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현직 교사와의 유착을 통해 시험 문항을 사전 입수했다’는 조정식 관련 의혹이 교육계를 넘어 방송계에도 파장을 일으키고 있다.
수능 강의 플랫폼에서 인기를 끌며 ‘스타 강사’ 반열에 올랐고, ‘티쳐스’를 통해 방송인으로도 활약 중이었기에 그 충격은 더 크다. 무엇보다 일부 정황을 미리 인지했음에도 리스크를 키운 ‘티쳐스’ 제작진에 대한 비난도 연일 커지고 있다. 방송 강행에 대한 재고가 시급해 보인다.
tvN 관계자는 17일 매일경제 스타투데이에 “오는 7월 1일 첫 방송 예정인 ‘어쩌다 어른’ 10주년 특집에 조정식 강사가 출연할 예정이었으나, 내부 사정으로 인해 출연이 취소됐다”고 밝혔다. 이는 교육과 교양을 다루는 포맷 특성상 의혹만으로도 출연은 불가하다는 판단이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지난 13일에도 조정식 등은 채널A 예능 ‘티처스2’ 제작진과 함께 언론 인터뷰에 참석할 예정이었으나, 하루 전 돌연 제작진만 진행하는 것으로 변경됐다. 예상보다 거센 ‘조정식 비판 여론’을 의식해서다.
앞서 경찰청 국가수사본부는 지난 달 17일 학원과 문항 거래를 한 현직 교사 72명을 검찰에 송치했다. 총 126명을 입건해 그 중 100명을 검찰에 송치했고, 사교육업체 법인 3곳과 학원강사 11명도 포함됐다. 그 중 ‘티처스’에 출연 중인 조정식 강사의 이름이 올랐다는 사실이 탐사보도 그룹 ‘셜록’에 의해 알려졌다.

제작진은 인터뷰 당시 “조정식 강사와 (관련 내용을) 얘기한 것은 올 초”라면서 “개인 수사가 아닌 100명의 참고인에 포함됐다는 말이었다. 교육 프로그램이고 배우는 학생이 있으며, 선생님 개인만의 일은 아니라 지켜보고 있다”고 밝혔다. “심각하게 받아들이고 있다”면서도 “사전녹화로 과목이 정해져 있어, 일단 계획된 상태로 방송할 예정”이라며 방송 강행 의지를 내비쳤다.
조정식 측은 해당 의혹에 “검찰에 송치된 모든 혐의에 대해 무혐의가 명백하다고 확신하고 있다”는 공식 입장을 밝혔지만, 일각에서는 ‘티쳐스’가 청소년 교육 관련 내용이 담긴 프로그램이라는 점에서 방송 강행은 신중하지 못한 처사라는 지적도 나온다. 나아가 단순히 출연자 리스크를 넘어, 제작진이 이 사안에 대해 ‘어떻게 대응했는가’를 두고 비판과 실망 반응이 쏟아지고 있다.
실제로 ‘교육 예능’이라는 타이틀을 전면에 걸고 학생을 주인공으로 한 콘텐츠를 만들면서, 정작 방송 제작진 스스로는 ‘공적 감수성’ 없이 사익을 앞세우고 있다는 거센 비판에 직면했다. ‘논란 전까지는 간다’는 식의 안일한 접근으로 방송을 결정, 이는 묵인이나 방관과 다름없다는 지적도 나온다. 여전히 프로그램 내 편집 또는 재동의 여지가 없다는 것도 일을 더 키우고 있다.

‘교육’을 내세운 예능인데 아이러니하게도 제작진의 책임감은 실종된 듯하다. 잠잠해지길 기다리거나, 여론이 악화되면 부랴부랴 대응하는 방식은 더 이상 유효하지 않다. 시청자는 침묵하지 않는다. 프로그램이 전달하려 했던 ‘진심’ 역시 설득력을 잃을 수밖에 없다.
어번 사태는 단순한 스타 강사의 위기가 아니다. 시청자와 공공성을 외면한 방송 제작의 민낯으로도 번질 수 있다. 방송가와 교육계에서는 여러 말들이 나오고 있다.
‘티쳐스’는 성적 향상이란 결과를 클라이맥스로 삼지만, 그보다 더 인상 깊었던 건 학생들의 변화 과정, 그리고 진심을 다해 다가가는 교사들의 모습이었다. 수치로는 담기지 않는 그 순간들이야말로 프로그램의 울림이었고, 시청자들이 ‘티쳐스’를 신뢰한 이유였다. 하지만 정작 그 흐름을 설계하고 책임져야 할 제작진은, 당초 기획 의도를 망각하고 뒷짐을 지고 있는 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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