케이뱅크가 기업공개(IPO) 삼수에 나섰다. 사실상 마지막 도전이다. 결론부터 말하면 낙관적이지만은 않다. 카카오뱅크와 토스뱅크가 사상 최대 실적을 내는 동안 케이뱅크 1분기 실적은 부진하다. 업비트 의존도가 높다는 점은 양날의 칼로 작용하고 있다.

사실상 마지막 IPO 기회
성공 못하면 7250억 채무 질 수
케이뱅크는 최근 국내외 주요 증권사에 코스피 상장을 위한 입찰제안서(RFP·request for proposal)를 발송했다. 지난 3월 이사회에서 IPO 재추진을 의결한 케이뱅크는 6월 중 주관사를 선정한다.
케이뱅크 IPO 도전은 이번이 세 번째다. 지난 2022년 IPO를 공식 선언하고 상장예비심사를 통과했다. 그러나 증시 불황으로 투자 심리가 꺾이자 저평가를 우려한 케이뱅크는 계획을 철회했다. 지난해 재도전에 나서 10월 기관투자자 대상 수요예측까지 마쳤다. 하지만 흥행에 실패했고, 상장을 연기한 끝에 올해 1월 재차 포기 의사를 밝혔다.
케이뱅크가 IPO를 서두르는 이유는 재무적투자자(FI)와의 복잡한 계약 관계 때문이다. 케이뱅크는 지난 2021년 6월 베인캐피털·MBK파트너스·MG새마을금고·컴투스 등으로부터 7250억원을 투자받았다. 이 과정에서 IPO를 조건으로 동반매각·매도청구권(드래그얼롱), 풋옵션을 포함했다. 내년 7월까지 케이뱅크가 상장에 성공하지 못하면, BC카드는 FI들과 함께 보유 지분을 제3자에 매각하거나 콜옵션을 행사해 FI 지분을 되사들여야 한다. IPO 실패 시 투자금 반환 의무가 발생하며 BC카드가 7250억원을 떠안게 될 수 있다.
RFP 발송 이후 주관사 선정부터 상장예비심사 청구·승인, 증권신고서 제출, 수요예측 등 일련의 절차를 감안하면 통상 9개월에서 1년 이상의 시간이 필요하다. 이번 도전이 사실상 마지막 인 이유다.

지난해 사상 최대 실적에도
업비트 높은 의존도에 발목
IPO가 절실하지만 상황이 녹록지 않다. 지난해 두 번째 도전 당시 845억원(2024년 상반기 기준) 이익이라는 출범 이래 최대 실적을 냈다. 그러나 올 1분기 순이익은 전년 동기(506억원) 대비 68% 감소한 160억원에 그쳤다. 케이뱅크 실적 부진은 지난 2020년 6월부터 제휴 관계를 맺어온 업비트 영향이 크다. 지난해 7월 투자자에게 이자수익을 돌려주도록 한 가상자산이용자보호법이 시행됐다. 업비트 이용료율이 연 0.1%에서 2.1%로 오르며 자금 조달 비용이 크게 뛰었다. 케이뱅크의 올 1분기 이자비용은 1674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1167억원) 대비 43% 증가했다. 이자이익은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20% 상당 빠진 1085억원에 그쳤다. 경쟁 은행들이 더 커진 예대금리 차이를 누리며 이자이익이 늘어난 점과 상반된다.
그간 케이뱅크는 업비트 효과를 톡톡히 누려왔다. 1분기 수신 잔액(27조8000억원) 중 업비트 예치금은 5조3600억원으로 비중이 19%에 이른다. 2020년 제휴 이후 기존 고객 수 3배 규모의 신규 고객을 유치했다. 2021년 첫 연간 누적 흑자 기록도 업비트 공이 컸다.
그러나 업비트에 대한 높은 의존도가 부메랑이 됐다. 지난해 IPO 추진 무렵 진행된 국정감사에서 높은 의존도에 대한 지적이 잇따랐다. 이후 기관 수요예측에서 실망스러운 성적표를 받았다. 지난해 IPO 과정에서 희망 공모가 밴드는 주당 9500~1만2000원이었는데, 수요예측 결과 시가총액은 3조5000억원에 그쳐 목표치에 크게 못 미쳤다. 같은 시기 장외 가격이 주당 1만6000원대였던 점을 감안하면 초라한 성적이었다. 현재 장외 가격은 당시보다 크게 떨어진 6000원대 후반으로 현 시가총액은 2조5000억원대에 불과하다.
