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공지능(AI) 시대를 살아가는 비즈니스 리더에게 가장 중요한 역량은 정직성이다."

AI가 불러온 변화의 파도에 올라타기 위해 전 세계 경영대학원(MBA)들이 부지런히 움직이고 있다. MBA 프로그램에 AI 전공을 추가하는 것은 기본이고 다양한 인증 프로그램을 통해 실무형 전문가들을 양성하고 있다.

유럽의 MBA 명문으로 꼽히는 스페인 IESE(나바라대 경영대학원)도 발 빠른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AI가 세간의 관심 밖이던 10년 전부터 AI 이니셔티브를 논의하고 AI 전문가를 교수진으로 영입해 2020년부터 정식 교과목으로 채택했다. 학생들은 AI 툴을 활용해 협상 스킬을 실습하기도 한다. 여타 세계 최상위권 MBA 학교들이 최근에서야 본격적으로 AI를 교과목에 적용한 것과 대비된다.

최근 서울 종로구 모처에서 이치아르 데로스 IESE 부총장을 만나 'AI 시대 비즈니스 리더의 핵심 역량'을 물어봤더니 의외의 답변이 돌아왔다. 그는 전문성, 봉사정신, 진실성 등 3가지를 AI 시대 비즈니스 리더들이 갖춰야 할 핵심 역량으로 꼽았다.

사실 이는 1958년 설립된 IESE의 설립 이념이기도 하다. 데로스 부총장은 "AI 시대에도 변하지 않는, 그리고 오히려 더 중요해지는 역량이라 생각한다"며 이같이 답변했다.

특히 정직함이 AI 시대에 가장 강조된다고 설명했다. 그는 "우리가 주지하듯 AI 모델은 완벽하지 않다. 점점 더 정교해지고는 있지만 여전히 오류와 편향이 있을 수 있고, 때로는 오해를 불러일으킬 수도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특정 업무를 아주 빠르게 처리하고 싶을 때, 그 과정에서 검증을 거치지 않거나 진실성을 담지 않으면 문제가 될 수밖에 없다"고 했다. 이어 "미래 사회는 기계가 모든 것을 운영하는 세상이 될 것이라고 어떤 이들은 상상하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다"며 "여전히 사람이 존재하고, 이 사람들은 AI를 관리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IESE는 편향, 개인정보 보호, 책임 소재 등 AI가 동반하는 윤리적 문제에 대응할 수 있는 리더를 양성하는 데 중점을 둔다"고 강조했다.

윤리와 인간 중심 사고는 IESE의 핵심 교육 철학이다. 데로스 부총장은 "IESE는 '과연 이 결정이 윤리적인가'와 '사람들에게 어떤 영향을 줄 수 있는가' 등 두 질문을 모든 수업에서 공통적으로 학생들에게 던진다"고 설명했다. 그는 "비즈니스 리더는 숫자와 전략만이 아닌, 그 결정의 영향을 받은 사람에 대해 고민하는 자세가 필요하다"며 "비즈니스와 사회를 포괄적으로 바라보는 시각을 기르기 위함"이라고 부연했다.

이런 교육 철학은 IESE의 위상과 가치를 더욱 공고히 하고 있다. IESE는 파이낸셜타임스(FT)가 선정한 2025년 글로벌 MBA 순위에서 세계 3위(유럽 1위)를 차지했는데, 환경·책임·투명경영(ESG) 교육 부문에선 그보다 앞선 2위를 기록했다. 데로스 총장은 "사람들이 지속가능성이라고 하면 탄소 배출이나 친환경을 먼저 떠올리지만, 우리는 훨씬 더 넓은 의미로 접근한다"며 "우린 어떤 결정을 내릴 때 환경에 미치는 영향뿐 아니라 학생들에게 어떤 영향을 줄지, 재정적으로는 지속가능한지 등을 늘 고민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지속가능성은 결국 사람, 더 나아가 인류에게 얼마나 오래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는가에 대한 문제이기 때문"이라고 했다.

IESE는 일반 MBA 과정 외 기업 맞춤형 임원 교육에 특히 강점이 있다. 기업 맞춤형 임원 교육이란 IESE 교수들이 컨설팅 회사처럼 기업이 겪는 문제를 진단하고 해결책을 제시하는 프로그램이다. FT가 임원 교육 부문만 별도로 산정하는 순위에서 IESE는 지난 10년간 6차례 세계 1위를 달성했다. 데로스 부총장은 "IESE의 임원 교육은 단발성에 그치지 않는다. 20년간 파트너십을 유지하고 있는 기업도 있다"고 말했다.

[연규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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