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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전자 미래먹거리 M&A가 반가운 이유 [사설]

  • 기사입력:2025.05.14 17:30:53
  • 최종수정:2025.05.14 17:30: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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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전자가 유럽 최대 공조기기 업체인 독일 플랙트그룹을 15억유로(약 2조4000억원)에 인수했다. 플랙트 인수는 삼성전자가 2017년 전장·오디오 회사 하만을 인수한 이후 첫 조 단위 인수·합병(M&A)이다. 이재용 회장 사법 리스크가 10년가량 이어지는 바람에 삼성전자는 대형 M&A 같은 공격 경영을 거의 하지 못했다. 소극 경영이 누적되면서 민첩성을 기반으로 하는 삼성 특유의 근성이 희석되고 결국 '삼성 위기론'까지 불러오고 말았다.

최근 삼성전자의 M&A 본능이 되살아나는 듯한 분위기다. 지난해 레인보우로보틱스(로봇), 옥스퍼드시멘틱테크놀로지(AI), 소니오(의료 AI) 등을 인수하거나 지분 투자를 단행한 데 이어 이달 초에는 자회사 하만을 통해 미국 회사 마시오의 오디오 사업부문을 사들였다. 규모와 무관하게 미래성장 산업 중심의 투자라는 점에서 눈길을 끈다. 지난 2월 '부당합병·회계부정 의혹' 2심 무죄 선고가 삼성전자를 과감하게 만들었을 가능성이 있다. 플랙트 인수는 삼성전자가 M&A 워밍업에 들어간 이후 처음 선보인 본격 피칭 사례일 것이다.

삼성전자의 공격 경영은 경기침체기 대응 전략으로도 주목할 만하다. 경기침체기에 연구개발(R&D), 인력, M&A에 투자한 기업이 업계 패자로 부상한 사례는 이루 헤아릴 수 없이 많다. 삼성전자 자신이 산증인이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 인텔과 도시바, 텍사스인스트루먼트(TI) 등은 R&D 투자를 줄였지만 삼성전자는 늘렸다. 그 결과 2008~2011년 사이 삼성전자의 세계 반도체시장 점유율은 42% 상승했다. 현대자동차도 금융위기 국면에서 늘린 R&D 투자에 힘입어 미국 자동차시장 점유율이 2007년 4.7%에서 2011년 8.7%로 급상승했다. 현대차가 세계 톱티어급 자동차 회사가 된 것은 이때 성장에 기반하고 있다.

세계적 경기 하강이 진행되는 지금은 오래전부터 성장 한계 기미를 보여온 한국 기업들이 미래 먹거리로 옮겨 탈 기회다. 지금 투자하는 기업만 승자가 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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