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거티브 규제로 전환해 신사업 길 터줘야”
![[사진 출처 = 연합뉴스]](https://wimg.mk.co.kr/news/cms/202506/09/news-p.v1.20250607.32b4dde6e72f49109740447cac8d5bcc_P1.png)
저축은행들이 수익 다변화를 위한 신사업 발굴에 속속 나서고 있다. 예대마진에만 의존해서는 성장에 한계가 있다는 판단에서다.
7일 금융권에 따르면 웰컴저축은행은 최근 자체 개발한 금융 표준개발 프레임워크 ‘웰코어(WELCORE)’의 저작권, 상표권, 특허권 등록을 마치고 상용화에 돌입했다. 마이데이터에 이어 자체 정보통신(IT)기술을 활용한 신사업으로 수익 다변화에 나서는 것이다.
프레임워크는 소프트웨어 개발에 필요한 기능과 구조를 미리 표준화한 틀이다. 웰코어는 금융 업무에서 자주 쓰이는 기능을 모듈형 구조로 구현한 것이 특징이다.
웰컴저축은행은 이 시스템을 중소형 저축은행, 캐피털사, 핀테크(금융기술) 기업 등에 판매해 수익을 창출하고 장기적으로는 동남아시아 시장 진출까지 염두에 두고 있다. 단순 판매에 그치지 않고 유지·보수까지 맡아 장기적인 수익 모델을 만든다는 계획이다. 기존에는 대부분 금융사들이 IT 시스템을 SI(System Integration) 업체에 외주를 맡겨 구축하고 있어, 금융업 특화 프레임워크에 대한 수요가 클 것으로 회사 측은 기대하고 있다.
앞서 2021년 진출한 마이데이터 사업이 지난해 말 기준 손익분기점(BEP)을 넘기며 안정궤도에 오른 만큼 금융IT 분야 신규 사업 확대에 속도를 내는 것으로 해석된다. 마이데이터는 개인이 은행, 카드사, 보험사 등 여러 금융기관에 흩어져 있는 자신의 금융 데이터를 한 곳에 모아 관리할 수 있게 하는 서비스다. 웰컴저축은행은 여기에 중개 플랫폼 기능을 추가해 금융기관으로부터 수수료 수익을 올리고 있다.
웰컴저축은행 관계자는 “관계사인 부실채권(NPL) 전문회사 코릭스에프앤아이에 웰코어를 도입한 결과 안정적인 작동을 확인했다”며 “특히 웰코어는 금융 보안 기반으로 시스템을 구축해 소비자 개인정보 보호에도 유리하다”고 말했다. 이어 “금융회사지만 IT 수익 모델을 만드는 데 힘을 쏟고 있다”고 했다.
웰컴저축은행뿐 아니라 업계 전반에서 예금·대출 중심의 전통적 수익구조만으로는 경쟁력을 유지하기 어렵다고 보고 새로운 활로를 모색하려는 시도가 이어지고 있다. 동양저축은행은 미래 먹거리 확보 차원에서 마이데이터 사업에 진출했으며 여기에 다양한 사업 모델을 접목해 수익화를 추진 중이다.
고려저축은행과 다올저축은행, 스마트저축은행 등 29개 저축은행은 온라인투자연계금융업자(P2P)와 대출연계투자 사업에 진출해 포트폴리오 다각화를 시도하고 있다. 이는 앞서 금융위원회가 저축은행의 온투업 연계대출을 혁신금융서비스로 지정하면서 가능해졌다. 온투업은 온투사가 대출을 모집하고, 저축은행이 신용대출을 실행하는 구조로 이뤄진다.
다만 저축은행 업계는 포지티브 규제(할 수 있는 업무만 정해놓는 방식)가 적용돼 신사업에 뛰어들기가 쉽지 않다는 한계도 있다.
업계 관계자는 “은행은 수수료 수익 등 다양한 수익원이 있지만, 저축은행은 유가증권 투자 외에는 뚜렷한 수익원이 부족하다”며 “신규 사업을 추진하더라도 인허가를 받아야 하다 보니 속도가 느릴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어 “웰컴저축은행의 경우 과거부터 IT에 꾸준히 투자해 관련 사업을 확대해온 케이스”라며 “하지만 당국 허가를 받는 과정이 쉽지는 않았다”고 덧붙였다.
저축은행업계는 타업권 사업 진출과 관련해 네거티브 규제(금지된 것만 명시하고 나머지는 허용하는 방식)으로 전환해달라고 요구해왔으나, 금융당국은 리스크를 이유로 난색을 보여왔다. 새 정부가 출범한 만큼 저축은행중앙회를 중심으로 규제완화 관련 정책 제안이 재차 추진될 가능성이 있다.
다른 저축은행 관계자는 “저축은행이 할 수 있는 일이 과거보다 훨씬 다양해졌다”며 “네거티브 규제 방식으로 바뀐다면 저축은행도 시대 흐름에 맞춰 창의적인 사업에 나설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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