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빵플레이션 우려 커지자…공정위, 설탕담합에 칼뺐다

제당 3사 점유율 90% 육박
공정위 "이달중 조사 마무리"
밀가루·달걀도 불공정 단속
업계는 "환율·관세 영향 커"

  • 곽은산/김시균
  • 기사입력:2025.10.01 17:59:20
  • 최종수정:2025-10-01 20:20: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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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석 연휴를 앞두고 이재명 대통령이 강도 높은 식료품 물가 관리를 주문하자, 공정거래위원회가 빵값 급등인 이른바 '빵플레이션' 문제 해결에 나섰다. 공정위는 설탕, 밀가루, 계란 등 원재료 시장의 독과점적 구조가 가격 상승을 부추긴다고 판단하고 이들 산업의 불공정 행위를 집중적으로 살핀다는 방침이다.

1일 정부에 따르면 공정위는 이르면 이달 중 제당 3사의 설탕 가격 담합 사건과 관련한 조사 결론을 내리고 제재 여부를 결정할 방침이다. 공정위 관계자는 "설탕 담합 건은 최대한 빨리 조사를 마무리한다는 계획"이라며 "위법 행위가 확인될 경우 엄정히 조치할 것"이라고 말했다.

CJ제일제당·삼양사·대한제당 3사는 수년간 설탕 가격을 담합해온 혐의로 공정위와 검찰의 조사를 동시에 받고 있다. 3사는 국내 시장에서 점유율 90% 이상을 차지하며 과점 형태를 유지해왔다.

설탕은 원당을 수입해 국내에서 가공하도록 설계된 산업 구조도 가격 경쟁을 제한하고 있다. 가공된 정제당에는 30%에 달하는 높은 관세가 매겨진다는 점에서 해외에서 가공된 저가 설탕을 들여오는 선택지가 사실상 차단된 것이다.

주병기 공정거래위원장은 전날 국무회의에서 "(국내 설탕 산업에 대한) 이 보호가 지금도 필요한지는 고려해봐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공정위는 10만t인 수입 정제당 할당관세 물량을 늘려 달라는 입장을 농림축산식품부에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공정위는 설탕과 더불어 밀가루 시장이 독과점 구조로 인한 담합 등 위험성이 특히 높은 것으로 보고 "집중적으로 모니터링하고 있다"는 입장이다. 전날 주 위원장은 "밀가루의 국제 가격과 국내 가격 차이가 최근 4년 동안 30% 이상 증가했다"며 "격차가 이렇게 나는 걸 봤을 때 분명 어떤 무역장벽이 있을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국제 곡물 가격이 안정화된다고 해도 이를 가공하는 업체가 독과점 형태일 경우 가격이 내려가기 어렵다. 제분업계 역시 3개 기업이 시장 점유율 70% 이상을 차지하고 있다. 공정위는 아울러 대한산란계협회를 대상으로 진행 중인 계란 가격 담합 혐의 조사도 조만간 마무리 짓겠다는 방침이다.

이 대통령은 전날 국무회의에서 부처별로 물가 동향 및 대책 추진 현황을 보고받고 주 위원장에게 "독과점 기업에 대한 강제 분할을 미국에서는 많이 하는데 우리나라에 관련 제도가 있나"라고 질문하는 등 가격 담합 같은 불공정 행위에 대한 공정위의 적극적인 조치를 주문했다.

반면 식품업계에서는 우려하는 시선을 보이고 있다.

식품업체 A사 관계자는 "원재료의 독과점 구조뿐만 아니라 주요 농산물의 직접 생산 비중, 환율과 관세 등의 변수에 대해 종합적으로 살펴봐야 한다"며 "민관 협의체 등을 구성해 국제 원재료 가격에 통합 대응하는 전략도 병행돼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식품업체 B사 관계자도 "설탕, 밀가루, 계란 등 주요 원재료는 수입 의존도가 높아 국제 시세나 관세정책 변화에 직접적인 영향을 받는 구조임을 고려해야 한다"며 "외부 변수의 영향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곽은산 기자 / 김시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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