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재 정부와 기업 모두 AI(인공지능)기술 개발에 전력을 다하는 것은 향후 글로벌 빅테크 기업의 성장이 AI의 발전과 그 궤를 같이하기 때문이다. 특히 AI기술을 근간으로 개발된 ‘챗봇(Chatbot, 대화형 컴퓨터 프로그램)’의 활성화와 기술력은 직접적인 AI의 기술 척도라고 전문가들은 말한다. 지난 8월 22일 앱 통계 분석 플랫폼 ‘모바일인덱스’에 따르면 특히 오픈AI의 챗GPT의 국내 DAU(Daily active users)는 333만 6,563명(8월 18일 기준)으로 집계됐다.

#1 미국 IT 기업 ‘퍼스트페이지세이지FirstPage-Sage’는 지난 2월 말 2024년 글로벌 생성형AI 시장 점유율을 발표했다. 그 결과 오픈AI의 ‘챗GPT’가 약 60%의 점유율로 1위, 다음은 MS의 ‘코파일럿’ 14.4%, 3위 구글의 ‘제미나이’ 13.5%로 나타났다. MS 코파일럿에 사용된 ‘거대언어모델LLM’은 GPT-4 시리즈로 이를 챗GPT 점유율에 포함시키면 74.2%에 달했다.
국내 생성형 AI 구독서비스 시장에서도 챗GPT가 압도적인 위치를 점하고 있다. AI 기반 리서치&경험 분석 플랫폼 ‘오픈서베이’가 발표한 ‘구독서비스 트렌드 리포트 2025’에 따르면, 생성형 AI 유료구독자 중 83.3%가 챗GPT를, 다음은 퍼플렉시티가 16.3%, 제미나이가 13.0%의 구독률을 기록했다.
#2 2022년 11월 출시된 챗GPT는 5일 만에 사용자 100만 명을 돌파했다. 그리고 2023년 1월 월간 사용자 1억 명, 2025년 2월 주간 활성 사용자 4억 명을 돌파한 데 이어 2025년 말 예상 사용자 수가 10억 명에 이를 것으로 보인다. 챗GPT의 출시는 인간이 개발한 그 어떤 기계보다 더 큰 파급력과 새로운 패러다임을 제시했다. 기계가 인간 고유 영역을 대신하고 언어를 통해 사고하는 챗GPT는 이후 향후 글로벌 기술 패권의 향배가 AI의 개발과 속도에 달려 있음을 시사했다.

#3 “최근 ‘AI 정신병’으로 고통받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 MS의 AI 책임자 무스타파 술레이만의 말이다. 지난 8월 20일 영국 BBC는 술레이만의 말을 인용하며 이 증상은 “AI 챗봇에 지나치게 의존해 상상 속의 것을 실제라고 믿게 되는 현상”이라고 보도했다. 즉 ‘AI가 자신을 사랑한다’거나, ‘초능력을 얻었다’고 믿는 증상이다. BBC 인터뷰에서 스코틀랜드 출신 휴(가명)는 직장에서 부당해고를 당했고, 이를 해결하기 위해 챗GPT를 사용했다. 처음에는 실질적 조언을 받았지만, 휴는 자신이 곧 백만장자가 될 것이라고 믿게 된다. 챗GPT는 부당해고 경험을 책과 영화로 만들면 500만 파운드, 약 9,400억 원 이상을 벌 수 있다고 말했다. 이후 휴는 자신이 특별한 존재라고 믿게 됐고, 현실 감각을 잃어버렸다고 한다. 술레이만은 ‘기업들이 AI가 의식을 가지고 있다고 사용자에게 암시를 주어서는 안 된다’라고 말했다.
지난 8월 22일 이재명 대통령은 제1회 국가과학기술자문회의를 주재하고 2026년 R&D 예산으로 35조 3,000억 원으로 편성했다. 특히 AI기술 주도 성장을 핵심 성장전략으로 제시하며 소버린AI, 피지컬AI, ‘범용인공지능AGI’ 등 R&D에 집중하고 2030년까지 첨단 GPU를 5만 장 이상 확보할 계획이다.
먼저 정부는 ‘소버린AI 프로젝트’를 통해 2027년까지 차세대 AI파운데이션 모델을 완성하기 위해 5개 컨소시엄을 선발했다. 5개 팀은 네이버클라우드, LG AI연구원, 업스테이지, SK텔레콤, NC AI이다.
네이버클라우드는 텍스트, 음성, 이미지, 비디오 등 통합 옴니 파운데이션 모델을 개발해 이른바 ‘AI에이전트 마켓플레이시’, AI 생태계 조성에 나선다. LG AI연구원은 ‘엑사원’ 시리즈에 기반한 멀티모달 기술을 바탕으로 글로벌 수준의 프론티어 AI 개발이 목표다. 업스테이지의 AI모델 ‘솔라 프로2’는 글로벌 AI 분석 기관 ‘아티피셜애널리시스의 지능지표에서 10대 프런티어 모델 개발사로 선정되었다. SK텔레콤은 A.X(에이닷엑스) 등 자체개발 AI모델을, 게임업체 NC AI는 생성형 AI ‘바르코’를 제작했는데 바르코는 게임 캐릭터 대사를 자동 생성, 혹은 게임 아이템 디자인에 AI 적용하는 등의 기술이다.

