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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소·수사권 분리, 악마는 디테일에 있다 [사설]

  • 기사입력:2025.06.12 17:34:41
  • 최종수정:2025.06.12 17:34: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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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청을 폐지하고 공소청과 중대범죄수사청, 국가수사위원회를 신설하자는 이른바 '검찰개혁 4법'은 형사사법 체계의 근간을 바꾸는 중대한 제도 개편이다. 김용민 의원 등 더불어민주당 의원 13명이 발의한 이 법안이 국회를 통과하면, 검사는 수사에서 손을 떼고 기소와 공소 유지에만 전념하게 된다. 수사는 경찰청 산하 국가수사본부와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 중대범죄수사청이 맡는다. 수사와 기소를 분리해 권력 남용을 막고, 표적·하명·정치 수사의 가능성을 차단하겠다는 게 법안의 취지다.

그러나 세부 내용을 뜯어보면 우려되는 지점이 적지 않다. 가장 큰 문제는 수사기관 난립이 초래할 혼란이다. 경찰과 공수처, 중대범죄수사청 사이에 관할 다툼과 책임 회피, 업무 중복이 불가피하다. 특히 대형 참사나 고위공직자 비리처럼 정치적으로 민감한 사건에서 어느 기관이 수사를 맡고 책임을 지는지가 불분명하다. 수사가 지연돼 중대 범죄자가 법망을 빠져나갈까 걱정스럽다. 2020년 검찰과 경찰의 수사권 조정만으로 장기미제사건이 2배로 늘어났는데, 이번처럼 제도의 틀을 크게 바꾸면 범죄 수사에 더 큰 차질을 빚을 수 있다.

총리 직속으로 신설될 국가수사위원회 역시 논란의 소지가 있다. 표면적으로는 수사기관 간 갈등을 조정하는 역할이지만, 실제로는 수사 절차와 결과에 대한 적정성과 적법성을 심사하는 권한까지 갖게 된다. 수사기관 간 견제를 도모한다기보다, 사실상 총리가 전국 수사기관을 통제하는 구조로 작동할 가능성이 있다. 검찰개혁 4법이 겉보기에는 검찰의 과도한 권한을 분산하는 것 같지만, 실상은 수사권을 행정부 권력의 직접 통제하에 두는 결과로 이어질 수 있다.

민주당 주장대로 개혁이 필요하다고 해도 방법이 무모해서는 안 된다. 새 제도가 범죄 수사와 국민 권익 보호에 효과를 거둘 수 있을지에 대한 폭넓은 검증과 공론을 거쳐야 한다. '악마는 디테일에 있다'는 말처럼, 검찰 개혁이 효과를 발휘하려면 세부 구조가 정교해야 한다. 개혁의 명분이 타당해도, 수사 혼란과 권력 집중으로 귀결된다면 개악일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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