케이뱅크는 오는 10월 업비트와의 제휴 종료를 앞뒀다. 업비트 의존도를 낮춰야 하지만, 당장 업비트가 빠지면 실적 타격은 불가피하다. 제휴를 연장한다고 해도 ‘1거래소-1은행’ 규제 완화에 대한 논의가 정치권에서 진행 중이라 향후 고객 이탈 가능성이 있다. “업비트 비중을 점차 줄이되, 다른 부문 수익을 높인다는 청사진을 보여야만 IPO 삼수 성공 가능성이 높아진다”는 평가가 나오는 배경이다.
카뱅·토뱅 뛰는데 혁신 어디로
AI 은행 표방…눈에 띄는 성과 내야
업계에서는 케이뱅크가 ‘인뱅다운’ 혁신에 나서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케이뱅크는 카카오·토스뱅크와 비교해 소비자가 느낄 만한 효용을 주지 못했다는 평가가 지배적이었다.
일례로 카카오뱅크는 국내 최초로 ‘모임통장’을 선보이며 ‘통장은 한 사람이 관리한다’는 기존 틀을 깼다. 토스뱅크는 국내 최초로 ‘평생 무료 환전’을 앞세운 외화통장으로 호평을 받았다. 소비자 입장에서 환전 수수료는 ‘공돈’을 지출하는 듯한 불편함을 줬다. 토스뱅크는 이 ‘페인포인트(pain point)’를 공략했다. 또한 출범 당시 선보인 연 2% 이자도 토스뱅크 덩치를 키우는 데 기여했다.
이러한 노력은 고객 확대와 수익 증대로 이어졌다. 카카오뱅크는 올 1분기 신규 57만명을 확보하며 총 고객 수를 2545만명으로 늘렸다. 수신 잔액은 분기 최초로 60조원을 돌파했다. 순이익(1374억원)은 역대 최고다. 특히 모임통장 잔액이 1조원 이상 늘어나며 저원가성 예금인 요구불예금이 눈에 띄게 커졌다. 토스뱅크 역시 1분기 순이익 187억원으로 1분기 최대 실적을 냈다.
한 금융투자 업계 관계자는 “케이뱅크는 ‘업비트 뱅크’라고 불릴 만큼 업비트에만 의존하는 경향이 있다. 카카오뱅크나 토스뱅크가 보여준 신선함은 찾아보기 힘들다. 이자수익 위주 수익 구조는 시중은행과 비슷한데 자본이 탄탄하지 않으니 케이뱅크가 어떤 차별점을 갖췄는지 잘 모르겠다”고 평가했다.
케이뱅크는 인터넷은행 중 유일하게 ‘신규 취급 신용대출 30% 이상을 중저신용자에게 실행하라’는 금융당국 목표치를 충족시키지도 못했다.
케이뱅크는 금융당국의 가계대출 관리 기조 아래 기업대출로 실적 돌파구를 찾겠다는 방침이다. 케이뱅크는 최근 개인사업자 대상 ‘사장님 부동산담보대출’을 내놓았다. 서울 강남구에 오프라인 중소기업 영업센터 개설을 추진 중이다. 인터넷은행은 원칙적으로 비대면 영업만 허용된다. 다만 중소기업에 한정해 대면영업이 가능하다는 예외적인 조항이 있다. 2027년까지는 100% 비대면 법인대출 시스템을 구축한다는 방안도 밝혔다.
인공지능(AI) 기술도 적극 활용할 예정이다. 케이뱅크는 지난 2월 인터넷은행 최초로 금융 특화 프라이빗 LLM(대형언어모델)을 도입했다. 이어 3월 금융권 최초로 AI 보이스피싱 실시간 탐지 기술을 적용했다. ‘인공지능 기반 은행’을 선언한 케이뱅크는 올해 연간으로 지난해 3배 수준의 AI와 클라우드 투자를 단행한다.
수익은 줄었지만 고객 기반이 넓어졌다는 점은 긍정적이다. 1분기 말 기준 케이뱅크 수신 잔액은 27조8000억원. 전년 동월 대비 16% 성장했다. 특히 파킹통장 ‘플러스박스’ 잔액이 2조2000억원 불어났다. 상대적으로 높았던 연체율은 전년 동기 대비 0.29%포인트 낮아진 0.66%를 기록했다. 적극적인 충당금 적립으로 부실채권(NPL) 대비 대손충당금 비율을 나타내는 NPL커버리지비율은 지난해 말 251%에서 올해 1분기 말 303%로 높아졌다.
[명순영 기자 myoung.soonyoung@mk.co.kr]
[본 기사는 매경이코노미 제2312호 (2025.06.04~2025.06.10일자)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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