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도자의 길로 완성한 붓질을 만난다!

베니스 비엔날레 초청작가인 서양화가 오지윤(62)의 개인전 《해가 지지 않는 바다》가 4월 25일부터 5월 11일까지 서울 예술의전당 ‘한가람 미술관’ 제2전시실에서 열린다. 한국 단색화의 전통을 계승하며 자신만의 독창적인 미학을 구축해온 오 작가의 이번 전시는 예술을 통한 인간 존엄과 회복의 메시지를 공익적으로 풀어낸다.
◇ “빛은 꺼지지 않는다”…희망을 품은 15미터의 바다

전시의 제목이기도 한 대표작 〈해가 지지 않는 바다〉는 가로 15미터에 달하는 대형 회화로, 꺼지지 않는 생의 의지와 희망을 끝없이 빛나는 바다로 상징화했다.
얼핏 단색처럼 보이지만 수만 번의 붓질을 통해 쌓아올린 색채의 결들은 가까이서 보면 대여섯 가지 이상의 색이 미세하게 중첩돼 있다. 화면 전체에 굽이치는 너울 같은 질감은 관람객의 감각을 자극하며, 작품의 깊은 내면성을 직관적으로 전달한다.
◇ 수행의 붓질과 장인정신…단색화의 재해석
오 작가는 삼베 마대에 모델링 페이스트, 자작나무 가루, 차콜 등을 혼합해 거친 바탕을 만들고, 그 위에 한지를 여러 겹 덧대어 내구성과 흡수성을 높인 뒤 채색을 시작한다. 진주가루, 순금박지 등의 재료가 덧입혀진 작업은 장인의 손길처럼 수행적이다. 단색화가 반복과 대량생산으로 비판받아온 기존 틀을 벗어나, 물리적 행위를 넘어선 정신적 몰입과 에너지 흐름으로 전환한 시도다.
“오 작가의 작업은 평면성과 물질성에 갇힌 단색화의 한계를 넘어, 독창적인 현대미술로 재구성된 가능성을 보여준다”-미술평론가 홍가이
◇ 베니스에서 주목…K-단색화의 세계화
이번 전시는 2024년 베니스 비엔날레 외국관 공식 초청작가로 활동한 오 작가의 귀국 후 첫 개인전이다. 본부 큐레이터 나탈리아 그리니우크는 “그의 작품은 한국적 장인정신과 수행이 깃든 조형적 실험의 결과”라고 말했다. 방글라데시관 전시를 시작으로 이탈리아, 스위스, 로마 등 유럽 전역에서 이어진 초청 러브콜이 이어졌다는 후문.
특히 유럽 현지 관람객들의 “눈물이 난다”, “마음이 경건해진다”는 반응은 오 작가의 작업이 현지인의 감정과 영성을 건드린 예술임을 입증했다.
◇ “의도적 여백, 관객의 사유를 위한 공간”
오 작가는 “작품 속 여백은 관람객의 감정을 투영하는 공간”이라며, “수만 번의 붓질 속에서 고통을 치유하고 새로운 생명의 에너지를 발견했듯, 관람객도 각자의 방식으로 삶을 되돌아보며 위로받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전시는 다음달 11일까지 이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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