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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8억 급등…자취 감춘 소형 매물 [전문가 현장진단]

토허제도 못 막는 여의도 집값

  • 강승태 감정평가사
  • 기사입력:2025.04.25 12:16:27
  • 최종수정:2025.04.25 12:16: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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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허제도 못 막는 여의도 집값

여의도가 주요 단지별로 재건축 사업 계획이 속속 윤곽을 드러내면서 다시 한번 부동산 시장에서 주목받고 있다.

지난 3월 말 강남 3구(강남·서초·송파구)와 용산구가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지정되면서 서울 전역 부동산 시장은 잠시 소강 상태다. 반면 4년 넘게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묶여 있는 여의도는 규제에 크게 개의치 않는 모습이다.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서울 아파트 가격은 토지거래허가구역 확대 지정 후 3월 4주(3월 24일 기준) 0.11%, 3월 5주 0.11%, 4월 1주 0.08%, 4월 2주 0.08%로 상승폭이 줄고 있다. 반면 여의도가 속한 영등포구의 경우 4월 2주 0.12% 오르는 등 상승세가 계속되고 있다. 3월 말부터 서울 대부분 자치구 집값이 관망세로 돌아서고 있지만 여의도를 중심으로 한 영등포구 집값 상승은 통계로 잘 드러난다. 강남권 등 다른 지역과 비교해 상대적으로 저평가됐다는 인식이 확산되면서 여의도 상당수 단지가 신고가 행진을 이어가고 있다.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동 공작아파트. (윤관식 기자)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동 공작아파트. (윤관식 기자)

정비계획 지정고시한 ‘진주아파트’

빨라지는 여의도 재건축 시계

서울 지하철 9호선과 신림선 환승역인 샛강역 3번 출구로 나와 여의대방로를 따라 3~4분 걸으니 오른쪽에 허름한 아파트가 눈에 들어온다. 여의도 진주아파트다. 4개동, 376가구로 구성됐으며 1977년 준공해 이미 준공 50년이 다 된 구축 아파트다. 이곳을 시작으로 한양아파트 사거리에서 한강변 사이까지 한양, 삼익, 은하아파트는 물론 대교, 시범 등 여의도를 대표하는 단지로 이어진다. 진주아파트는 여의도 내 업무지구와 주거 지역 사이에서 사실상 관문 역할을 맡고 있다.

지난 4월 3일 서울시는 여의도 진주아파트 정비계획을 지정고시했다. 정비계획 지정고시는 재건축 사업 첫발을 알리는 절차다.

진주아파트 재건축은 부지 면적 1만7228㎡에 최고 57층 아파트 578가구(임대 88가구 포함)와 각종 부대복리시설 등을 짓는 사업이다. 총 사업비는 5472억원에 이른다. 아파트 578가구 중 전용 60㎡ 이하가 172가구, 전용 60~85㎡가 219가구, 전용 85㎡ 초과가 187가구 들어설 계획이다.

진주아파트는 인근 수정아파트 등과 함께 여의도 금융 중심지 지구단위계획구역에 포함됐다. 서울시가 여의도를 금융 중심지로 육성하기 위해 초고층 건축을 허용하면서 제3종일반주거지역에서 일반상업지역으로 상향 조정해 진주아파트 역시 500%가 넘는 용적률을 적용받았다.

해당 단지 토지 절반 가까이 차지했던 제3종일반주거지역은 일반상업지역으로 종상향돼 재건축 후 전체 부지가 일반상업지역이 된다. 용도지역 종상향을 위해선 상당한 규모의 기부채납이 필요하다. 여의도를 포함한 서울 내 재건축 사업장 곳곳에서는 기부채납 시설을 두고 서울시와 갈등을 겪고 있다. 하지만 진주아파트는 ‘공공임대업무시설(외국인전용오피스텔)’을 설립한다는 조건으로 원만히 합의가 이뤄졌다.

진주아파트 조합원 추정 분담금도 공개됐다.

기존 전용 94㎡ 소유자가 전용 84㎡를 분양받을 경우 예상되는 추가 분담금은 약 2억2700만원으로 추정된다. 해당 소유자가 전용 104㎡를 받고 싶다면 추가 분담금은 약 5억800만원, 전용 59㎡를 분양받을 때 약 7000만원을 받을 수 있다. 아직 확정된 것은 아니지만 130가구 규모 일반분양 가격은 전용 59㎡ 17억7600만원(3.3㎡당 7099만원), 전용 84㎡ 23억4600만원(3.3㎡당 6761만원) 수준으로 전해진다.

조합원 중 상당수가 전용 84㎡와 전용 104㎡를 선호하는 것으로 알려진 만큼 일반분양 물량은 전용 59㎡ 위주로 나올 것으로 예상된다. 현재 진주아파트는 재건축추진위원회 단계로 올해 안에 조합설립을 목표로 하고 있다.