이처럼 정부와 기업들 모두 AI기술 개발에 전력을 다하는 것은 향후 글로벌 IT와 테크 기술이 AI 발전과 그 궤를 같이할 것이기 때문이다. 특히 AI기술을 근간으로 개발된 챗봇의 활성화와 기술력은 직접적으로 AI의 기술 척도라고 전문가들은 분석한다. 최근 공개 직후 완성도 논란이 있었지만 오픈AI GPT-5는 세계적으로 최근 주간 이용자가 7억 명을 돌파했고 유료 구독자도 500만 명을 넘어섰다. 교육, 검색, 리포터 작성 등등에서 챗GPT는 상시 사용하는 ‘범용 웹사이트’가 되었다.
물론 그 폐해도 있다. 대학에서 리포터나 논문을 챗GPT를 이용해 작성하거나, 영화나 드라마 대본을 쓰고, 또 범죄자가 판사에게 반성문을 쓰는 일도 종종 일어났다. 또 일부 학생들은 챗GPT의 답을 믿고 선생님의 오답처리를 인정하지 못하고 항의하는 일도 벌어졌다.
물론 챗GPT가 ‘완벽한 답’은 아니다. 검색에서도 키워드를 중심으로 오류 정보를 사용자에게 제공하기도 한다. 하지만 이를 수정하고 보완하는 기술 발전의 속도는 생각보다 빠르다. 오픈AI는 챗GPT를 이용한 논문, 리포터 등을 가려내는 기술을 이미 개발했다. 사용자들도 챗GPT의 정보 정확성을 다시 챗GPT에게 검증받는 ‘이중 체크’를 이제 해야 한다는 뜻이다.
AI는 직장에서도 그 위력을 발휘하고 있다. 한국은행이 8월 18일 직업 분포에 따른 5,512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AI의 빠른 확산과 생산성 효과: 가계조사를 바탕으로’ 보고서에서는 국내 근로자 중 생성형 AI를 한 번이라도 사용해 본 사람이 63.5%에 달했다. 또 51.8%가 업무 목적으로 사용한 경험이 있고, 정기적 사용자 비중도 17.1%에 달한다. 그리고 주당 5~7시간을 AI를 활용했다. 이는 업무 시간의 약 16%로 그 비중이 작지 않다.
활용 분야는 정보 검색과 요약이 62.2%로 제일 많았고 다음은 아이디어 생성과 발전이 25.3%, 데이터 분석과 시각화가 24%였다. 한국은행은 생성형 AI 활용이 본격화한 2022년 말 이후 2년 반 동안 우리나라 경제성장률 3.9% 중 AI 활용에 따른 잠재적 생산성 향상 효과를 1.0%포인트로 추정했다. AI 활용으로 인한 주당 업무 시간 역시 전문직 관련 종사자는 2.8시간, 사무종사자 1.9시간, 관리자 1.5시간 등으로 감소한 것을 볼 수 있다.

