보하고 있으며, 이는 전년 대비 증가했지만 직전 분기보다는 감소했습니다. AI 산업을 선도하는 엔비디아의 향후 실적은 미·중 갈등의 향방과 중동·아시아 시장에서의 확장 속도에 달려 있을 전망입니다.
현재 엔비디아가 가장 큰 기대를 걸고 있는 것은 블랙웰(Blackwell) 아키텍처의 빠른 보급입니다.
블랙웰은 엔비디아 역사상 가장 빠르게 채택되고 있는 아키텍처로, 1분기 데이터센터 컴퓨팅 매출의 약 70%를 차지했습니다. 이는 기존 호퍼(Hopper) 아키텍처에서 블랙웰로의 전환이 빠른 속도로 이뤄지고 있다는 뜻인데요. 특히 이를 기반으로 한 GB200 NVL 시스템은 데이터센터 규모의 워크로드를 소화할 수 있도록 설계된 근본적인 아키텍처 혁신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습니다. 추론 토큰당 비용을 최소화하도록 제작됐고, 복잡한 시스템임에도 불구하고 생산 수율이 개선된 것 역시 긍정적입니다.

반도체 업계에 따르면, 주요 고객사는 현재 주당 평균 1000개의 NVL72 랙(7만2000개 블랙웰 GPU)을 배치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또 2분기에는 이보다 더 많은 수량을 투입할 예정이고요. 예를 들어 마이크로소프트는 이미 수만 개의 블랙웰 GPU를 배치했으며, 향후 수십만 개로 확대할 계획입니다. 아울러 엔비디아는 블랙웰 울트라(Blackwell Ultra)와 GB300 시스템을 주요 클라우드 서비스 제공업체(CSP)들과 함께 샘플링 중입니다.
앞으로 2분 기내에 본격적인 양산 출하에 들어갈 가능성이 큽니다. GB300 시스템은 GB200과 동일한 아키텍처와 폼팩터를 사용해 원활한 전환이 가능한 것이 특징인데요. 특히 B300 GPU는 HBM이 50% 증가돼 FP4 추론 성능이 기존 B200보다 50% 향상됐습니다.
다시 말해, 엔비디아의 실적은 신규 지역의 AIDC 구축과 하이퍼스케일러들의 고성능 AIDC 수요에 맞물려 있다고 볼 수 있습니다. 또 추론형 AI가 속속 나오는 것 역시 호재입니다. 예를 들어 마이크로소프트가 애저를 통해 공급하는 오픈AI의 서비스는 1분기에만 100조 개 이상의 토큰을 처리했으며, 이는 전년 대비 5배 증가한 수치입니다. 이러한 AI는 단계별 문제 해결, 계획 수립, 도구 사용 등이 가능해지며, 단순 응답형 AI에 비해 수백에서 수천 배의 토큰 연산이 요구됩니다.

엔비디아는 GB200 NVL72가 추론형 AI에 최적화된 ‘사고하는 컴퓨터’라며, 호퍼 대비 최대 40배의 속도 및 처리량 향상을 달성했다고 강조한 바 있습니다. 아울러 메타의 라마(Llama) 3.1 등 최신 모델의 추론 처리량은 소프트웨어 최적화를 통해 블랙웰에서 최대 30배 향상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이는 추후 소프트웨어 업데이트를 통해 더 개선될 수 있으며, 호퍼에서도 2년 간 4배의 추론 성능 개선이 있었던 바 있습니다.
현재 가동 중이거나 구축 중인 엔비디아 기반 AI 팩토리는 약 100곳인데요. 이는 전년 대비 두 배 증가한 수준입니다. 각 공장에서 사용하는 GPU 수도 두 배로 늘어났습니다. 주요 구축 지역은 사우디아라비아, 대만, 아랍에미리트 등이며, AT&T, BYD, 캐피털원, 폭스콘, 미디어텍, 텔레노르 등이 주도하고 있습니다. 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CEO)는 “AI는 전기나 인터넷처럼 모든 경제에 필수적인 인프라가 되고 있다”며 “각국은 국가 AI 플랫폼 구축을 위해 경쟁하고 있으며, 이 기반 시설 구축은 아직 초기 단계”라고 말했습니다.
그동안 네이버가 사용한 소버린 AI라는 키워드를 엔비디아가 활용하고 있는 장면입니다. 하지만 엔비디아가 더 큰 고객을 잡으려면 GPT-5와 같은 차세대 생성형 AI 모델이 등장해야 합니다. 현재 AI 학습 모델은 컴퓨팅 파워 부족도 문제지만, 이 세상에 나와 있는 모든 무료 데이터셋을 대다수 학습했다는 것이 문제입니다. 반도체는 이제 컴퓨팅 파워 향상을 위한 기술력 만으로 성장할 수 있는 단계는 서서히 지나는 것 같습니다.
[ⓒ 매일경제 & mk.co.kr,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