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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 잘 날 없는 집안싸움...무너지는 기업들

콜마 윤상현·윤여원 남매 분쟁에 ‘휘청’ 한국타이어 등 경영권 분쟁 사례 잇따라

  • 김경민
  • 기사입력:2025.05.23 15:12:56
  • 최종수정:2025.05.23 15:12: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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콜마 윤상현·윤여원 남매 분쟁에 ‘휘청’
한국타이어 등 경영권 분쟁 사례 잇따라

잇따른 경영권 분쟁으로 재계가 시끌시끌하다. 여러 유형의 분쟁 사례가 있지만 최근 눈길을 끄는 것은 오너 자녀들의 경영권 분쟁, 즉 ‘집안싸움’이 급증했다는 점이다. 오너 입장에서는 힘들게 키워온 기업을 유능한 자녀에게 물려주고 싶지만, 후계 구도에서 밀려난 형제, 자매들은 이를 용납하지 않는다. 부친의 중재도 아랑곳하지 않고 저마다 핵심 계열사나 사업부를 가져가기 위해 온갖 수단을 동원하는 분위기다.

승자가 누구든 관계없이 경영권 분쟁은 기업에 나쁜 결과를 초래할 수밖에 없다. 가뜩이나 경영 환경이 악화된 상황에서 실적 회복에 힘써도 모자랄 판에 집안싸움에 막대한 자금이 낭비되고 인수·합병(M&A), 투자 등 중요한 의사결정을 놓치는 사례도 부지기수다. 더불어민주당 등 야당이 추진하는 상법 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하면 경영권 분쟁에 시달리는 기업은 해외 투기 자본의 타깃이 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집안싸움에 휘말린 한국 기업들, 이대로 괜찮을까.

김경민·배준희·반진욱·문지민·조동현 기자

사진설명

재계 경영권 분쟁의 대표 사례로 글로벌 화장품 ODM(연구개발생산) 업체인 한국콜마그룹이 최근 떠올랐다.

한국콜마그룹 남매 갈등의 사연은 이렇다. 콜마그룹을 창업한 윤동한 한국콜마 회장은 최근 아들 윤상현 콜마홀딩스 부회장에게 화장품과 의약품 사업을, 딸 윤여원 콜마비앤에이치 대표에게 건강기능식품 사업을 나눠 맡겼다. 하지만 이들 남매는 건강기능식품 사업을 두고 경영권 다툼에 휘말렸다.

윤상현 부회장은 콜마비앤에이치에 본인과 이승화 전 CJ제일제당 부사장을 사내이사로 선임하라고 요구했다. 윤여원 사장 측이 사내이사 선임 요구를 거부하자, 윤 부회장 측은 이사회 개편을 위한 임시 주주총회를 열도록 허가해달라며 법원에 소송을 냈다.

윤 부회장 측은 콜마비앤에이치 실적 부진, 주가 하락으로 주주 불만이 큰 만큼 경영진 교체가 불가피하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윤여원 사장 측은 “주요 경영 의사결정이 모두 지주사와 윤상현 부회장 협의 아래 이뤄졌음에도 돌연 경영 정상화를 언급하며 대표의 경영 역량을 문제 삼는 건 납득하기 어렵다”고 맞선다.

남매 갈등이 격화되자 부친 윤동한 회장이 직접 나섰다. 윤 회장은 최근 콜마그룹 창립 35주년 기념식에서 “콜마홀딩스, 한국콜마로 대표되는 화장품·제약 부문은 윤상현 부회장이, 콜마비앤에이치로 대표되는 건강기능식품 부문은 윤여원 대표가 맡기로 한 판단에는 변함이 없다”며 “창업주로서 직접 조정하고 중재하는 역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콜마홀딩스는 “혈연이 아닌 주주 가치 제고의 원칙을 지킬 것”이라고 맞섰다.

이를 두고 재계에서는 윤동한 회장 보유 지분이 많지 않아 제대로 된 영향력을 미치지 못한다고 분석한다. 윤 회장은 2019년 경영 일선에서 물러나겠다고 밝힌 뒤 28.18%에 달하는 콜마홀딩스 지분을 아들, 딸, 사위 등에게 증여했다. 현재 윤 회장이 보유한 콜마홀딩스 지분은 5.59%에 그친다.

경영권 분쟁 아워홈, 한화로 주인 바뀌어

이번 한국콜마 남매간 경영권 분쟁은 흡사 한국앤컴퍼니그룹(옛 한국타이어그룹) 분쟁과 묘하게 닮아 있다. 지금으로부터 5년여 전인 2020년 6월 당시 조양래 한국앤컴퍼니그룹 회장은 블록딜(시간 외 대량 매매) 형태로 지주사 한국테크놀로지그룹(현 한국앤컴퍼니) 지분 23.59%를 차남 조현범 사장에게 매각했다. 조현범 사장은 기존 지분 19.31%에 더해 총 42.9%를 보유해 경영권을 물려받았다.

이후 남매간 불협화음이 끊이지 않았다. 조양래 회장 장녀 조희경 한국타이어나눔재단 이사장이 2020년 7월 서울가정법원에 조 회장에 대한 성년후견 개시 심판청구를 접수하면서 갈등이 불거졌다. 부친의 주식 매각 결정이 자발적 의사인지 객관적으로 판단해달라는 취지다. 논란이 커지자 침묵을 지켜오던 조양래 회장이 직접 나섰다. “조현범 사장에게 약 15년간 실질적인 경영을 맡겼고 최대주주로 점찍어뒀다”고 못 박았다.

그럼에도 갈등은 가라앉지 않았다. 장남 조현식 부회장과 차녀 조희원 씨까지 장녀 편을 들면서 조현범 사장에게 대항했다. 그러다 2021년 4월 조현식 부회장이 한국앤컴퍼니 대표이사직에서 물러나면서 판세가 조금씩 기울었고, 결국 조현범 회장 체제가 안착했다.

오랜 기간 경영권 분쟁에 휘말리다 아예 다른 기업에 경영권을 넘긴 사례도 있다. 아워홈은 창업주인 故 구자학 명예회장의 자녀들이 10여년간 경영권 분쟁을 벌여오다 한화그룹에 경영권을 넘기는 처지가 됐다.

오너 자녀 간 경영권 분쟁에 휘말린 기업들은 대부분 지분 구조가 취약해 자칫 행동주의펀드 타깃이 될 우려가 크다. 경영권 분쟁에서 밀린 자녀들이 행동주의펀드와 손잡고 얼마든지 경영권 공격에 나설 수 있기 때문이다.

[김경민 기자 kim.kyungmin@mk.co.kr]

[본 기사는 매경이코노미 제2311호 (2025.05.28~2025.06.03일자)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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