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9.4%.
2024년 독립 자영업자 신규 창업 대비 폐업률이다. 가게 10곳이 문을 여는 동안 8곳이 문을 닫았다는 뜻이다. 다중채무자면서 저신용·저소득 상태에 빠진 국내 ‘취약 자영업자’는 42만7000명으로 1년 새 3만명 이상 늘었다. 돈을 벌기는커녕, 당장 생존을 걱정하는 사장님이 절대다수가 됐다.

고금리·고물가·저성장 3중고
인력난·배달 부담·소비 변화까지
국내 자영업 시장 침체가 한동안 계속될 것이라는 데 전문가 사이에서 이견이 없었다. 그들이 공통적으로 지목하는 침체 원인은 크게 세 가지다.
첫째, 가장 중요한 내수 경기가 장기 침체에 빠졌다. 팬데믹 당시 시중에 풀린 자금을 다시 회수하는 과정에서 초고금리 시대에 접어들었다. 그 결과 고금리·고물가·저성장이라는 삼중고가 시장을 덮쳤다. 자영업자 대출 이자 부담과 식자재 조달 비용이 증가했고 동시에 가계 소득은 감소했다. 자영업자는 사장님인 동시에 소비자이기도 하다. 소비가 부진할 수밖에 없는 이유다. 노승욱 창톡 대표는 “경기 침체로 장사뿐 아니라 ‘오프라인 소비’ 수요 자체가 줄었다. 한동안 나아질 요인이 없다”며 “이런 상황에선 생계형이든 투자형이든 모든 자영업자가 타격을 입을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둘째, 치솟는 인건비와 인력난이다. 올해 시간당 최저임금은 1만30원이다. 10년 전인 2015년(5580원)에 비해 두 배 가까이 올랐다. 대출 이자·식자재·에너지 비용이 함께 늘어난 가운데 인건비 부담까지 더해진 형국이다.
저출생으로 인구가 매년 줄고 있다는 점도 문제다. 일하는 인구와 소비 인구가 함께 감소하고 있다. 강병오 FC창업코리아 대표는 “고임금·인력난은 자영업 반등을 막는 요인으로 한동안 작용할 전망”이라며 “인건비를 포함한 고정비의 꾸준한 상승은 자영업을 위축시키는 원인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셋째, 소비 행태의 급격한 변화다. 팬데믹 이후 비대면 소비가 일상화되며 온라인 쇼핑과 배달 플랫폼 중심으로 소비 패턴이 재편됐다. 쿠팡·네이버·배달의민족 등 디지털 플랫폼이 빠르게 성장한 반면, 오프라인 자영업자들은 변화하는 소비자 요구에 제대로 대응하지 못해 경쟁력을 잃었다. 젊은 세대를 중심으로 술자리나 대면 모임을 줄이는 ‘소버노믹스(Sobernomics)’ 현상 등 트렌드 변화도 오프라인 소비 위축을 가속화하고 있다. 이정희 중앙대 경제학과 교수는 “자영업 소비와 직결된 모임 자체가 줄었다. 일시적인 현상이 아니라 트렌드 자체가 바뀐 상황”이라며 “외식업 주요 소비자인 청년 인구가 점점 감소하는 만큼, 구조적으로 자영업이 장기 불황에 빠질 수밖에 없다”고 전했다.
기존 대책으로 자영업 못 살려
금융 지원 역부족…‘교육 시스템’ 필요
구조적 한계가 명확한 만큼, 가만히 내버려둬서는 자영업 회복을 기대하기 어렵다. 전문가들은 정부 지원 정책의 강화, 특히 정책 방향을 완전히 틀어야 한다고 강조한다.
