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짝퉁 다이소’ 꼬리표 떼고 ‘환골탈태’
캐릭터IP 무기로 韓시장 재진출
10대부터 2030세대까지 고객층 다양
생활용품보단 캐릭터 굿즈 중심
“중국 브랜드 진출에 국내 기업들 촉각”
지난 22일 방문한 서울 종로구 혜화역 인근 미니소 매장. 매장 입구에서부터 스누피, 미니언즈, 스티치 등 다양한 캐릭터 인형들이 반겼다. 왼편에 마련된 ‘해리포터’ 굿즈 섹션에는 직접 모자를 써보거나 사진을 찍는 10대들이 몰려있었다. 한쪽에선 부모님 손을 잡은 어린아이가 ‘위베어베어스’ 인형을 들고 계산대로 향하는 모습도 보였다.
중국 생활용품 브랜드 미니소가 한국 시장에서 철수한 지 3년 만인 지난해 12월 다시 돌아왔다.
미니소는 과거 가성비 생활용품점 콘셉트를 잡아 ‘짝퉁 다이소’라는 꼬리표가 붙으면서 한국 시장을 떠나게 됐다. 그러나 이번엔 ‘캐릭터 특화’를 무기로 다시 도전장을 내밀었다.
미니소는 중국 광둥성을 기반으로 2013년 예궈푸 회장이 창업한 브랜드다.
일본의 라이프 스타일을 표방하며 다이소처럼 가성비 있는 생활용품을 판매했었다. 그러나 미니소는 유니클로의 로고, 무인양품의 품목, 다이소의 가성비 등을 베꼈다는 의혹에 시달렸고, 이는 곧 수익성 악화로 이어졌다.
결국 기존의 콘셉트를 버리고 캐릭터 IP(지식재산권)와 협업하는 쪽으로 비즈니스 모델을 전환하게 됐다.
캐릭터를 전면에 내세운 미니소는 해리포터, 디즈니, 스누피 등 전 세계적으로 유명한 150개 이상의 IP와 파트너십을 맺고 판매 품목을 확대했다.
이같은 미니소의 비즈니스 모델 전환은 성공적이었다. 미니소의 작년 3분기 누적 매출은 123억위안(약 2조5000억원)으로 전년 동기보다 23% 증가했다.
미니소는 이 기세를 몰아 앞으로 5년간 매년 900~1100개의 매장을 새로 열겠다고 했다. 한국 시장 재진출도 이같은 해외 점포 확장 전략의 일환으로 보인다.
매장에는 캐릭터 굿즈가 한가득이었다. 1000원대 필기구부터 2만원대 인형까지 다양한 캐릭터 상품들이 진열돼 있었다.
다만 생활용품은 많은 비중을 차지하지 않았다. 과거에는 저렴한 생활용품을 중심으로 갖춰져 있었지만, 이제는 욕실용품, 뷰티 제품, 액세서리 정도만 매장 한쪽에 조그맣게 구비돼 있었다.
또한 미니소는 다이소와 다르게 화장품을 판매하지 않았다. 최근 다이소가 저가 화장품 품목과 브랜드를 급속도로 늘리며 적극적으로 확장하는 것과는 대조적인 모습이었다.
미니소 매장에는 캐릭터를 좋아하는 10대 초중반의 어린 고객들이 대부분이었다. 아기자기한 제품에 시선을 빼앗긴 10대들은 이것저것 만져보며 구경하고 있었다. 이들 사이에는 동심으로 돌아간 2030 키덜트족들도 더러 있었다.
가장 인기가 많은 캐릭터는 단연 해리포터였다. 20·30세대에게는 어릴 적 추억을 회상케 하는 향수로서, 10대들에게는 신선함을 주기 때문이다. 최근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중심으로 미니소에 해리포터 굿즈를 판매한다는 글이 급속도로 퍼지면서 누리꾼들 사이에서 화제가 됐다.
이날 매장에서 만난 30대 커플은 “해리포터 시리즈를 어릴 적부터 보고 자라서 친근하게 느껴진다”며 “몇 가지 상품을 골라 커플템으로 맞추려고 한다”고 말했다.
친구들과 삼삼오오 짝지어 매장을 방문한 A(16)양은 “부모님과 일본 유니버셜스튜디오를 방문한 적이 있는데 그때 해리포터를 알게 됐다”며 “우리나라엔 해리포터 상품이 없는 줄 알았는데 미니소에는 종류가 많아서 한 번 와봤다”고 말했다.
캐릭터 굿즈의 질이 생각보다 낮아서 구매하기 꺼린다는 손님도 있었다.
20대 B씨는 “편견일 수 있지만 중국 브랜드라서 그런지 제품 퀄리티가 별로라 마음이 내키지 않는다”며 “미묘하게 허술한 느낌이 든다”고 말했다.
매장이 대학로에 자리 잡은 터라 연극을 보러온 방문객들의 유입이 많았다. 특히 미니소 매장 옆에 소극장이 있는데, 연극을 보려는 방문객들이 길게 줄을 지어 섰다. 이들 중 일부는 시간을 때우기 위해 미니소를 찾았다.
이날 미니소 매장 앞에서 만난 한 20대 커플은 “연극을 보러왔다가 시간이 좀 떠서 구경하러 왔다”며 “다이소인 줄 알고 왔는데 캐릭터 천국이라 놀랐다”고 말했다.
업계에선 알리, 테무 등 중국 전자상거래(C커머스)의 한국 진출에 이어 중국 브랜드들이 공격적으로 국내 시장에 진입하고 있어 걱정스럽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미니소는 대학로로 이어 홍대와 건대입구역에 신규 매장 개설을 준비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업계 관계자는 “미니소가 캐릭터 굿즈를 앞세워 콘셉트를 바꾼 건 참 좋은 선택”이라면서도 “미니소의 한국 재진출에 대해 업계에서도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고 말했다.
[ⓒ 매일경제 & mk.co.kr,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