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야말로 파죽지세다. SK하이닉스 주가가 연일 신고가를 갈아치우며 고공행진 중이다. 증권가에서도 호평이 쏟아진다. 인공지능(AI) 시대 개화로 반도체 산업 ‘슈퍼 사이클’이 도래할 것이라는 전망이다. 글로벌 투자은행(IB)도 SK하이닉스를 향한 기대감을 내비친다. 갈수록 치솟는 주가에 여의도에서는 SK하이닉스 목표주가 48만원까지 등장했다. 현 주가 대비 30% 이상 상승 여력을 내다본 셈이다. 적어도 40만원까지는 무리 없이 도달할 수 있다는 것이 증권가 시각이다.

9월에만 주가 40% ‘쑥’
명실상부 HBM 최강자
올해 SK하이닉스는 국내 증시에서 가장 뜨거운 종목 중 하나다. 올해 주가 상승률이 100%를 넘는다. SK하이닉스는 9월 24일 35만7500원에 거래를 마쳤다. 올 1월 2일 SK하이닉스 종가(17만1200원)와 비교하면 2배 이상 높은 수준이다. 9월 한 달로 범위를 좁혀도 상승세가 가파르다. 9월 1일부터 24일까지 SK하이닉스 주가는 약 40% 상승했다. 코스피와 비교하면 차이가 크다. 9월 24일 기준 코스피는 올해 45%, 9월 한 달간 10% 올랐다.
분명히 SK하이닉스에 부정적인 국면이었는데도 주가는 크게 흔들리지 않았다. 올 상반기에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취임 후 관세 정책 등 대외 불확실성이 여느 때보다 큰 시기였다. 관세가 물가를 자극해 글로벌 경기가 둔화될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됐다. 하반기엔 내년 삼성전자와 마이크론 등 고대역폭메모리(HBM) 공급 경쟁이 치열해질 수 있다는 전망이 등장하며 SK하이닉스에 대한 우려를 키웠다.
고영민 다올투자증권 애널리스트는 “HBM 제품 공급 지연 우려가 있을 때 엔비디아가 실적 발표를 통해 차세대 AI 칩 ‘루빈’ 생산 지연 가능성을 일축했다”며 “내년 경쟁 심화 우려에 대해서는 경쟁사 중 처음으로 올 4분기 HBM4 초기 양산에 돌입하는 등 선도적인 행보로 시장의 불안감을 해소하는 중”이라고 평가했다.
대표적인 AI 반도체인 HBM 시장에서 SK하이닉스의 글로벌 지위는 굳건하다. 글로벌 시장조사기관 카운터포인트리서치에 따르면 올해 2분기 HBM 출하량 점유율 기준 SK하이닉스가 62%로 1위를 차지했다. 마이크론이 21%로 2위, 삼성전자가 17%로 3위다. 마이크론과 삼성전자를 합해도 SK하이닉스에 못 미친다는 뜻이다.
무엇보다 내년 반도체 슈퍼 사이클이 도래할 것이라는 전망에 SK하이닉스를 향한 관심이 뜨겁다. AI 서버를 중심으로 메모리반도체 수요가 몰리면서 슈퍼 사이클에 대한 기대감이 점점 커지는 분위기다. 반도체 풍향계로 불리는 마이크론이 최근 시장 기대를 웃도는 실적을 발표하며 투심을 더욱 자극했다. 반도체 업계에서는 AI 인프라 투자가 이어지고 범용 D램 공급 부족 현상이 이어지면서, 본격적인 반도체 상승 사이클이 도래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특히 마이크론에 비해 기술력과 물량에서 앞서는 것으로 평가받는 SK하이닉스는 더 큰 수혜를 입을 가능성이 크다는 분석이 주를 이룬다.
글로벌 IB도 SK하이닉스를 주목한다. 지난 9월 21일 모건스탠리는 ‘메모리 슈퍼 사이클’이라는 제목의 보고서를 발간해 SK하이닉스를 비롯해 삼성전자와 일본 키옥시아, 미국 샌디스크를 낸드와 일반 D램 반도체 호황을 잘 반영할 선호 업체로 꼽았다.
