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신혼부부와 출산가구를 중심으로 청약을 통한 ‘내집마련’ 문턱이 크게 낮아졌다. 2살 미만 아이가 있는 신생아가구는 공공주택 분양 때 일반공급 물량의 50%를 먼저 공급받는다. 이미 한 차례 특별공급을 받은 가구가 지난해 6월 이후 자녀를 출산한 경우 특공 청약 기회가 한번 더 주어지는 등 신혼부부·출산가구에 유리한 요건이 여럿 신설됐다.
국토교통부는 신혼부부·출산가구에 대한 주택 공급을 확대하는 내용을 담은 ‘주택 공급에 관한 규칙’ ‘공공주택 특별법 시행규칙 및 행정규칙’ 개정안을 3월 31일부터 시행했다. 지난해 6월 정부가 발표한 ‘저출생 추세 반전을 위한 대책’의 후속 조치다.
개정안의 핵심은 신혼부부와 출산가구에 더 많은 주택을 공급하는 것이다.
이에 따라 앞으로 2세 미만 자녀가 있는 신생아 가구는 뉴홈(공공분양)에서 기존 특별(우선)공급 외 일반공급 물량 중 50%를, 공공임대에서 전체 공급 물량의 5%를 먼저 공급받을 수 있다. 민영주택 특별공급 물량도 늘었다. 민영주택의 경우 신혼부부 특별공급 물량을 기존 18%에서 23%로 확대하고, 신혼부부 특별공급의 신생아 우선 공급 비율도 20%에서 35%로 상향했다.
청약 기회도 확대됐다. 지난해 6월 19일 이후 출산한 자녀가 있는 가구라면 과거 한 차례 특별공급을 받았더라도 신혼·다자녀·노부모 부양 유형에 한 해 한 번 더 특별공급에 청약할 수 있다. 즉 특별공급 자격이 초기화되는 셈이다. 특히 신혼부부의 경우 특별공급은 혼인신고일부터 무주택인 경우에만 받을 수 있었지만, 앞으로는 입주자 모집공고일에 가구 구성원이 모두 무주택이기만 하면 신청할 수 있게 됐다. 즉 기존에는 혼인신고일부터 입주자 모집 공고일까지 계속 무주택이어야 했지만 바뀐 제도에 따르면 입주자 모집 공고일 기준으로만 주택을 보유하지 않으면 되기 때문에, 혼인신고 후 주택을 보유했다 처분한 경우 등이 혜택을 볼 수 있다.
같은 맥락에서 결혼 전 주택 청약에 당첨된 이력이 있더라도 결혼 후 다시 청약에 도전할 수 있다. 미혼 때 주택 청약에 당첨된 이력 때문에 결혼 후 신혼부부 특별공급 주택을 청약할 수 없는 불이익을 없앤 덕분이다. 공공분양주택 일반공급에서 맞벌이 가구는 도시근로자 월평균 소득 200%(올해 3인 가구 기준 1440만원)까지 청약 신청할 수 있도록 소득 기준을 완화했다.
이외에 지난해 4월부터 부부가 같은 아파트 특별공급에 대해 동시에 청약 신청을 넣을 수 있게 된 점도 눈여겨보면 좋다. 기존에는 부부가 같은 아파트 특별공급에 청약할 수 없었다. 중복 청약 자체만으로 부적격 처리됐지만 지난해 4월부터는 부부가 각각 지원해 당첨 확률을 조금이라도 높일 수 있게 됐다. 만약 두 사람 모두 당첨될 경우 먼저 청약을 신청한 사람의 당첨이 인정된다.
지난 2월 새로 선보인 ‘청년주택드림대출’도 신혼부부의 내집마련에 쏠쏠한 보탬이 될 것으로 보인다. 이 대출은 청년주택드림청약통장과 연계된 게 특징이다. 청년주택드림청약통장을 이용해 청약에 당첨되면 분양대금의 최대 80%까지 2%대 낮은 금리로 대출해주는 상품이다. 물론 청약은 당첨이 어렵다고는 하지만 당첨되기만 하면 시중금리의 절반 수준에 대출을 받을 수 있는 만큼 요건만 맞는다면 보험 삼아 가입해두는 것이 좋다.
물론 조건은 있다. 일단 청년주택드림청약통장에 가입한 기간이 1년을 넘어야 한다. 또 대출 시점까지 청약통장에 1000만원 이상 납부한 실적이 있어야 한다. 청년주택드림청약통장은 연소득 5000만원 이하인 19~34세 무주택 청년만 가입할 수 있다. 또 청년주택드림대출은 분양가 6억원 이하, 전용 85㎡ 이하 주택에만 대출해준다. 주택가액에 제한이 있는 만큼 서울 민간 분양 단지가 대출 대상이 되긴 어렵다. 서울 민간 분양 단지는 전용 59㎡도 분양가가 10억원을 넘기는 곳이 많아서다. 하지만 수도권 공공택지에서 나오는 공공분양 물량은 대상이 될 곳이 많다.
