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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 앞에 날파리 떠다니는 듯 비문증 악화땐 망막질환 신호

  • 이병문
  • 기사입력:2025.04.29 16:19:18
  • 최종수정:2025.04.29 16:19: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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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앞에 먼지나 벌레, 실오라기 같은 것이 떠다니는 것처럼 느끼는 경우가 있다. 이는 중장년층에서 흔히 나타나는 '비문증(飛蚊症)'의 증상이다. 비문증은 안구 내부를 채우고 있는 젤리 형태의 투명한 물질인 유리체가 변성되면서 내부에 혼탁이 생길 때 나타난다. 일반적으로 눈에 들어온 빛은 유리체를 통과해 망막에 닿아 상을 비춰준다. 그러나 유리체 속에 탁함이 있으면 그 그림자가 망막에 비쳐 실밥이나 벌레처럼 보이게 된다.

비문증은 크게 생리적인 것과 병이 원인이 되어 발생하는 것이 있다. 생리적인 원인은 주로 50세쯤 증가하기 시작한다. 나이가 들면 유리체는 젤리 모양에서 액상으로 변화하고, 이때 유리체가 수축하면서 탁함이 생긴다. 이 수축으로 유리체가 망막에서 벗겨지는 '후부 유리체 박리'를 일으킬 수 있으며, 이때 갑자기 비문증이 발생하는 경우가 많다.

비문증은 근시가 심한 젊은 층에서도 잘 나타난다. 근시는 각막에서 망막까지 깊이가 길어 망막이 당겨져 벗겨지기 쉽기 때문이다. 비문증은 원인이 생리적인 것이라면 치료할 필요가 없지만 신속하게 치료해야 할 질병도 숨어 있다. 그중 하나가 '망막박리(網膜剝離)'다. 후부 유리체 박리가 일어날 때 유리체가 망막에서 제대로 분리되지 않으면 망막에 구멍이 뚫리는 '망막열공(網膜裂孔)'을 일으킬 수 있다. 이를 방치하면 망막박리의 원인이 된다.

비문증이 갑자기 심해지거나, 시야가 가려지는 느낌이 들거나, 눈앞에 '번쩍이는 빛(광시증)'이 함께 보일 경우에는 '후부 유리체 박리'가 발생했거나 망막열공 또는 망막박리가 진행되고 있다는 신호일 수 있다.

야기 후미히코 도호대 의료센터 사쿠라병원 안과 준교수는 "심한 근시가 있거나 백내장 수술을 받았다면 젊은 나이에도 유리체 수축이 일어나기 쉽다. 이때 비문증이 더 일찍, 혹은 더 심하게 나타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시야의 가장자리에 섬광이 나타나면서 부유물이 늘어났다면 안과 진료를 받아야 한다. 망막박리라면 조기에 발견해 레이저 치료를 시행하면 시력을 지킬 수 있다"고 강조했다.

비문증은 당뇨망막병증, 망막정맥폐쇄증 등 눈 속 출혈을 유발하는 질환과도 연관이 있다. 혈관이 터지면서 유리체에 혈액이 스며들면 비문증 증상이 갑자기 심해질 수 있다. 이성진 순천향대 서울병원 안과 교수는 "고혈압, 당뇨, 고지혈증 등 생활습관병이 있는 사람은 특히 비문증 변화에 민감해야 한다"며 "정기적인 안과 검진과 안저 검사로 위험 신호를 조기에 포착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염증성 안질환도 원인일 수 있다. 아토피 피부염으로 눈을 세게 비비거나, 럭비 등 대면 접촉이 강한 스포츠에서 눈을 강타하는 등 물리적 자극이나 외상도 염증이나 망막박리 위험이 되어 비문증을 일으킨다.

[이병문 의료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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