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공영홈쇼핑 패션뷰티팀 김지나 MD도 올 봄여름(SS) 시즌을 기획하며 러닝화·워킹화 등 운동화를 준비했다. 하지만 홈쇼핑 주 소비층인 50~70대 여성들에게 구두는 아예 빼놓기란 불가능한 법. 격식 있는 자리에서 신을 신발은 늘 필요하다.
김 MD는 "시댁이나 친정을 가면 어머니들이 '신발장 앞에서 구두 고르기가 제일 힘들다'고 하신다"며 소비자들의 고민을 설명한다. 결혼식장을 비롯한 관혼상제 행사에 가야 하는데, 하이힐은 엄두도 못 내고, 운동화를 신자니 옷과 어울리지 않아 고민인 것이다.
김 MD가 주목한 것은 '발이 편한 구두'였다. 족저근막염, 내성발톱 등 질병으로 고생하는 여성이 많아서다. 발은 편하게 하되, 안전하게 보호하는 것도 필수 요소다.
김 MD는 "발을 편하게, 안전하게 감쌀 수 있는 '착화감'이 우선이다. 그다음은 깔끔하고 무난해 다양한 코디를 소화할 수 있는 '디자인'"이라며 "두 기준에 맞춰 소재를 정하고, 이를 완벽히 실행하는 제조 공장도 세심하게 골라야 한다"고 설명했다.
그렇게 탄생한 제품이 바로 '플로쥬 메리제인 컴포트화'. 5중 복합 쿠션과 밑창으로 신었을 때 푹신하지만 미끄러짐이 없다. 실용신안 특허를 받은 발등 끈은 발에 맞게 늘어나고, 탈부착이 간편하지만 결속 시 단단히 발등을 잡아준다.
간결하되 정장 차림도 부담 없이 소화하는 디자인은 천연 양가죽으로 만들어져 발에 착 달라붙는다. 4㎝ 숨김 키높이 굽에도 한 짝 무게가 200g으로 무척 가볍다. 김 MD가 공장을 오가며 발품으로 디테일을 살린 덕이다. 부산 소재의 거림산업과 협업해 국내 신발 제조의 노하우를 집약시켰다. 착화감과 디자인은 물론 이를 구현하기 위한 소재와 제조 기술까지 최대한으로 구현했다는 것이다.
여기에는 공영홈쇼핑에 합류하기 전까지 신발 디자이너로 일했던 김 MD의 이력이 빛을 발했다. 유명 구두 브랜드 디자이너 출신으로서 구두 제작의 모든 것을 꿰뚫고 꼼꼼히 준비했기에 가능했던 일이다.
그 결과는 대성공이었다. 플로쥬 메리제인 컴포트화는 공영홈쇼핑 방송마다 매진을 기록했고, 한 달 반 만에 1만세트가 팔렸다. 김 MD는 올봄 11개 신상품을 선보였는데, 4월까지만 40억원어치를 팔아치웠다. 무려 7만켤레의 신발이 그의 손에서 나왔다. 그가 출시한 또 다른 여성화 '슈리오 펀칭 레이스업 슈즈'는 공영홈쇼핑에서 성공을 거둬 다른 플랫폼에까지 진출했다. 펀칭이 있어 통풍이 잘 되고, 굽도 적당해 다리가 길어 보이는 디자인이다.
김 MD는 "격식과 디자인을 놓치지 않으면서도 발을 아프지 않게 하는 여성화를 앞으로도 선보이고 싶다"며 "예쁘면서 편안한 디자인의 여름 샌들을 준비 중"이라고 말했다.
[박홍주 기자]
[ⓒ 매일경제 & mk.co.kr,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