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월 4일에만 5차례 장애 발생
금감원, 수시 검사 착수하기도
전산장애 해마다 증가...지난해 94건

지난 4월 키움증권 모바일트레이딩시스템(MTS) ‘영웅문S’ 등에서 발생한 전산장애로 약 124만건이 넘는 투자자 주문이 정상적으로 처리되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장애 지속 시간도 애초 알려진 2시간 30분보다 긴 4시간 25분에 달한 것으로 확인됐다. 이틀 연속 발생한 전산장애에 금융감독원까지 검사에 나서면서, 국내 리테일 투자 시장의 한 축인 키움증권의 시스템 신뢰도가 도마 위에 오른 모양새다.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김현정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이 금융감독원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키움증권의 전산장애는 지난 4월 3일부터 4일까지 총 6차례에 걸쳐 4시간 25분 동안 발생했다. 애초 전산장애는 4월 3일 1시간, 4일 1시간 30분 등 총 2차례에 걸쳐 2시간 30분가량 발생한 것으로 알려졌으나, 실제 오류 시간은 이보다 약 2시간 더 길었던 것이다. 전산장애가 발생한 시간 동안 정상적으로 처리됐거나 단순 지연된 주문을 제외하고, 주문 접수에 실패한 ‘비정상 접수’는 총 124만3154건으로 확인됐다. 총 주문 758만6790건 가운데 접수 실패 비율은 16.3%에 달했다.
해당 전산장애는 미국 정부의 상호관세 발표와 윤석열 전 대통령 탄핵 심판 선고라는 대형 이벤트가 몰린 시점에 집중됐다. 미국 정부의 상호관세 발표 직후 첫 거래일인 4월 3일엔 오전 9시 2분부터 9시 59분까지 약 57분 동안 전산장애가 발생했다. 다음 날인 4월 4일은 윤석열 전 대통령 탄핵 심판 선고일로, 주문량이 급증하며 전산장애가 이어졌다. 구체적으로 ▲오전 8시~8시 11분(약 11분) ▲오전 8시 59분~10시 32분(약 93분) ▲오전 11시 2분~오후 12시 32분(약 90분) ▲오후 2시 48분~2시 52분(약 4분) ▲오후 3시 17분~3시 27분(약 10분) 등 5차례나 반복됐다.

특히 4일 오전 8시 59분부터 10시 32분까지의 시간대에는 무려 62만6943건의 주문이 처리되지 않아 투자자 피해가 극심했다. 전체 주문 중 비정상 접수 ‘비율’이 가장 높았던 시간대는 같은 날 오후 3시 17분부터 3시 27분까지로, 이때는 전체 주문의 26.8%가 접수되지 않았다. 당시 투자자들은 커뮤니티와 고객 게시판을 통해 “매도 주문이 체결되지 않아 손해를 봤다” “장 초반 급등 종목에 진입하지 못했다”며 강하게 반발했고, 일부에서는 집단 소송 움직임까지 감지된 바 있다.
이후 4월 11일까지 키움증권에 접수된 전산장애 관련 보상 민원은 5148건에 달한다. 키움증권은 현재 피해 사례별로 보상 여부를 검토 중이다. 키움증권은 고객 보상에 대비해 최대 30억원의 예산을 편성했으며, 별도로 가입한 ‘전자금융거래배상책임보험’의 보장 한도는 5억3800만원 규모로 알려졌다. 논란이 커지자 금융감독원이 검사에 나섰다. 금감원은 4월 7일부터 키움증권에 대한 수시 검사에 착수했다. 금감원은 전산장애의 원인, 보상 절차, 재발 방지 대책 등을 중점적으로 들여다볼 예정이다.
전산장애는 비단 키움증권만의 문제는 아니다. 증권사 전산장애는 해마다 증가 추세다. 금융감독원이 박상혁 민주당 의원실에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국내 증권사 전산장애 건수는 2020년 60건에서 지난해 94건으로 늘어났다. 같은 기간 전산장애에 따른 피해액은 총 210억원 수준이다. 이번 전산장애 사태가 단순히 한 증권사의 기술적 문제로 끝나서는 안 된다는 목소리가 커지는 이유다.
김현정 의원은 “반복적인 전산장애는 개별 증권사 문제를 넘어 전체 증권 시스템의 신뢰 훼손과 투자자들의 불안 확산으로 이어질 수 있다”며 “자본 시장의 성장이 전산장애를 대비하는 증권 시스템의 투자로 이어져야 하고, 발생한 투자자 피해에 대한 보상 절차 역시 감독당국의 모니터링을 통해 적절히 진행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 매일경제 & mk.co.kr,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