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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치·장기투자 고수 버핏...“이해할 수 있는 사업 투자” [스페셜리포트]

  • 명순영
  • 기사입력:2025.05.27 09:23:06
  • 최종수정:2025.05.27 09:23: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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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치·장기투자 고수

“이해할 수 있는 사업 투자”

버핏 회장은 가치 있는 기업을 오래 보유하는 전략을 60년간 고수해왔다. 애플, 코카콜라, 뱅크오브아메리카, 아메리칸익스프레스, 셰브론 등이 대표적이다. 이들 종목은 버크셔 포트폴리오(2630억달러) 중 70%를 차지한다. 버크셔는 현재 3477억달러(약 487조6000억원)의 현금을 보유했다. 미국 명문 아이비리그 대학들이 보유한 기금 총액보다 크다. 또한 미국 재무부가 발행하는 단기 국채 5%를 갖고 있다. 이처럼 버핏 회장이 이끄는 버크셔는 미국 자본주의와 함께 성장하며 영향력을 키워왔다. 다이먼 CEO는 “버핏은 정직과 낙관, 상식으로 미국과 미국 기업 성장에 투자한 인물”이라며 “버핏에게 많은 것을 배웠고, 그를 친구라고 부를 수 있어 영광”이라고 말했다.

버핏 회장은 명시적으로 투자 전략을 밝힌 바 없다. 다만 주주총회 보고서를 통해 유추할 수 있다.

그의 투자 방식을 규정하는 제1키워드는 가치투자(Value Investing)다. 쉽게 비유하자면 1달러짜리를 50센트에 사는 식이다. 이처럼 내재 가치보다 저평가된 기업에 투자하는 방식이 기본 투자 전략이다.

그렇다고 단순히 싸다고만 투자하지는 않는다. 그는 수많은 기업을 M&A하며 “우량 기업을 합리적인 가격에 산다”는 원칙을 앞세웠다. “좋은 기업을 싸게 사는 것보다, 위대한 기업을 적정 가격에 사라”는 말에 그의 철학이 담겼다. 또한 장기적으로 수익을 내는 ‘경제적 해자(Moat): 다른 주식보다 항상 상대적으로 우위를 점한’ 기업에 투자한다. 버핏 회장은 또한 자신이 사업 구조를 이해할 수 있을 때만 그 기업 주식을 담는다. 애플 주식을 다량 보유한 정도만 제외한다면 투자 기업 대다수가 ‘구(舊)경제’를 대표하는 업종이라는 점도 이를 말해준다.

장기투자도 버핏 회장을 상징한다. 예컨대 코카콜라는 버크셔가 1988년 처음 매수한 이후 40년 가까이 들고 있는 종목이다. 그는 “10년 동안 보유하지 못할 주식이라면 10분도 보유하지 말라” “주식 시장은 조급한 사람의 돈을 인내심 있는 사람에게 옮겨주는 장치” “주식 시장은 단기적으로는 인기 투표장, 장기적으로는 저울”이라는 말로 장기투자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거래 수수료와 세금을 최소화하기 위해서라도 ‘매수 후 보유’ 전략이 필요하다고 했다.

시장을 예측하지도 않는다. 시장을 좌우하는 변수가 워낙 많기 때문에 예측은 무의미하다고 본다. 다만 지속적으로 성장하는 비즈니스에 투자할 뿐이다. 최근 관세 전쟁에 따른 주식 시장 급변동성을 바라보는 시각에서 이 같은 생각이 나타난다. 버핏 회장은 이번 주총에서 “최근 30일 혹은 45일, 100일 동안 일어난 것은 정말로 아무것도 아니다”며 “1929년 대공황과 비교해 최근 변동성은 큰 움직임이 아니다. 극적인 약세장이 아니다”라고 일축했다.

오히려 남들이 공포에 빠졌을 때 ‘담담하게’ 매수하는 역발상 투자를 선호한다. 그는 2008년 부호 1위에 오른 적 있다. 금융위기로 시장이 무너질 때 골드만삭스와 GE에 50억달러씩 투자해 큰 수익을 거둔 덕분이다. 그는 이 시기“남들이 두려워할 때 탐욕을 부려야 한다”는 원칙을 증명해 보였다.

버핏 회장은 주식 투자의 기본을 강조한 인물이기도 하다. 그는 “주식을 산다는 건 기업의 주인이 된다(Owning)는 의미”라는 얘기를 자주 했다. “당신이 주식을 살 때, 전체 회사를 사는 것처럼 행동하라”며 단기 수익보다 기업의 장기 가치에 집중하라고 했다. 버핏이 주주를 ‘파트너’라고 부르며 적극 소통하는 이유다.

이 밖에도 그는 기업 지배구조와 관련해 이사회는 단순한 거수기가 아닌 감시자이자 조언자가 돼야 한다는 점, 경영진에게 스톡옵션을 과도하게 지급하면 주주 이익과 괴리가 생길 수 있다는 점을 언급했다. “이해하지 못할 비즈니스에는 절대 투자하지 말라”는 말도 전 세계 투자자에게 회자되는 철학이다.

버핏 회장의 투자 방식에 대한 일부 부정적인 의견도 있다. 블룸버그는 버핏이 독점 기업을 좋아한다는 점을 꼬집었다. 1등만 선택하는 투자로 시장 불평등을 초래했다는 비판이다. 실제로 버핏은 코카콜라나 애플처럼 사실상 독점하는 회사 위주로 투자해왔다. 수많은 투자자를 부자로 만들기는 했지만, 미국이나 세계 전체로 봤을 때 바람직하느냐는 목소리가 나오는 이유다. 전 세계 최고의 투자자로서 진정한 기술 혁신이나 기후 위기 대응 등에서의 역할은 제한적이었다는 점이 언급되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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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순영 기자 myoung.soonyoung@mk.co.kr]

[본 기사는 매경이코노미 제2310호 (2025.05.21~2025.05.27일자)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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