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울 지하철 5호선 광나루역 2번 출구로 나와 조금 걸으면 중소 규모 아파트 단지가 등장한다. 광장신동아파밀리에(2007년 준공, 302가구)다. 단지 앞 삼거리에서 한강변을 향해 들어가니 왼쪽에 중층 아파트 단지가 자리 잡고 있다. 광나루현대아파트(이하 광나루현대, 1996년 준공, 380가구)다. 요즘 광진구에서 상당히 주목받는 아파트 단지 중 하나다.
이유는 두 가지다. 우선 입지.
지난해 광진구에서 가장 유명했던 단지는 바로 분양가 1억원(3.3㎡) 시대를 열었던 ‘포제스한강’이다. 평당 1억원 넘는 아파트였지만 청약 당시 600명 이상(경쟁률 6.1 대 1) 몰려 화제를 모았다. 광나루현대는 포제스한강과 바로 붙어 있다. 포제스한강이 한강변을 향해 길쭉한 모양으로 형성된 입지라면 광나루현대는 포제스한강 뒤편에서 한강 뷰를 만끽할 수 있다. 포제스한강을 제외하면 인근 아파트 단지 중 입지가 가장 낫다는 평가를 받는다.
두 번째는 바로 리모델링 시공사다. 최근 광나루현대 리모델링 조합은 총회를 열고 삼성물산을 시공사로 최종 선정했다. 광나루현대 리모델링은 지하 6층~지상 29층 규모 총 3개동, 437가구와 부대복리시설 등을 조성하는 사업이다. 공사비는 2708억원 규모. 리모델링 후에는 기존보다 57가구 증가한 437가구로 늘어난다.
다른 요소보다 건설 업계 부동의 1위 삼성물산이 참여하는 리모델링 사업이란 점에서 관심을 모았다.
지금까지 리모델링 사업은 중견 건설사 전유물이었다. 최근 들어 대형 건설사도 활발히 들어오는 분위기다. 지난해 삼성물산은 리모델링 특화 평면 브랜드인 ‘EX-유닛(Unit)’을 공개하며 리모델링 사업에도 적극적으로 나서겠다는 의지를 밝혔다. ‘EX-유닛’은 기존 골조를 최대한 유지(Existing)하면서도 공간을 다양하게 확장(Extending)한다는 의미다.
광나루현대 신규 단지 이름은 ‘래미안루시르한강’이다. 스페인어로 ‘빛난다’는 뜻의 ‘Lucir(루시르)’와 단지의 가장 큰 장점인 입지를 강조하기 위한 ‘한강’의 의미를 더했다.
광나루현대가 가진 장점은 한강 조망뿐 아니다.
광나루역 도보 5분 거리 초역세권 단지란 입지적 장점과 함께 학군이 좋은 편이다. 광남초와 광남중, 광남고까지 도보 1분 거리며 광장동 학원가는 도보 5분 거리에 위치했다. 단지 규모는 작지만 이를 상쇄할 수 있는 다른 장점이 많다.
광장동 A공인중개소 관계자는 “포제스한강이나 인근 아파트 단지 시세 등을 고려하면 광나루현대는 리모델링 사업이 성공적으로 마무리될 경우 상당한 가격 상승이 예상된다”고 말한다.
다시 주목받는 광진구
중소 규모 알짜 단지 가격 급등
토지거래허가제 확대 후 서울 아파트 시장이 잠시 소강 상태에 빠진 상황에서 광진구 일대 아파트가 주목받는다. 각종 정비사업이나 도시개발 사업이 본격화되면서 일대 아파트 단지는 국평(전용 84㎡) 기준 20억원 이상 거래가 늘어나고 있다. 특히 한강변 일대에 잇따라 초고가 아파트가 들어설 것으로 예상되면서 인근 구축 아파트 단지도 덩달아 가치가 상승하고 있다.
한국부동산원이 발표한 ‘2024년 3월 전국주택가격동향조사’에 따르면 지난 3월 광진구 아파트 가격은 전월 대비 0.42% 상승한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부동산원 측은 “광진구는 광장동·자양동 주요 단지 위주로 상승했다”며 “재건축 추진 단지 등 주요 선호 단지에서 매수 문의가 꾸준하고 상승 거래가 체결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4월 들어서도 광진구 아파트 가격 상승세는 이어지는 모습이다. 한국부동산원이 발표한 4월 3주(4월 21일 기준) 광진구 아파트 매매 가격은 전주 대비 0.09% 올랐다. 다른 주요 자치구는 가격 상승폭이 주춤했지만 광진구는 전주(4월 2주, 0.08%) 대비 오히려 가격폭이 상승해 눈길을 끈다.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광진구 랜드마크 단지로 꼽히는 광장동 힐스테이트 전용 84㎡는 지난 3월 22억원에 거래되며 신고가를 기록했다. 총 5개동, 453가구로 구성된 이 단지는 5호선 광나루역 초역세권에 광장동 학원가와 가깝다. 광진구에서 가장 선호하는 학교로 꼽히는 양진초, 양진중과 인접했다.
