존림 삼성바이오로직스 대표 발표
상장 이후 年평균 40% 성장
5공장 곧 가동...6공장도 준비
ADC 등 전용 생산라인 구축
펩타이드 의약품 생산도 추진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글로벌 제약바이오 업계는 혹한기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어려운 경영 환경 속에서 고군부투하고 있지만, 주가가 급락하고 실적전망도 줄줄이 낮추는 분위기다. 미국 제약업체 모더나는 13일(현지시간) 올해 매출 예상치를 대폭 하향하면서 주가가 16% 넘게 폭락했다. 국내 제약바이오 업계도 지난해 기업공개(IPO)가 무산된 기업이 전년에 비해 60% 이상 늘었다.
14일(현지시간)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 열린 JP모건 헬스케어 컨퍼런스에서 삼성바이오로직스에 전 세계 투자자들의 이목이 집중된 이유다. 이 회사는 전날 2조원이 넘는 위탁생산(CMO) 수주 소식을 알렸으며, 대한민국 제약바이오 업계 최초로 연 매출액 4조원 달성(2024년 기준)이 유력하다.
이날 발표자로 나선 존 림 삼성바이오로직스 대표는 사상 최대 연간 실적과 수주 달성을 주요 성과로 꼽았다. 그는 “지난해 수주금액은 5조원을 돌파했고 이에 따른 창사 이래 누적 수주액도 176억 달러를 넘어섰다”며 “매출액은 전년 대비 15~20% 증가해 상장 당시인 2016년 매출(2946억원)의 약 15배 성장했다”고 설명했다. 이 기간 연평균 성장률(CAGR)은 40%를 웃돈다.
생산능력 확보, 비즈니스 포트폴리오, 지리적 거점 등 ‘3대 축’ 확장 전략이 주효했다고 존 림 대표는 밝혔다. 지속적인 공장 증설과 신규 모달리티(Modality·약물전달기술) 확대를 통한 포트폴리오 다변화, 수주 저변 확대를 위한 신규 지역 진출 등이 적재적소에 맞물리면서 대내외 변수에도 흔들리지 않고 꾸준한 성장을 견인했다는 설명이다.
공격적인 증설은 현재진행형이다. 18만ℓ 규모로 올해 4월 완공을 앞두고 있는 5공장이 가동을 시작하면 삼성바이오로직스는 총 78만4000ℓ 의 생산능력을 확보하게 된다. 이는 글로벌 톱티어 CDMO 업체 론자를 압도하는 세계 1위 규모다. 존림 대표는 “아직 이사회 승인이 남아있지만 2027년 가동을 목표로 6공장 착공도 준비하고 있다”며 “생산 거점은 여전히 인천 송도가 될 것”이라고 전했다.
삼성바이오로직스는 해외 공장 인수 가능성도 열어두고 현지 실사도 진행했지만 재무나 시장성, 시너지 등 내부 기준을 모두 충족한 후보군은 아직까지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존림 대표는 “공장을 투자하면 상각비와 인건비 등 고정비 부담이 크기 때문에 단순히 기술이 유망하다고 해서 바로 공장을 짓기보다는 적절한 시기를 엿보고 있다”고 전했다.
포트폴리오 다변화도 주목할만하다. 2016년 상장 당시 단일 항체의약품 위주였던 삼성바이오로직스의 주력 생산 제품은 이제 다중항체를 비롯해 mRNA(메신저리보핵산) 등 차세대 세포유전자치료제(CGT)로 확대됐다. 올해 2월부터는 항체약물접합체(ADC) 전용 생산시설이 가동에 들어간다. 존림 대표는 “2027년 1분기를 목표로 ADC 완제의약품(DP) 생산 라인을 구축하는 등 포트폴리오를 확대할 것”이라며 “아직까지는 개발 단계에 머물러 있는 AAV(아데노연관바이러스)와 펩타이드 의약품 등의 생산도 추진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특히 삼성바이오로직스는 DP 서비스 경쟁력을 한 단계 끌어올리기 위해 사전충전형 주사기(PFS) 생산설비를 구축할 계획이다. 2027년 10월 최신 설비와 자동화 시설을 갖춘 PFS 마더라인 가동을 목표로 하고 있다. 마더라인 운영으로 경쟁력을 쌓은 후 향후 주요 의약품 시장 수요가 높은 아시아 등 해외로 확장한다는 방침이다.
지역 거점도 확대되고 있다. 삼성바이오로직스는 글로벌 상위 20곳을 넘어 40위권 기업까지 수주 범위를 확장하기 위해 일본 도쿄에도 세일즈 오피스를 열었다. 일본 및 아시아 고객사와의 협력 관계를 더욱 강화하기 위한 취지다. 존림 대표는 “작년 14곳이었던 빅파마 고객사가 지금은 17곳으로 늘었다”며 “글로벌 고객사와의 물리적 거리를 좁히고 신속한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 비즈니스 네트워킹을 강화하고 있다”고 전했다.
한편 삼성바이오로직스의 비약적 성장으로 글로벌 시장에서 K바이오의 위상이 달라졌다는 평가가 나온다. 존림 대표가 기업 발표를 진행한 장소는 JP모건 헬스케어 컨퍼런스 메인 행사장인 ‘그랜드 볼룸’이다. 550여 개 공식 초청 기업 중에서도 선별된 27개 기업만이 발표할 수 있는 무대다. 삼성바이오로직스는 글락소스미스클라인(GSK), 일라이릴리(Eli Lilly), 아스트라제네카(AZ) 등 글로벌 빅파마들과 같은 행사 이틀 차로 배정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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