정비계획 지정고시와 함께 진주아파트 가격은 가파르게 상승 중이다. 지난 3월 전용 63㎡는 22억7000만원에 거래되며 신고가를 썼다. 같은 면적 종전 최고가는 2021년 4월 15억1000만원이었으나 4년 만에 7억원 넘게 올랐다.

소형 면적은 더욱 거래가 활발하다. 전용 48㎡는 올해 들어 매달 1~2건 이상 거래되고 있다. 진주아파트 규모(376가구)를 감안하면 거래가 많은 편이다.

다른 여의도 단지도 사업에 속도

공작·한양 연내 사업시행인가 가능할까

다른 여의도 노후 단지도 재건축 속도를 내고 있다. 여의도 재건축 단지 중 사업 속도가 가장 빠른 곳은 이미 시공사를 선정한 공작아파트와 한양아파트다.

‘여의도 1호 재건축’ 단지가 될 것이 유력한 공작아파트는 지난 2023년 시공사로 대우건설을 선정했다. 공작아파트는 1만6857㎡ 부지에 지하 7층~지상 49층 3개동 570가구 규모로 재탄생한다. 대우건설은 공작아파트에 ‘써밋더블랙에디션’이라는 단지명을 제안했다.

588가구로 구성된 한양아파트 조합도 지난해 현대건설을 시공사로 선정하고 발 빠르게 움직이고 있다.

대교·시범아파트 등은 연내 사업시행인가를 목표로 삼았다. 대교아파트는 재건축 사업시행계획인가를 위한 통합심의안을 통과시켰다. 이 단지는 서울시 신속통합기획 자문과 정비계획을 동시에 진행하는 자문 사업이 처음 적용되는 사업장이다.

여의도 재건축 단지 중 최대 규모로 여의도 랜드마크 단지가 될 것으로 기대되는 시범아파트는 올해 2월 재건축 정비구역·정비계획 결정 변경안을 고시했다. 2021년 서울시 신속통합기획 대상지로 선정된 지 4년 만이다. 이곳은 최고 65층, 2473가구 규모로 재탄생할 계획이다. 내년 사업시행인가를 받아 2031년 입주가 목표다.

여의도에서 동시다발적으로 재건축 사업이 진행되면서 대부분 단지 가격은 가파르게 상승 중이다. 국토교통부 실거래가공개시스템과 아실에 따르면 지난 3월 15일부터 한 달 동안 여의도동 구축 단지에서 총 31건 거래가 이뤄졌다. 이 중 절반 이상인 18건이 종전 최고가를 뛰어넘은 ‘신고가’ 거래다.

사업 속도가 빠른 공작아파트는 지난 3월 19일 전용 126㎡가 31억원에 거래됐다. 전용 126㎡는 같은 면적 매물은 지난 2021년 4월 23억8000만원에 거래된 후 4년이 지난 올해 1월 30억원에 매매된 바 있다. 이번에는 또 2개월 만에 또 1억원 올라 결과적으로 약 4년 만에 7억원 상승했다. 호가는 대부분 35억원 전후로 형성됐다.

한양아파트는 지난 3월 전용 105㎡가 28억8000만원에 거래됐는데 직전 거래인 지난해 7월(18억)과 비교해 10억원 이상 올랐다. 같은 면적 호가는 30억원 이하 매물을 찾아보기 어렵다.

여의도 일대 재건축 단지 가격이 급등하고 있는 이유는 분명하다. 강남구나 서초구 등 아파트 가격이 워낙 많이 오르다 보니 상대적으로 여의도 단지는 저평가됐다는 인식이 깔려 있다. 강남 3구와 용산구 토지거래허가구역 지정 이후 갈 곳 잃은 자금이 재건축 추진 속도가 빠른 여의도로 쏠리고 있다는 분석도 설득력 있게 들린다.

여의도동 A공인중개소 관계자는 “여의도는 예전부터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묶여 실거주 의무가 있었지만 재건축 사업 윤곽이 드러나기 시작한 지난해 연말부터 꾸준히 문의가 이어지고 있다”며 “토지거래허가구역 확대 이후 반포, 한남, 여의도를 놓고 저울질하던 투자자들이 재건축 추진 속도가 빠른 여의도에 주목하고 있다”고 말한다.

다만 앞으로도 여의도 재건축 단지 가격이 지난 6개월처럼 오를지는 지켜볼 필요가 있다.

재건축 단지들은 정책에 민감하게 반응한다. 조기 대선 정국이 막 오른 상황에서 지금까지 규제 완화 정책은 사실상 올스톱됐다. 차기 정부가 어떤 부동산 정책을 펼치느냐에 따라 재건축 사업에 큰 영향을 줄 수 있다.

여의도는 지난 몇 년 동안 재건축 사업이 사실상 중단되면서 다른 지역보다 가격이 더디게 움직였지만 지난해 말부터 가격이 큰 폭으로 오르고 있다. 여의도 재건축 단지 대부분은 사업 초기 단계로 향후 정책 변화에 민감하게 반응할 수 있다.

사진설명

[강승태 감정평가사]

[본 기사는 매경이코노미 제2307호 (2025.04.30~2025.05.06일자)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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