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도 과천 집값이 거침없이 오르고 있다. 서울 토지거래허가구역 확대 지정에 따른 반사효과, 재건축 이주에 따른 수요 대비 공급 부족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로 풀이된다.
한국부동산원이 발표한 5월 4주(5월 26일 기준) 전국 주간 아파트 가격 동향 조사에 따르면 경기도 과천시는 일주일 만에 0.3% 오른 것으로 나타났다. 올해 누적 기준 과천시 집값 상승률은 5.84%로 전국에서 압도적인 1위다. 과천 아파트 거래 중 신고가 비중 역시 점점 오르고 있다. 시장조사 업체 직방에 따르면 올해 4월 과천시 아파트 매매 거래 중 신고가 비중은 62.5%로 수도권에서 가장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과천시 신고가 거래 비중은 지난해 12월 10.3%에서 올해 2월 37.5%, 3월 36.1%에서 4월 2배 가까이 뛰었다. 매매 가격만 오르는 것이 아니다. 전셋값 역시 고공행진 중이다. 과천 전월세 매물은 1년 전과 비교해 크게 감소했으며 대부분 신축 단지 전세 가격은 1년 전과 비교해 1억~2억원 이상 오르고 있다.
전문가들은 과천의 경우 입지가 워낙 좋은 반면 규제 대상에서 제외돼 있고 재건축 이주 수요 등 영향으로 집값이 들썩이고 있다고 분석한다. 메가존클라우드, 광동제약 등 다양한 정보기술(IT), 바이오·제약 기업이 과천에 둥지를 틀면서 유동 인구가 늘어난 것도 과천 집값에 영향을 줬다.
과천은 주거 지역으로서 여러 장점이 있다. 서울 서초구나 강남구와 물리적 거리가 가까우면서도 주변은 청계산과 관악산 등으로 둘러싸여 있어 자연 친화적이다. 최근에는 과천 구도심 내 아파트 공급이 줄어들면서 희소가치 또한 높아지고 있다는 분석이다.

심상찮은 과천 집값 상승세
전국 집값 상승률 1위 과천
서울 지하철 4호선 과천역 7번 출구로 나오면 다른 신축 아파트처럼 30층 이상 고층으로 구성되진 않았지만 비교적 잘 정돈된 느낌의 새 아파트가 눈에 들어온다. 최고 28층, 최저 7층, 1571가구 대단지인 과천푸르지오써밋이다. 과천주공1단지를 재건축해 만들어진 단지로 2020년 3월 준공해 올해 5년이 지난 신축 아파트다.
재건축 사업이 마무리되기 전 과천주공1단지 시절에도 이곳은 과천 여러 아파트 중 항상 시세를 주도하는 단지였다. 과천푸르지오써밋으로 재탄생한 지금은 위상이 더욱 올라갔다. 과천 재건축 추진 과정에서 처음으로 고급화를 시도한 단지란 점과 함께 과천푸르지오써밋 특유의 커뮤니티 시설 때문이다. 관악산을 조망할 수 있는 전망 엘리베이터, 스카이 커뮤니티 등은 이미 외부에도 널리 알려진 사실. 기본적인 수영장, 사우나, 헬스클럽, 골프장, 카페 등도 과천 다른 단지는 물론 강남 주요 신축 아파트와 비교해도 손색이 없다는 평가를 받는다.
과천푸르지오써밋 입주 후 과천 내에 준공한 단지가 여럿 있지만 여전히 과천푸르지오써밋은 과천시를 대표하는 랜드마크 단지로 꼽힌다.
현시점 기준 과천 최고 아파트답게 과천푸르지오써밋은 올해 계속해서 신고가를 경신하고 있다. 국토교통부 실거래가공개시스템에 따르면 과천푸르지오써밋 전용 131㎡는 올해 5월 16일 30억5000만원에 거래됐다. 같은 면적 매물이 30억원을 돌파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직전 거래는 올해 5월 14일 29억5000만원에 거래된 사례였으며 등기가 완료된 사례를 기준으로는 올해 2월 같은 면적 매물이 28억4500만원, 1월에는 28억2000만원에 거래된 바 있다. 과천푸르지오써밋에서 전용 131㎡는 총 123가구로 전체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10%도 되지 않는다. 하지만 올해 월평균 1건씩 거래되고 있으며 거래될 때마다 신고가를 기록하고 있어 눈길을 끈다.
4호선 정부과천청사역과 인접한 과천위버필드 역시 신고가 행진이 이어지고 있다. 과천위버필드 전용 84㎡는 올해 3월 23억5000만원에 거래되며 신고가를 썼다. 올해 5월에도 23억3000만원 거래가 2차례 진행되는 등 과천푸르지오써밋을 바짝 추격하고 있다. 전용 59㎡ 역시 올해 5월 18억8500만원에 팔리며 신고가를 기록했다. 해당 면적 매물은 올해 1~2월만 해도 16억원대 중후반에 거래됐지만 3개월 만에 2억원 이상 오른 가격에 시세가 형성되고 있다.
