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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이상 밀릴 수는 없어”…9조원 쏟아부은 오픈AI, 어떤 기업 인수했나 봤더니

AI 주도권 두고 구글과 한판승부

  • 이덕주
  • 기사입력:2025.05.23 08:29:10
  • 최종수정:2025.05.23 08:29: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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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 주도권 두고 구글과 한판승부

챗GPT를 서비스하는 오픈AI가 아이폰을 디자인한 애플의 전설적 디자이너인 조너선 아이브와 손잡고 인공지능(AI) 전용 기기 개발에 본격적으로 나선다. 구글과의 경쟁에서 뺏긴 AI 주도권을 자체 디바이스 개발로 되찾아오려는 모습이다.

샘 올트먼 오픈AI CEO [사진 = AFP 연합]
샘 올트먼 오픈AI CEO [사진 = AFP 연합]

21일(현지시간) 오픈AI는 자사 웹사이트를 통해 샘 올트먼 최고경영자(CEO)와 조너선 아이브의 공동성명을 올리고 오픈AI가 아이브의 스타트업 ‘아이오(io)’를 인수·합병(M&A)한다고 밝혔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오픈AI가 아이오를 65억달러(약 9조원)에 인수하기로 했으며 이는 오픈AI 역사상 가장 큰 규모의 인수라고 보도했다.

이번 인수를 통해 오픈AI는 하드웨어 엔지니어 55명과 소프트웨어 개발자, 생산 전문가로 구성된 팀을 확보하게 됐다. 오픈AI는 이를 토대로 사내에 AI 기반 기기 개발을 전담하는 부서를 신설하고 관련 기기 개발에 박차를 가할 계획이다.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이날 올트먼 CEO는 메시지를 통해 이번 인수의 의미를 설명했다. 올트먼 CEO는 아이오와 함께 향후 1억대의 ‘AI 컴패니언’을 판매하는 것이 목표라고 밝혔며 이번 인수가 오픈AI에 1조달러의 가치를 추가할 수 있는 잠재력이 있다고 설명했다. 내년 출시를 목표로 하고 있다.

올트먼 CEO와 아이브는 현재 만들고 있는 AI 디바이스에 대해 사용자의 주변 환경과 삶을 완전히 인식할 수 있으며, 주머니에 넣거나 책상에 놓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올트먼 CEO은 이 기기가 “맥북 프로와 아이폰에 이어 책상에 두는 세 번째 핵심 기기가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WSJ는 이 기기가 스마트폰도, 스마트 안경도 아니며, 웨어러블 디바이스도 아니라고 보도했다. 올트먼 CEO는 이를 ‘여러 개의 기기 가족’이라고 언급하면서 여러 디바이스가 나올 것도 암시했다.

오픈AI가 직접 AI 하드웨어 개발에 나선 것은 구글과의 AI 경쟁에서 하드웨어가 없는 불리함을 극복하기 위한 것으로 추정된다.

사진설명

구글은 안드로이드 운영체제(OS)를 기반으로 스마트폰, 태블릿, 웨어러블 등 여러 디바이스 간에 AI를 통합하고 있다. 제미나이가 각 디바이스에서 사용자 데이터를 수집하며 이를 통해 개인화된 AI 비서를 만드는 것이 가능하다.

애플도 아이폰, 맥북 등 자체 생태계 제품에 ‘시리’를 적용해 통합된 AI 비서를 만들 계획을 가지고 있지만, 자체 AI 모델 개발 역량이 따라오지 못하면서 구글처럼 디바이스를 관통하는 통합된 AI를 만들지 못하고 있다.

오픈AI는 지난해 애플의 아이폰에 챗GPT를 탑재하면서 아이폰에 통합되는 것을 계획했지만, 폐쇄적인 애플 정책으로 인해 기대에 미치는 성과를 내지 못했다.

이런 배경에서 직접 개인용 AI 하드웨어 개발에 나선 것으로 보인다.

2022년 11월 챗GPT를 공개하면서 구글에 도전장을 낸 오픈AI는 최근 주요 AI 영역에서 구글에 잇달아 역전을 허용하고 있다. 올해 3월 공개된 제미나이 2.5는 주요 벤치마크 테스트에서 오픈AI의 최신 모델인 o3를 뛰어넘었다. 이달 열린 구글의 연례 개발자 행사 I/O에서 공개된 구글의 동영상 생성형 AI인 비오3는 오픈AI의 소라보다 훨씬 뛰어난 동영상을 생성해낼 뿐만 아니라 영상에 어울리는 음성까지 만들어낸다.

AI 어시스턴트에서는 챗GPT가 구글 제미나이보다 훨씬 많은 사용자를 가지고 있다. 구글 추산에 따르면 올해 3월 기준 챗GPT의 월 사용자는 6억명, 제마나이는 3억5000만명이다. 하지만 구글은 이번 I/O에서 AI가 마치 앞을 보는 것처럼 실시간으로 영상을 인식해 사람과 대화하는 ‘제미나이 라이브’ 등 챗GPT에는 없는 다양한 기능을 업데이트했다고 밝혔다.

모든 AI 모델에서 구글을 앞서던 오픈AI가 구글에 따라잡힌 것은 결국 하드웨어와 데이터에서 불리한 위치에 있기 때문이다. 엔비디아의 그래픽처리장치(GPU)와 마이크로소프트의 데이터센터에 의존하는 오픈AI와 달리 구글은 자체 AI 반도체인 트릴리움(TPU)을 개발하고 직접 데이터센터를 운영하면서 컴퓨팅 자원을 AI 개발에 집중하고 있다.

구글 CEO 순다르 피차이 [사진 = 로이터 연합]
구글 CEO 순다르 피차이 [사진 = 로이터 연합]

학습에 사용하는 데이터에서도 큰 차이가 난다. 구글은 세계 최대 검색 엔진으로 다양한 실시간 데이터를 확보하고 있고, 유튜브를 통해 영상 데이터도 막대한 양을 보유하고 있다. 또한 안드로이드 디바이스를 통해서도 데이터를 계속 수집할 수 있다. 공개된 데이터만을 사용해야 하는 오픈AI가 절대적으로 불리할 수밖에 없다.

21일 순다르 피차이 구글 CEO는 I/O 행사의 일부로 전 세계 기자들과 진행한 간담회에서 “구글은 창업자 시절부터 딥테크를 통해 사람들의 삶을 발전시키고 개선하는 것을 목표로 해왔다”면서 “TPU, 양자컴퓨팅, 웨이오메 대한 장기적인 투자가 이러한 예시”라고 자신감을 표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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