향후 몇 년간 SK하이닉스의 증익 사이클이 지속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금융 정보 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증권가는 올해 SK하이닉스 영업이익을 전년 대비 65% 증가한 38조6803억원으로 추정한다. 매출은 88조6000억원으로 같은 기간 38% 증가한다는 전망이다. 증권가에서 추정한 내년 SK하이닉스 영업이익은 47조5758억원이다. 올해보다 23%가량 더 늘어난다는 분석이다. 매출은 100조원을 넘길 것으로 내다봤다.


HBM 경쟁 심화 우려에도
증권가 “주가 30% 더 간다”
SK하이닉스 투자자에게도 고민은 있다. 그동안 시장에서 지속적으로 우려를 제기한 것처럼 HBM 시장 경쟁이 심화할 경우 SK하이닉스의 점유율이 줄어들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그러나 이미 SK하이닉스 기술력이 경쟁사를 압도하는 수준이라 크게 우려할 만한 수준은 아니라는 것이 전문가 중론이다. 김형태 신한투자증권 애널리스트는 “경쟁사 마이크론은 기술적 문제를 갖고 있다”며 “SK하이닉스는 경쟁사 대비 빠른 평가 일정을 계획하는 등 대장주 지위가 유지될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했다.
업황뿐 아니라 대외 환경도 신경 써야 한다. 류형근 대신증권 애널리스트는 “현재 반도체 생태계를 결정하는 요인은 수급뿐만이 아니다”라며 “지정학적 충돌과 중국 반도체 행보도 주목할 만하다”고 강조했다. 이어 “미중 분쟁과 관세 등 대외 불확실성이 여전히 이어지고 있다는 점에서 이 같은 대외환경 변화를 예의주시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그럼에도 SK하이닉스에 대한 투자의견은 대다수가 긍정적이다. 4명의 반도체 담당 애널리스트에게 ‘최근 치솟은 주가에도 SK하이닉스 진입이 유효하냐’고 물은 결과, 3명이 ‘투자해도 좋다’고 답했다. SK하이닉스가 메모리반도체 업종에서 주도력을 잃지 않고 가격과 물량 모두 성장 속도가 예상을 웃돌 것이라는 분석이다.
내년 실적 추정치를 더 높일 여지가 남아 있다는 의견도 나온다. 가격 측면에서도 아직 매력도가 높아서다.
최근 SK하이닉스 주가수익비율(PER)이 과거 고점과 비교해 낮게 형성돼 있다는 이유에서다. 고영민 애널리스트는 “최근 SK하이닉스 PER은 8~9배 수준으로 직전 고점에 못 미치는 수준”이라며 “주가가 최소 40만원까지 도달하는 데 큰 무리가 없다는 판단”이라고 말했다.
최근 SK하이닉스에 대한 증권사 목표주가는 일제히 40만원 이상으로 제시되는 분위기다.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9월 SK하이닉스에 대한 목표주가를 제시한 증권사 14곳 중 12곳이 40만원 이상의 목표주가를 내놨다.
현 주가 대비 30% 이상 추가 상승 여력이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SK증권은 SK하이닉스 목표주가를 48만원으로 제시했다. 9월 24일 종가 대비 34% 높다. 한동희 SK증권 애널리스트는 “SK하이닉스는 내년에도 고성장을 지속할 것”이라며 “최근 주가 급등이 부담일 수 있지만 중장기 주가는 이익 흐름을 반영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보수적인 접근이 필요하다는 의견도 눈길을 끈다. 김록호 하나증권 애널리스트는 “만약 지금 SK하이닉스 주식을 보유 중이라면 추가 매수는 추천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다만 SK하이닉스를 부정적으로 평가하는 것은 아니다. 그는 “메모리반도체가 호황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긍정적으로 보는 것이 합리적”이라며 “신규 진입하는 경우 상승 여력 20% 내외에 만족할 수 있다면 매수해도 괜찮다는 의견”이라고 덧붙였다.
[문지민 기자 moon.jimin@mk.co.kr]
[본 기사는 매경이코노미 제2329호·추석합본호 (2025.10.01~10.14일자)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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