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생 생활비 아껴 꼬박꼬박 국민연금 부었더니, 기초연금 삭감하네요.” “기초연금 때문에 건보료 9만원이나 더 부담하는 게 정말 화가나요.”
기초연금 감액통지를 받고 당혹감에 휩싸였다는 은퇴자들의 하소연이 본 기자 메일에 잇따르고 있어 이번 시리즈에서는 관련 문제에 대해 짚어볼까 합니다.
분통을 터트리는 이들은 “젊어서부터 일찍이 노후를 준비한 사람들이 결과적으로 불이익을 당하는 게 말이 되냐”는 주장입니다.
지난해 기초연금을 받는 은퇴자 70만명 이상이 국민연금을 수령한다는 이유로 기초연금이 깎인 것으로 파악됐습니다.
![기사 이해를 돕기 위한 사진임. [사진 = 매경 DB]](https://wimg.mk.co.kr/news/cms/202505/04/news-p.v1.20250430.1f116dd61df84d1d8bac4fcc534e64b3_P1.jpeg)
최근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 ‘국민연금 연계감액’ 대상자는 70만 4000명에 달했습니다.
초고령화 사회에 접어 들면서 기초연금과 국민연금을 동시에 받는 노인도 늘어 연계감액 대상자와 감액 금액도 덩달아 증가하고 있다는 게 연금전문가들의 설명입니다.
실제 기초연금 수급자는 지난 2020년 말 566만명에서 지난해 말 676만명으로 19.4% 증가했습니다. 같은 기간 기초연금과 국민연금 동시 수급자도 238만 4000명에서 342만 8000명으로 43.8% 늘었습니다.
연계감액 수급자 비율은 7.5%에서 지난해 말 10.4%로, 첫 두 자릿수를 기록하기도 했습니다.
지난해 총연계 감액금액은 631억원으로 1인 평균 감액금액은 9만원 수준이었습니다. 지난 2020년 1인 평균 감액 수준은 6만 9000원으로 4년 새 30% 이상 껑충 뛴 것입니다.
과거 대선 때마다 기초연금 인상 움직임을 보이는 가운데 그간 국민연금을 성실하게 납입해 온 가입자들은 상대적인 ‘박탈감’을 호소하고 있습니다.
현행 ‘기초연금-국민연금 연계감액’ 독소 조항 때문인데요.
국민연금을 받는 노인의 기초연금액은 국민연금 수령액과 ‘A값’(국민연금 전체 가입자 평균소득의 3년간 평균액)을 반영해 산정합니다. 기초연금 기준연금액의 1.5배를 초과하는 국민연금을 받을 경우 기초연금이 줄어 듭니다.
올해 기준연금액은 월 34만 2510원인데, 이 금액의 1.5배인 월 51만 3765원 초과 시 기초연금 감액 대상이 됩니다. 최대 50%까지 삭감될 수 있습니다.
![기사 이해를 돕기 위한 사진임. [사진 = 연합뉴스]](https://wimg.mk.co.kr/news/cms/202505/04/news-p.v1.20250430.921bcfdde7cc44889fdf60716f33fd32_P1.jpg)
직장인 김모 씨는 “노후준비를 위해 수십년간 아껴서 돈을 부었는데, 되레 이러한 이유로 불이익을 받는다는 게 납득이 안간다”면서 “돈 한 푼 안내고 받는 기초연금이 월 40만원에 육박하는데, 누가 국민연금에 가입하겠느냐”며 불만을 토로했습니다.
복수의 전문가도 “국민연금 가입기간 연계 기초연금 감액, 국민연금 미성숙 등을 감안할 때 기초연금이 앞으로도 계속 인상되면 결국 국민연금 장기 가입 유인이 떨어질 수 밖에 없다”고 강조했습니다.
한편 2023년 말 기준 공시가격 12억원 초과 자가를 보유한 기초연금 수급자도 551가구나 존재합니다. 또 10억원의 자가와 부부 합산 330만원의 근로소득이 있어도 기초연금 수급 대상자입니다.
국민연금이나 공무원연금 등 공적연금으로 인해 건강보험 피부양자 자격을 잃은 31만명(2월말 기준)도 억울하기는 매 한가지 입니다.
이렇게 피부양자에서 제외돼 지역가입자로 전환될 경우 부담하는 평균 월 보험료액은 9만9190원 수준입니다.
특히, 피부양자 자격을 잃은 사람 중 11만6306명(37%)이 ‘동반 탈락자’인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건보당국은 과거부터 부부 중 한명이라도 소득 기준을 초과하면 배우자도 피부양자 자격을 박탈하고 있습니다.
