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번에 발견된 슈퍼지구 'OGLE-2016-BLG-0007Lb'는 지구로부터 약 1만4000광년 떨어져 있고, 질량은 지구의 1.3배다. 모성(행성이 공전하는 중심별)으로부터의 거리는 지구와 태양 사이 거리의 약 10배에 달한다. 지금까지 천문학계가 발견한 슈퍼지구 중 가장 질량이 작고, 모성에서 가장 멀리 떨어져 있다.
이 슈퍼지구가 모성을 한 바퀴 도는 데는 약 40년이 걸린다. 공전 속도가 느리기 때문에 원래 이런 장주기 외계행성은 발견하기 어렵다. 원래 외계행성은 움직이는 속도에서 나오는 신호로 관측하기 때문이다.
연구진은 KMTNet을 이용해 2016년부터 2019년까지 이번 슈퍼지구 외에도 장주기 외계행성 60개를 발견했다. KMTNet은 천문연이 자체 개발해 2015년부터 운영하고 있는 망원경 시스템이다. 칠레, 남아프리카공화국, 호주에 동일한 망원경을 각각 설치해 24시간 밤하늘을 관측할 수 있다.
관측이 어려운 장주기 외계행성을 무더기로 발견한 건 KMTNet의 '미시중력렌즈' 관측 기술 덕분이다. 행성이 모성 앞을 지나갈 때 행성의 중력 때문에 모성의 별빛이 미세하게 휘어지는데 이를 감지해낸다. 이충욱 천문연 외계행성탐사센터장은 "이 정도를 관측할 수 있는 망원경은 사실상 KMTNet이 유일하다"고 말했다. 지금까지 학계에서 미시중력렌즈 방법으로 발견한 외계행성은 약 300개인데, 이 중 227개가 KMTNet의 관측 성과다.
발견한 외계행성을 분석한 결과, 지구형 행성과 목성형 행성이 서로 다른 과정을 거쳐 형성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천문학자들은 지금까지 이들의 형성 경로가 다를 것이라는 이론만 갖고 있었는데, 이번에 처음으로 관측 증거가 확보됐다. 지구형 행성과 목성형 행성의 빈도를 그래프로 그려보니 이들은 각각 비슷한 거리에 몰려 있었다.
지구형 행성이 만들어지는 위치와 목성형 행성이 만들어지는 위치가 서로 다르다는 의미다. 이 센터장은 "만약 이들이 같은 원리로 만들어진다면 행성들이 비슷하게 분포해야 하는데, 실제로는 그래프상에서 각자 따로 모여 있었다"고 설명했다. 이번 연구 결과는 행성별로 만들어지는 원리가 다르다는 점은 확인했지만, 아직 관측 표본이 적어 구체적으로 어떻게 만들어지는지를 알아내지는 못했다.
정연길 천문연 선임연구원은 "이론의 예측대로 지구형 행성과 목성형 행성이 다른 형성 과정을 거쳐 만들어졌음을 관측적으로 입증하고, 특히 우주에 장주기 슈퍼지구가 많다는 것을 확인했다"며 "외계행성은 행성의 형성 및 진화를 이해할 수 있는 중요한 단서가 될 것"이라고 했다.
윤영빈 우주항공청장은 "우리나라가 개발하고 운영 중인 KMTNet의 우수한 성능 덕분에 미시중력렌즈 방법을 통한 외계행성 발견을 선도하고 있다"며 "앞으로도 우리 장비를 활용한 과학적 연구 성과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슈퍼지구
행성은 크게 암석으로 이뤄진 지구형 과 가스로 이뤄진 목성형으로 나뉜다. 지구형 행성은 비교적 작고 가벼워 상대적으로 지구와 환경이 유사하다. 그중에서도 질량이 지구의 1~10배 사이인 행성을 '슈퍼지구'라고 부른다.
[최원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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