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의 강남’으로 통하는 송도국제도시 집값이 연일 내림세다. 지난해 대출 규제 강화, 계엄·탄핵 정국으로 매수 심리가 얼어붙은 데다 지역 내 공급 과잉까지 겹치면서 매물이 쌓인 때문이다. 아파트값은 고점의 반 토막 수준으로 하락한 사례도 나왔다.
송도국제도시가 위치한 인천 연수구 아파트값은 지난해 10월부터 내림세를 이어오고 있다.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1월 둘째 주 연수구 집값은 전주보다 0.08% 하락했다. 지난해 10월부터 15주 연속 내렸는데, 이 기간 누적 변동률은 0.73% 하락이다. 인천에서는 연수구(-0.08%)·남동구(-0.13%)가 높은 하락률을 보였다. 같은 기간 서울(0.58%), 경기(0.12%) 집값이 상승하며 수도권 집값이 0.19% 오른 것과 대비되는 행보다. 이 기간 지방 5대 광역시 집값이 0.71% 내렸다. 연수구 집값은 수도권이지만 지방보다 더 떨어진 셈이다.
국토교통부 실거래가공개시스템에 따르면 연수구 송도동 ‘더샵송도마리나베이(3100가구)’ 전용 84㎡C는 지난 1월 4일 5억9500만원(2층)에 손바뀜됐다. 비슷한 저층 매물(전용 84㎡B)이 지난해 11월 7억3000만원(3층)에 거래된 것과 비교하면 시세가 1억3500만원 내렸다.
더샵송도마리나베이 전용 84㎡는 부동산 시장이 한창 호황이던 2022년 12억4500만원(12층)에 최고가를 기록한 바 있다. 2020년 입주한 준신축 대단지 아파트인데도 실거래 가격이 고점 대비 절반 아래로 하락한 것. 송도동 A공인중개사사무소 관계자는 “최근 호가는 7억원 초반~7억원 후반대에 넓게 형성돼 있는데 매도가 급한 집주인은 6억5000만원에도 매물을 내놨다”고 말했다.
송도국제도시에는 아파트값이 최고점 대비 절반 수준으로 내려오거나 수억원씩 하락한 단지가 이외에도 여럿이다.
‘더샵센트럴파크1차(729가구)’ 전용 96㎡는 지난 1월 8일 직전 거래가 9억원(39층)보다 3억원가량 낮은 6억2000만원(19층)에 손바뀜했다. 이 아파트 최고가가 12억원(27층·2022년 5월)이었던 점을 고려하면 시세가 절반 수준으로 내려앉았다. 2013년 입주한 ‘글로벌캠퍼스푸르지오(1703가구)’ 전용 101㎡도 한때 12억4500만원(33층·2021년 8월)에 달했던 가격이 최근 8억원(10층)으로 내려왔다. 2022년 3월 9억원(24층)에 최고가를 찍었던 ‘송도오션파크베르디움’ 전용 75㎡는 올 1월 21일 5억6000만원(8층)에 주인을 찾았다. 3년 만에 매매 가격이 3억4000만원 추락했다.
송도국제도시 아파트값은 한동안 약세를 이어갈 곳으로 보인다. 최근 인천 곳곳에 새 아파트가 여럿 들어선 만큼 한동안 공급 과잉을 벗어나기 어려운 탓이다.
부동산 빅데이터 플랫폼 아실에 따르면 인천시에는 2022년 4만2137가구, 2023년 4만2413가구, 2024년 2만4848가구가 입주했다. 인천 적정 수요가 연 1만5000가구 내외로 평가되는 점을 고려하면 매년 훨씬 많은 물량이 쏟아진 셈이다. 올해도 인천시에는 2만2553가구가 입주 예정이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주인을 찾지 못한 채 나와 있는 매물도 증가세다. 아실에 따르면 1월 24일 기준 연수구 송도동 매물은 6509건으로 1년 전(4987건)보다 30.5% 늘었다.
한 부동산 전문가는 “송도는 인천에서도 주거 선호도가 높은 지역이지만 대출 규제 여파에 그간 공급도 많았던 탓에 한동안은 매물이 쌓이고 거래는 위축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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