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경제 빌리어드뉴스 MK빌리어드뉴스 로고

'지구촌 리뷰'가 만든 뷰티템 초고속성장

'스타트업 DNA' 아누아 성공비결
전세계 리뷰 수집해
신제품 개발에 적용
3년만에 매출 21배
민감성 피부에 좋은
어성초 클렌징오일
美·日·중동서 인기
글로벌 IT인재 영입
데이터 기반 의사결정
빠른 실행력도 강점

  • 김금이
  • 기사입력:2025.06.04 16:08:03
  • 최종수정:2025.06.04 16:08:03
  • 프린트
  • 이메일
  • 페이스북
  • 트위터
사진설명
"블랙헤드 제거에 가장 좋은 효과를 봤어요. 어성초 성분으로 민감성 피부도 사용할 수 있습니다."

17초짜리 클렌징 영상 하나로 유튜브에서 3500만회 조회 수를 기록한 K뷰티가 있다. 최근 국내 중소 뷰티 브랜드 중에서 두드러진 성장세를 보이는 아누아(Anua)가 그 주인공이다.

'어성초 클렌징 오일' '어성초 토너' 등 스킨케어 제품을 내세워 북미에 이어 유럽, 중동 등으로 영역을 넓히며 K뷰티 대표 브랜드로 주목받고 있다. 피부 진정에 탁월하다고 알려진 어성초 성분을 고함량으로 담은 것이 특징이다.

2019년 탄생한 아누아는 전체 매출의 약 90%가 해외에서 발생하고 있으며, 지난해엔 전체 매출이 4000억원을 돌파했다.

아누아는 설립 6년 만에 국내 인디 뷰티를 대표하는 브랜드로 자리 잡았다. 아누아를 운영하는 더파운더즈의 매출은 2021년 200억원대에서 2022년 576억원, 2023년 1432억원, 지난해 4278억원으로 매년 급증세를 보이고 있다. 지난해 영업이익 역시 1457억원을 기록하며 전년 대비 264% 폭증했다. 영업이익률이 34%에 달한다.

이 같은 고속 성장은 글로벌 시장을 성공적으로 개척한 덕분이다. 아누아는 한국을 넘어 미국, 일본, 유럽 등 주요 해외 시장에서 유통망을 다각화하며 존재감을 키웠다. 특히 어성초 토너는 여드름이나 트러블 등 민감성 피부 고민을 가진 소비자들이 효과를 봤다는 후기가 다수 공유되며 빠르게 인기 제품 반열에 올랐다. 특히 유튜브와 틱톡 등 뷰티 인플루언서들의 추천 영상으로 해외에서도 날개를 달았다. 또 큐텐재팬과 북미 아마존 등 이커머스와 현지 오프라인 매장에 동시에 입점하는 '투트랙' 전략이 아누아 성공 비결로 꼽힌다. 그 결과 아누아는 지난해 미국 아마존의 '2024 Top Brand' 선정, 일본 큐텐 메가와리 3개 분기 연속 종합 매출 1위를 달성했다. 또한 미국과 영국 내 각각 가장 큰 드러그스토어인 울타(Ulta)뷰티와 부츠(Boots)에도 입점했다. 국내에서는 올리브영 어워즈 수상 등을 통해 입지를 강화하고 있다.

그동안 미국과 일본 아마존에서 높은 판매 성과를 거두며 브랜드 인지도를 넓혀왔으며, 이를 기반으로 올해 1월 영국, 2월 두바이에 이어 독일과 호주까지 판매 채널을 확대했다. 실제로 아누아의 대표 제품인 어성초 클렌징 오일과 토너, TXA 세럼 등은 입점 직후 빠르게 각 카테고리 베스트셀러에 오르며 글로벌 소비자들로부터 뜨거운 반응을 얻고 있다. 특히 중동 지역에서는 어성초 클렌징오일과 라이스 클렌징 파우더가 각각 카테고리 1위를 기록해 큰 인기를 끌고 있으며, 라마단 기간에도 꾸준한 판매가 이어져 베스트셀러로 자리 잡을 것으로 예상된다.

더파운더즈는 기존 뷰티 산업의 정형화된 문법에서 벗어나 정보기술(IT)·스타트업식 문제 해결 방식을 도입했다. 1988년생 동갑내기 창업주인 이선형, 이창주 대표는 단기적인 성과보다 브랜드의 장기적인 가치와 고객 피드백을 최우선순위로 강조하며 조직을 빠르게 키워내고 있다.

실제로 제품 개발의 시작점은 언제나 고객이다. 제품 출시 전 고객 인터뷰를 통해 수집한 VoC(Voice of Customer)를 분석해 소비자 반응을 예측하고, 이를 토대로 제품을 설계하는 '역설계' 방식이 핵심이다. 제품을 만든 뒤 시장 반응을 지켜보는 것이 아니라 고객 반응에서 출발해 기획 단계부터 방향을 설정하는 것이다.

이를 위해 인공지능(AI) 기반 고객 리뷰 분석 솔루션을 도입했다. 전 세계 소비자의 리뷰 데이터를 실시간으로 수집·분석해 제품 개선과 마케팅 전략에 적극 반영하고 있으며, 글로벌 소비자와의 소통도 강화하고 있다.

이러한 접근이 가능했던 배경에는 조직 구성의 차별성이 있다. 더파운더즈 구성원 대부분이 글로벌 IT 기업, 스타트업, 컨설팅사 등 다양한 이종 산업 출신으로 구성돼 있어 스타트업 특유의 빠른 실행력과 시장 데이터 기반의 의사결정, 수평적 협업 문화를 자연스럽게 실천하고 있다.

조직 운영에 있어서도 단기 성과보다 브랜드의 장기 가치와 고객의 신뢰 확보를 핵심 지표로 삼는다. 제품 출시 전 사전 시뮬레이션을 통해 리스크를 최소화하고, 출시 이후에도 고객 피드백을 빠르게 반영해 제품 완성도를 높이는 스타트업다운 속도감과 유연함을 유지하고 있다.

더파운더즈는 아누아의 성공에 머무르지 않고 새로운 글로벌 메가 브랜드 육성에 속도를 내고 있다. 최근 더마 헤어 케어 브랜드 '프롬랩스'를 리뉴얼하며 글로벌 시장 공략을 본격화했다. 아누아를 통해 쌓은 스킨케어 기술력을 바탕으로 헤어 케어 시장에도 새로운 솔루션을 제안하며 입지를 넓혀나갈 계획이다.

또한 '뛰어난 인재가 곧 사업 전략'이라는 믿음 아래 올해 전 부문에서 100명 이상의 인재 채용을 예고하며 우수 인재 확보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더파운더즈 관계자는 "지난해는 고객 중심 경영 철학과 차별화된 기획력으로 글로벌 뷰티 시장에서의 성과를 입증한 해였다"며 "앞으로도 스타트업 특유의 실행력과 데이터 기반의 역설계 접근법을 바탕으로 '넥스트 아누아'로 불릴 글로벌 메가 브랜드 확장에 주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금이 기자]

[ⓒ 매일경제 & mk.co.kr,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