즉 남편이 공적연금으로 월 167만원 이상(연 2000만원 초과)을 받고 아내는 연금 소득이 전혀 없더라도, 남편의 소득 기준 초과로 인해 아내 역시 피부양자 자격을 잃고 지역가입자로 전환됩니다.
경제적 능력이 없는 배우자에게 갑작스러운 보험료 부담을 안겨줄 수 있다는 점에서 불합리하다는 지적입니다. 이는 2단계 개편에 따른 영향인데요.
당시 건보당국은 ‘무임승차’ 논란을 해소하고 형평성을 높이기 위해 피부양자 인정 기준을 강화했습니다.
![서울 시내의 한 건강보험공단 지사. [사진 = 매경 DB]](https://wimg.mk.co.kr/news/cms/202505/04/news-p.v1.20231018.def2e8c1c6d34131aa351293cf3100cc_P1.jpg)
핵심 변경사항 중 하나는 소득 요건이 기존 ‘연간 합산소득 3400만원 이하’에서 ‘연간 합산소득 2000만원 이하’로 대폭 낮춘 것입니다.
여기서 말하는 합산소득은 이자, 배당, 사업, 근로, 공적 연금, 기타 소득 등이 포함되며 개인연금과 같은 사적연금 소득은 제외 됩니다.
이와 달리 재산 기준은 기존대로 유지됐습니다.
재산세 과세표준이 9억원을 초과하거나, 연 소득이 1000만원을 넘고 재산세 과세표준이 5억4000만원 초과하면 피부양자 자격을 잃게 됩니다.
기초노령연금이 기초연금으로 이름이 바뀌면서 선거 때마다 보편적인 방식으로 10만원씩 오르고 있습니다. 대통령 선거 때마다 국가재정은 아랑곳 않고, 표 더 얻으려 꼼수가 작용한 것인데요.
문제는 이 같은 방식은 ‘밑 빠진 독에 물 붓기’가 될 공산이 커다는 것입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도 한국이 기초연금 지급 대상을 축소하고, 지급액을 높이라고 권고 했습니다. ‘선별적 복지’로 전환하라는 의미입니다.
복수의 연금전문가들은 “현재 노인 70%에게 지급되는 기초연금 대상을 40~50%정도로 줄이는 한편 혜택은 늘려 ‘최저소득 보장’ 기능에 집중할 수 있도록 제도를 개선해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이에 국회 연금개혁특위는 앞으로 국민연금은 물론 퇴직·직역·기초연금 등 노후 소득보장 체계를 전반적으로 손질하는 구조개혁 논의에 착수할 계획입니다.
현재 기초연금은 소득이 아니라 ‘노인 비율’을 기준으로 판단하고 있습니다.
향후 소득과 자산이 상대적으로 양호한 베이비붐 세대가 노인층에 진입하면서 노인 70%에게 지급하는 방식이 더는 타당하지 않게 될 것이라는 목소리도 높습니다.
저출산·고령화에 따라 경제활동 인구는 감소하고 노인은 급증하는 상황에서 기초연금 재원은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할 수 밖에 없기 때문입니다.
한국개발연구원(KDI)에 따르면 기초연금 지출액은 현행 제도 유지 시 올해 27조원에서 오는 2050년이면 46조원으로 정점을 찍은 후 오는 2070년이면 43조원이 될 것으로 관측됩니다.
또 2025~2070년 누적 재정지출액이 1905조원에 이를 것으로 예상되고 있습니다.
![[사진 = 연합뉴스]](https://wimg.mk.co.kr/news/cms/202505/04/news-p.v1.20250430.73965e6190a74cce83e6601d08e36897_P1.jpg)
KDI는 ‘기초연금 선정 방식 개편 방향’ 보고서를 통해 현재 노인 소득 하위 70%에게 지급하는 기초연금 방식에서 벗어나 기준중위소득 50%를 기준으로 설정하면 수급 규모를 오는 2070년까지 37% 감소할 것으로 관측했습니다.
또 지출액은 오는 2070년까지 연평균 9조 5600억원 줄어들며 오는 2070년이면 23조원으로 현재보다 47% 감소할 것으로 내다봤습니다.
이에 최근에는 기초연금 대상자를 좁히고 꼭 필요한 대상에게 혜택을 늘려 저소득 노인의 노후 소득보장에 집중해야 한다는 ‘최저소득 보장안’이 힘을 얻고 있습니다.
이와 함께 국회미래연구원은 ‘기초연금의 주요 쟁점 및 제도개선 방안’ 보고서를 통해 “국민연금과 기초연금의 급여 수준이 높지 않은 상황에서 기초연금을 감액하는 것은 노후소득 보장 측면에서 비효과적이고, 국민연금 수급자와 무연금자간 형평성, 국민연금 가입을 저해하는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고 강조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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