현재 정부 지원책 다수는 단기 금융 지원이 대부분이다. 대출 만기 연장이나 장기 분할 상환 같은 식이다. 빚 갚는 걸 미뤄줄 뿐 근본 문제 해결과는 거리가 멀다. 대선 이후 들어설 새 정부는 금융지원 정책을 넘어 구조를 바꾸는 정책을 적극 도입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거센 이유다. 무분별한 창업을 방지하기 위한 정책 필요성이 대두된다. 필요한 건 ‘장사 교육’이다. 강병오 대표는 “예비 창업자가 창업 전에 충분히 현장 실습을 하도록 유도하고, 업종 특성을 미리 경험할 수 있도록 ‘창업 전 실습 프로그램’을 정부가 적극 지원할 필요가 있다”며 “단순 지원보다는 창업의 질을 높이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노승욱 대표는 “창업 전, 같은 업종이나 브랜드에서 성공적으로 사업을 하고 있는 선배 자영업자와 직접 만나면 도움이 된다. 상담을 통해 애로사항이나 장사 꿀팁 같은 현실적인 조언을 들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자영업자가 폐업 이후에도 경제 활동을 이어갈 수 있도록 사후 대책을 강화해야 한다는 주장도 귀담아들을 만하다. 재기를 위한 사회 안전망을 강화하자는 목소리다. 이정희 교수는 “한국에서 폐업은 연착륙이 아닌 ‘경착륙’이다. 경기가 워낙 안 좋고 적자만 늘어나다 보니 대책 없이 폐업하는 경우가 부지기수”라며 “좀비 가게 양산보다는 폐업 자영업자 지원을 늘려 성공적인 재기를 유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디지털 전환’ 지원을 바란다는 의견도 여럿 있었다. 온라인 쇼핑과 배달 플랫폼 등장으로 자영업 역시 오프라인에서 온라인 중심으로 바뀌고 있다. 전통적인 사업 모델과 마케팅만으로는 뒤처질 수밖에 없다. 각종 애플리케이션과 디지털 솔루션을 이용하면 인건비 등 비용 감소에도 도움이 된다. 강병오 대표는 “실전 중심의 온라인 마케팅 교육이나 디지털 매장 관리 시스템 구축 지원이 절실한 시점”이라고 말했다.
금융 지원에 방점이 찍힌 현 정책을 아예 없애서는 안 된다는 주장도 있다. 연착륙을 위해 자영업자를 위한 금융 지원 프로그램도 병행될 필요가 있다. 상환 기간 연장을 넘어 신용 회복 지원 강화 등이 대표적이다. 소상공인진흥공단에서 폐업 컨설턴트로 활동 중인 정예희 어게인 대표는 “채권자가 1곳 이상인 다중 채무 자영업자에게 특화된 채무 조정 프로그램과 저금리 전환 지원이 시급하다. 빚으로 연명하는 자영업자를 더 이상 고금리 악순환에 방치해선 안 된다”고 강조했다.

불황에 살아남는 ‘장사 꿀팁’은
시니어 틈새 공략…개인도 ‘PB’ 제품
자영업자 스스로도 위기 극복을 위한 대책을 세워야 한다. 전문가들은 자영업자 생존 전략으로 크게 3가지를 제시한다.
첫째, 가게 브랜드 경쟁력을 키우라는 조언이다. 단순 ‘가격 출혈 경쟁’에서 벗어나 ‘브랜드 경쟁’으로 전환해야 한다는 데 이견이 없다. 인건비부터 식자재 비용, 금리까지 모든 비용이 오르는 요즘이다. 가격 인하로 승부를 걸면 당장 매출은 오를지 몰라도 이익을 남길 수 없다. 핵심은 차별화다. 최근 떠오르는 시니어 시장 등 틈새 소비자를 공략하거나 지역 특산물을 활용하는 등 맞춤형 메뉴를 내놓는 식이다. 이정희 교수는 “가격만으로 승부를 보려고 해서는 안 된다. 브랜드 경쟁력을 키워 가격 인하 없이도 손님이 찾는 매장이 돼야 한다. 어려운 때일수록 손익 계산을 확실히 하고 본질에 집중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둘째, 온·오프라인을 연계한 매출 다각화다. 매장 내 매출에만 의존하지 말고 온라인 판매와 정기배송, 협업 상품 개발 등 다양한 수익 수단을 확보해야 한다. “PB 상품은 대기업만 만들 수 있는 게 아니다. 소규모 가게라도 소상공인 지원 정책자금을 활용하거나, 유관기관 지원을 받으면 충분히 PB 제품화가 가능하다. 매장 매출에만 의존하면 팬데믹 같은 위기가 다시 찾아올 때 살아남기 힘들다.” 강병오 대표의 분석이다.
셋째, 소상공인 지원 정책의 활용이다. 자영업자를 지원하는 정부 정책 수가 꽤 많다. 지원 대상자임에도 정책을 제대로 알지 못해 혜택을 받지 못하는 이가 부지기수다. 강성민 대한가맹거래사협회장은 “각 지자체나 소상공인진흥공단, 중기부 등 지원기관 사이트를 주기적으로 방문해 자신에게 적합한 지원을 찾는 수고 정도는 들여야 한다”고 말했다.
[반진욱 기자 ban.jinuk@mk.co.kr, 정수민·정혜승 인턴기자]
[본 기사는 매경이코노미 제2307호 (2025.04.30~2025.05.06일자)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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