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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점포율로 살펴본...2025 자영업 트렌드

‘초장기 불황’ 들어선 한국 자영업 인건비 부담…떠나는 ‘투자형 점주’

  • 나건웅
  • 기사입력:2025.04.25 13:02:48
  • 최종수정:2025.04.25 13:02: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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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장기 불황’ 들어선 한국 자영업
인건비 부담…떠나는 ‘투자형 점주’

한국 자영업 시장이 ‘초장기 불황’에 직면했다. 국내 음식·숙박 업종 생산지수는 22개월째 반등하지 못하고 있다. 2000년 통계 작성 이래 최장 기간이다. 고물가 여파로 지갑은 닫혔고 반대로 매장 운영 비용은 급증했다. 인건비와 배달 플랫폼 수수료는 치솟고 자영업자 대출 연체는 늘어만 간다.

찬바람 부는 자영업 시장에서, 예비 창업자는 고민이 깊어진다. 사업 환경 악화로 부담이 늘어난 만큼, 자영업 업종이나 프랜차이즈 브랜드 선택에 더욱 신중에 신중을 기할 필요가 있다.

이럴 때 참고해볼 만한 지표가 바로 ‘다점포’다. 매장을 여러 개 운영하는 이른바 ‘투자형 점주’가 여럿 포진한 브랜드를 살펴보면 선택에 도움이 된다. 경험 있는 자영업 선배가 직접 장사를 해본 뒤 추가 출점을 선택했다는 점에서 검증된 브랜드라고 볼 수 있다.

최근 ‘핫’한 업종도 파악할 수 있다. 투자형 점주가 아무래도 트렌드에 민감하고 발 빠르게 움직이기 때문이다. 이번 다점포 조사에서는 ‘불황형 업종’ 선전이 눈에 띈다. ‘저가커피’와 ‘패스트푸드’가 상대적으로 강세를 보였다. 반면 편의점을 비롯한 여타 업종에선 투자형 점주가 떠나는 양상도 포착됐다.

사진설명

한국 자영업이 장기 불황 국면에 진입했다. 코로나 팬데믹이 한창 때보다 더 안 좋다. 가게 문을 닫는 자영업자가 급증했고 대출 잔액은 최근 5년 만에 300조원 넘게 늘었다.

각종 지표에서 ‘최악’을 달린다. 불황을 못 이겨 장사를 포기하는 이가 속출하고 있다. 지난해 한 해 동안 폐업한 자영업자는 100만명 돌파가 확실시된다. 팬데믹 여파가 최고치에 달했던 2022년 86만명에서 2023년 98만6000명까지 늘었다. 지난해 자영업자 비율은 19.8%로 1963년 통계 작성 이래 처음으로 연간 10%대를 기록했다. 당연히 역대 최저다. 신규 창업 대비 폐업률은 79.4%다. 지난해 가게 10곳이 문을 열 때 8곳이 문을 닫았다는 얘기다.

문제는 올해 여전히 더 큰 위기가 남아있다는 점이다. 내수 시장 척도로 평가하는 ‘숙박·음식점업 생산지수’만 봐도 그렇다. 통계청에 따르면 지수는 2023년 5월부터 지난해 2월까지 22개월 동안 오른 적이 단 한 달도 없었다. 서비스업 생산지수가 집계되기 시작한 2000년 이후 ‘역대 최장 부진’을 이어가는 중이다.

사진설명

자영업자 수는 올해 들어 더 큰 폭으로 줄어드는 모습이다. 지난해 10월 577만명이었던 국내 자영업자는 올해 3월 556만8000명까지 감소했다. 5달 만에 자영업자 20만명이 사라졌다.

빚을 내 연명하던 자영업자도 이제 한계에 다다랐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한 달 이상 원리금을 상환하지 못하고 있는 연체 자영업자 차주는 2021년 말 4만1000명에서 2024년 말 14만8000명으로 3년 새 3.6배 급증했다. 같은 기간 자영업자 대출 잔액은 909조원에서 1064조원까지 늘었다.

국내 프랜차이즈 시장에도 한파가 몰아친다. 특히 한 명이 여러 매장을 운영하는 다점포 점주가 줄어드는 양상이 포착된다. 매경이코노미는 2014년부터 11년째 국내 주요 프랜차이즈 브랜드 ‘다점포율’을 조사해오고 있다. 다점포율은 전체 가맹점 중 다점포 점주가 운영하는 매장이 차지하는 비중을 뜻한다. 다점포율이 높은 브랜드나 업종일수록 점주 만족도가 높다고 볼 수 있다. 조사 결과, 가게를 여럿 운영하는 ‘투자형 점주’는 떠나고 가게 하나로 버티는 ‘생계형 점주’만 남는 모습이다. 인건비 상승으로 100% 직원만으로 운영하는 이른바 ‘오토 매장’ 운영이 어려워진 탓이다. 대부분 프랜차이즈 브랜드에서 다점포 수가 감소하는 추세가 나타나는 분위기다.

‘국내 자영업 양축이라고 볼 수 있는 ‘편의점’과 ‘카페’에서 이런 양상이 더욱 두드러진다. 2014년 30%를 넘었던 편의점 평균 다점포율은 10년 만인 지난해 18.3%까지 떨어졌다. 커피 시장은 더하다. 저가커피를 제외하고 다점포 데이터를 넘겨준 브랜드는 이디야커피가 유일하다. 자기 브랜드에 불리한 수치인 만큼 공개를 꺼리는 탓이다. 팬데믹 전인 2019년만 해도 12개 카페 브랜드가 다점포율 집계에 응했다.

악재가 많고 불확실성이 큰 만큼, 창업에 신중을 기해야 한다는 의견이 힘을 얻는다. 20년 넘게 프랜차이즈 브랜드를 운영해오고 있는 한 대표는 “그동안 포화라고 지적받아온 한국 자영업이 구조조정 국면에 진입했다”며 “현재로선 어떻게든 변동비를 줄이며 버텨내는 게 개인으로서는 최선이다. 범정부 차원의 노력이 필요한 문제”라며 한숨 쉬었다.

[나건웅 기자 na.kunwoong@mk.co.kr]

[본 기사는 매경이코노미 제2307호 (2025.04.30~2025.05.06일자)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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