청약이 아닌 일반 매매로 내집마련에 나선다면, 동시에 출산 계획이 있다면 2024년부터 시행 중인 신생아특례대출 혜택을 잊지 말고 챙기자. 신생아특례 대출은 대출 신청일 기준으로 2년 내 출산·입양한 무주택가구나 1주택가구(대환대출)가 주택 구입 자금을 저금리로 빌릴 수 있는 제도다. 주택가액 9억원 이하, 전용 85㎡ 이하 주택에 대해 최대 5억원까지 대출받을 수 있다. 연소득 요건은 부부 합산 1억3000만원 이하였는데 지난해 12월부터 ‘2억원 이하’로 완화됐다. 고소득 부부의 대출 신청이 몰리면서 지난해 12월 대출 신청액(1조686억원)이 전월(11월 7998억원)보다 33.6% 급증하기도 했다.

공공임대·장기전세도 혜택
‘미리내집’ 신혼부부에 문턱 낮아져
한편 당장 내집마련을 할 여건이 안 되는데 출산을 계획 중이라면 공공임대주택으로 눈을 돌려봄직하다.
공공임대주택 잔여분을 재공급할 때는 예비 입주자 중 신생아가구에게 먼저 기회를 준다. 전체 예비 입주자를 대상으로 추첨하던 것을 대폭 축소해 전체 모집 물량의 30% 범위에서 신생아가구에 우선권을 주고 나머지를 추첨하는 방식으로 개선된다.
또 현재 영구·국민·행복주택 임차인은 재계약 기준이 되는 소득이나 자산 요건을 충족하지 못하면 퇴거하거나 1회에 한해서만 재계약을 할 수 있는데, 앞으로는 거주 중 출생한 자녀가 있으면 해당 자녀가 성인(만 19세)이 될 때까지 재계약을 할 수 있다. 또 2세 미만 자녀(태아 포함)가 있는 임차인은 공공주택사업자가 같은 시도 안에 공급하는 다른 공공임대주택의 더 넓은 면적으로 이동할 수 있다.
시세보다 저렴하게 최대 20년간 거주할 수 있는 ‘장기전세주택’ 입주를 신청할 수 있는 소득 기준도 넓어진다. 맞벌이 가구는 도시근로자 월평균 소득 200%(4인 가구 기준 1700만원)까지 신청할 수 있다. 과거 기준은 150%였다. 자산 기준은 부동산과 자동차 외 금융자산을 포함한 ‘총자산가액’으로 산정한다. 단, 여기서 소득 기준은 아파트 면적별로 조금씩 다른 만큼 청약 전 확인이 필요하다.
마침 서울시가 최근 장기전세주택2 격인 ‘미리내집’ 공급에 나섰는데 계약 종료 시점에 분양 전환이 불가능했던 기존 장기전세주택과 달리 미리내집은 최장 20년까지 산 뒤 시세의 80~90% 가격에 해당 아파트를 구입할 수 있는 ‘우선매수청구권’이 부여돼 관심을 가져볼 만하다. 분양전환형 공공임대주택과 비슷하다고 생각하면 된다. 신혼부부 입주 기회를 넓히기 위해 무주택 가점 기준은 폐지하고 서울시 연속 거주 기간, 청약저축 납입 횟수로 가점을 부여한다. 연속 거주 기간 10년 이상, 주택 청약저축 납입 횟수 120회 이상이면 만점이다.
서울시와 SH공사가 지난 4월 24~25일 공급한 미리내집 367가구 면면을 살펴보면 입지가 좋은 곳이 꽤 많다. 강동구 ‘올림픽파크포레온’ 전용 49~59㎡ 22가구는 면적에 따라 전세금 3억5250만~4억2375만원에, 광진구 ‘롯데캐슬이스트폴’ 전용 59~82㎡ 57가구는 전세금 4억5375만~6억원에 공급됐다. 지난해 준공돼 최고 청약 경쟁률을 보였던 ‘래미안원펜타스’에서는 전용 59㎡ 미리내집이 전세가 9억7500만원에 공급되기도 했다.
[정다운 기자 jeong.dawoon@mk.co.kr]
[본 기사는 매경이코노미 제2307호 (2025.04.30~2025.05.06일자) 기사입니다]
[Copyright ⓒ 매경이코노미.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 매일경제 & mk.co.kr,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