대학내일20대연구소의 ‘Z세대의 생성형 AI 활용 보고서’를 보면 Z세대는 AI 활용능력을 ‘경쟁력’이라고 인식했고 특히 Z세대는 AI 활용능력을 타인에게 드러내고 싶은 ‘매력적인 역량’으로 인식했다. ‘잡플래닛’이 직장인 762명을 대상으로 설문한 결과 91.1%는 AI를 활용하는 것도 ‘업무 능력의 일부’라고 답했다. 또 ‘AI 활용능력’의 연상 키워드 분석에서는 ‘현대 사회의 필수적 역량’, ‘앞서 나가는 모습’이라 표현했다.
한 직장인이 비즈니스 네트워크 서비스 ‘리멤버’에 올린 글이 조회수 1만 1,000회를 넘어가며 화제다. “GPT를 업무 시 자주 사용하는데 결과물을 만들고 회사에서 좋은 피드백을 받아도 성취감보단 ‘내가 한 게 맞나?’라는 생각에 요즘 괴로워요”라는 내용이다. 또 글을 올린 이는 “GPT가 알려준 내용을 그대로 쓰진 않았다. 글을 써야 한다면 초안은 무조건 직접 쓰고 검토를 맡겼다. GPT를 쓰면서 사고력은 점점 떨어지는 것 같고 자신감도 떨어지는 듯한 느낌”이라고 덧붙였다. 이에 대해 회원 대다수는 ‘누구나 AI를 사용하지만 같은 결과를 내진 않는다’, ‘한 달 걸려도 못할 일을 1주 만에 했다면 회사로서도 이득’, ‘AI를 잘 쓰는 것도 능력’이라고 답글을 달았다.
위 사례는 향후 직장에서 ‘일잘러’ 평가의 기준이 달라진다는 신호이다. 시장조사전문기업 엠브레인 ‘트렌드모니터’가 챗GPT 이용 경험이 있는 전국 만 19~59세 직장인 남녀 1,000명을 대상으로 ‘2025 업무 환경에서의 AI기술 활용도 관련 조사’를 실시한 결과 ‘AI서비스 매일 사용’은 22.6%, ‘이따금씩 사용’은 43.1%으로 나타났다.
또 업무에 AI기술을 활용한다는 답은 2024년 31.1%에서 2025년 44.7%로 증가했다. 챗GPT 등 AI기술을 통해 필요한 정보나 지식을 남들보다 잘 찾는 편이라는 답은 2024년 39.7%에서 2025년 43.9%로 증가했다. 세대별 업무의 AI서비스 활용도에서 20대는 54%, 30대 44.4%, 40대 46.4%, 50대 41.2%로, 젊은 직장인일수록 AI 활용도가 높았다.

또한 AI서비스의 실질적 업무 도움에 대한 설문에서는 ‘챗GPT가 업무에 들이는 수고를 확실히 줄여주는 효과가 있다’에 72.8%, ‘단순반복 업무를 좀 더 손쉽게 처리할 수 있게 됐다’에 62.4%, ‘더 중요한 일에 집중할 수 있게 되었다’는 응답도 61.2%에 달했다. 그리고 챗GPT 이용과 자신의 업무 능력에 대한 설문에서는 ‘능력치보다 더 나은 결과물’이 68.2%, ‘업무 성과물이 더 나아졌다’도 57.6%로 나타났다. 특히 AI서비스로 얻은 업무 효율성으로는 ‘궁금한 부분을 빠르게 해소한다’가 60.0%, ‘단순반복 업무가 줄어든다’가 37.3%, ‘주변 사람들에게 묻지 않고 업무처리가 가능’이라는 답도 35.1%에 달했다.
이처럼 업무에 AI서비스 이용이 증가되면서 향후 AI서비스 이용이 업무 능력의 평가 기준이 될 수 있다는 인식도 높아졌다. ‘AI 활용도에 따라 업무 수준이 달라질 수 있다’가 66.7%, ‘향후 업무환경에서 AI의 영향력이 더욱 높아질 것’이라는 응답도 48.4%이다.
하지만 더욱 확대되는 AI업무환경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도 있었다. ‘챗GPT를 활용 못하면 업무에 지장’ 26.9%, ‘내 실력이 들통날 수도 있을 것 같다’ 역시 25.8%나 되었다. 특히 ‘챗GPT 등의 이용이 잦아지면서 스스로 일을 잘 하지 못하게 된 것 같은 느낌이 든다’에서 20대 30.0%, 30대 19.2%, 40대 18.8%, 50대 20.0%의 응답이 나왔다. 저연령층일수록 실무 역량이 축적되기 전에 AI에 의존하게 되면서 자신의 업무 능력에 대한 ‘객관적 자신감’이 없어지기 때문이다.
이에 직장인들은 향후 AI기술을 능숙하게 다루는 능력뿐 아니라, 깊이 있는 사고, 창의적인 아이디어 개발 능력을 갖춰야 하는 ‘진짜 경쟁 시대’를 맞이할 것으로 보인다. 앞으로는 직장인들이 자신의 자리를 대신할 수 있는 AI와 경쟁하고 ‘내가 더 능력이 있다는 것을 증명’하는 시대가 올지 모르겠다. 점점 공부할 것이 많아진 세상이다.
[글 권이현(라이프컬처 칼럼니스트) 사진 및 일러스트 게티이미지뱅크, 픽사베이]
[본 기사는 매일경제 Citylife 제999호(25.09.30)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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