이 단지 전용 84㎡가 처음으로 20억원을 넘긴 것은 지난해 7월이다. 당시 전용 84㎡ 18층 매물이 20억5000만원에 거래된 후 지난해 8월(20억4500만원), 12월(21억2000만원), 올해 1월(20억6000만원) 등 꾸준히 20억원 이상 거래가 이어지고 있다.
올해 3월에는 처음으로 22억원을 돌파했으며 현재 나온 매물의 경우 중고층은 25억원 전후, 저층은 23억~24억원에 호가가 형성됐다. 전용 59㎡ 또한 올해 3월 17억5000만원에 거래되며 신고가를 기록했다.
재건축 단지 중에는 광장극동1차가 전용 84㎡ 기준 20억원 돌파를 목전에 두고 있다. 이 단지 전용 84㎡는 올해 3월 19억원에 거래되며 신고가를 기록했다.
1985년에 지어진 광장극동아파트는 2023년 안전진단을 통과하고 현재 정비구역 지정과 조합설립인가를 준비하고 있다. 1단지와 2단지로 구성된 광장극동은 1344가구인 대단지인 데다 한강과 인접해 광장동의 재건축 대어로 꼽힌다. 학군은 물론 영구 한강 조망이 가능한 단지란 점, 광진구에서 보기 드문 대단지란 점에서 예전부터 많은 주목을 받았다. 가구당 대지지분 또한 1단지는 72.26㎡, 2단지는 47.85㎡로 광진구에서 높은 편이다. 요즘 나온 매물은 전용 84㎡ 기준으로 대부분 20억~21억원에 호가가 형성돼 있다.
광진구 아파트 인기 이유는?
마용성 대비 저평가…학군 수요 몰려
광진구 아파트가 인기 있는 이유는 여러 가지다.
우선 한강 프리미엄이다. 지난해 포제스한강 분양을 계기로 한강 조망이 가능한 광진구 아파트 관심도가 부쩍 높아졌다.
1970년대 베드타운(주거밀집지역)으로 조성된 광진구에는 광장동과 구의동·자양동의 한강변을 중심으로 30년 이상 노후 아파트가 밀집했다. 대부분 중층 이상에 가구당 대지지분이 높지 않아 용적률 상향 조정 등이 없으면 단독으로 재건축 사업을 추진하는 것이 쉽지 않았다.
하지만 포제스한강의 성공적인 분양 이후 광진구 아파트 재건축 사업성을 바라보는 인식이 조금씩 달라지고 있다. 한강 조망이 가능한 단지라면 재건축이나 리모델링 사업 과정에서 충분히 사업성이 있다고 판단하는 투자자가 늘고 있다.
학군 역시 빼놓을 수 없는 요인이다. 서울 3대 학원가인 대치동, 목동, 중계동에 이어 광장동 학군은 서울 ‘제4의 학원가’로 불린다. 광장동 학군은 5호선 광나루역 3, 4번 출구부터 2호선 강변역 일대까지를 일컫는다. 이 중에서도 올림픽대교북단 사거리~광나루역 일대는 배정 초등학교에 따라 크게 ‘광남 학군’과 ‘양진 학군’으로 불린다.
다만 앞으로도 광진구 집값이 3~4월처럼 지속적으로 상승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토지거래허가구역 확대 지정 후 서울 전역에 걸쳐 관망세가 이어지고 있어서다. 조기 대선에 따른 경제와 정책 불확실성이 남아 있는 것도 부담스러운 대목이다.
업계 한 관계자는 “광진구는 마포·용산·성수에 비해 집값이 상대적으로 덜 오른 데다 노후 빌라나 기존 중소 규모 아파트 단지 리모델링, 재건축 등이 속도를 내면서 가격이 많이 올랐다”면서도 “향후 주택 시장은 규제 수준, 대출 여건, 개발 호재 유무에 따라 같은 지역 내에서도 단지별 양극화가 두드러질 것”이라고 말했다.

[강승태 감정평가사]
[본 기사는 매경이코노미 제2308호 (2025.05.07~2025.05.13일자)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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