과천에는 신축 아파트 단지 외에도 재건축 추진 중인 단지가 여럿 있다. 이 중 한창 사업이 진행 중인 과천주공10단지가 시장에서 주목받는다. 과천주공10단지 전용 105㎡의 경우 올해 2월 27억원(1층)에 거래되더니 3월 28억원(5층), 4월 29억원(3층) 등 매달 1억원씩 오르며 신고가를 갈아치우고 있다. 과천주공10단지는 다른 과천 재건축 단지와 비교해 아직 사업 초기 단계다. 하지만 5층짜리 저층 아파트로 가구당 토지 지분이 넓어 매력적인 투자처로 꼽힌다.
이유 있는 과천의 질주
규제 반사 효과에 이주 수요 영향
과천 집값이 급등하고 있는 이유는 여러 가지다.
우선 서울 토지거래허가구역 확대 지정에 따른 반사 효과다. 토지거래허가구역 영향으로 서울 강남 3구 집값이 잠시 주춤했던 4월에도 과천시 집값은 매주 0.2~0.3%씩 오르며 상승세를 유지했다. 경기도에서 강남 접근성이 가장 좋다는 평가를 받는 과천이 서울 규제에 따른 상대적인 수혜를 입었다는 분석이다. 대단지 아파트 이주가 시작되면서 거주할 집이 부족해진 것도 과천 아파트 가격을 끌어올리는 요인이다. 과천주공8단지와 9단지는 이주 마무리 단계다. 5단지 역시 이주에 들어가면서 전반적으로 과천에 집이 부족한 상황이다. 반면 과천지식정보타운 외에 과천 시민들이 선호하는 구도심 내 공급은 제한적이다.
전·월세 시장을 뒷받침할 신규 물량이 부족한 상황에서 이주 수요까지 겹치며 매매 가격은 물론 전·월세 시장 역시 들썩인다. 부동산 빅데이터 업체 아실에 따르면 5월 24일 기준 과천 전·월세 물건은 132건으로 1년 전(537건)과 비교해 70% 이상 감소했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과천 전세 가격 또한 치솟고 있다.
과천푸르지오써밋 전용 84㎡ 전세는 올해 5월 14억원에 계약을 체결했다. 같은 면적 전세 계약으로는 단연 최고액이다. 올해 1월만 해도 12억원 전후로 거래됐으며 지난해 10억원 전후로 전세 계약이 체결됐지만 지금은 매물 자체가 귀하다. 전용 59㎡ 역시 올해 4월 처음으로 전세 10억원을 돌파하더니 5월에는 11억원에 전세 계약이 체결됐다.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올해 누적 기준 과천 아파트 전셋값은 약 4% 상승한 것으로 나타났다. 전국에서 가장 높은 상승률이다.
과천 집값이 앞으로도 계속 상승세를 유지할 수 있을지는 의견이 분분하다. 전문가들은 새 정권 부동산 정책 등 큰 변수가 있긴 하지만 당분간 강보합세는 유지될 것으로 내다본다.
먼저 과천으로 향하는 기업이 급증하고 있다는 점에 주목할 만하다. 인공지능(AI)·클라우드 기업 메가존클라우드와 가비아 등은 지난해 과천에 새로운 둥지를 구축했다. 게임 기업 넷마블은 새로운 R&D센터 ‘G-타운’을 2027년 하반기 준공을 목표로 짓고 있다. IT 기업뿐 아니라 JW중외제약, 광동제약 등 여러 제약·바이오 기업도 속속 지식정보타운으로 본사를 이전 중이다. 과천시에 따르면 지식정보타운에는 올해 초 기준 약 850개 기업이 입주했다. 개발 사업이 마무리되면 입주 기업은 1000개가 넘을 것으로 기대된다. 기업이 늘어나는 것은 당연히 주택 수요에 큰 영향을 준다.
반면 공급은 단기적으로 다소 제한적이다. 올해 과천에 예정된 신규 분양은 8월 주암장군마을 주택재개발정비사업(디에이치아델스타) 880가구가 유일하다. 이 중 일반분양은 348가구다.
향후 2~3년을 둘러봐도 대규모 공급은 거의 없다. 과천주공4단지를 재건축한 과천프레스티어자이는 총 1445가구 규모로 2027년 10월 준공 예정이다. 과천주공8단지와 9단지를 재건축한 2830가구 규모 ‘디에이치브를리스’는 2029년이 돼야 입주 가능하다. 곧 이주를 앞둔 과천주공5단지(써밋마에스트로) 역시 2029년 이후 입주할 것으로 보인다. 다만 2030년이 되면 ‘과천과천 공공주택지구’ ‘과천 주암지구’ 등이 본격적으로 입주하면서 공급량이 대폭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강승태 감정평가사]
[본 기사는 매경이코노미 제2313호 (2025.06.09~2025.06.17일자)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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