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투어도 길고, 패키지 이름도 길다?
'자전거 타고 세계 일주? 오스트리아 알프스에서 이탈리아 아드리아해까지'. 패키지 여행, 제목으로는 가장 긴 기록일 듯싶다. 코스까지 길다. 8박10일 동안 오스트리아 잘츠부르크에서 출발해 국경을 넘고 또 넘어 이탈리아 트리에스테까지 달린다. 게다가 자전거로 간다. 무려 414㎞다.
일정의 핵심은 6일간의 라이딩. 하루 평균 40~70㎞ 수준이지만, 딱 하루. 5일 차가 압권이다. 110㎞를 쏘는 결전의 날이다. 필라흐에서 타르비시오를 지나 벤초네에 이르는 구간이다. 생각보다 길이 험하지 않아 평균 시속 15~20㎞로 정속 주행이 가능하다.
이 테마 여행을 기획한 이경인 참좋은여행 본부장은 오히려 싱거움을 걱정한다. 주말마다 100㎞를 훌쩍 넘는 라이딩을 하는 자전거 동호인에겐 '껌'처럼 느껴질 수 있다는 의미다. "극기훈련이 아니잖아요. 유럽의 풍경을 천천히 음미하실 수 있도록 설계한 코스입니다." 그의 평가다.
최고의 풍광…그림을 품고 달린다
414㎞ 코스 전체를 두 바퀴로 밟는다는 것 자체가 흥미롭다. 보너스도 있다. 그림 같은 풍광. 이 코스를 완주하면 누구나 같은 말을 한다. 풍경이 다 했다고. 가는 길엔 그야말로 풍경 드림팀이 충출동한다. 눈앞에 펼쳐지는 건 골링어 폭포의 웅장한 물줄기, 알프스의 숨은 보석 바트 가슈타인, 그림처럼 펼쳐진 호수 도시 필라흐. 풍광의 백미는 율리안 알프스를 넘는 순간이다. 숨이 턱까지 차오르지만, 대신 세상이 발 아래에 깔린다.
시간이 멈춘 마을 제모나 델 프리울리, 중세의 흔적이 고요하게 남은 언덕 마을 우디네, 국경을 넘나드는 도시 고리치아까지. 두 바퀴로 밟는 유럽이 이토록 낭만적일 수 있을까 싶은 생각이 절로 든다. 아, 여기서 주목할 것 하나. 누구나 이 여행을 갈 수 있는 건 아니다. 이 여행, 소수 정예다. 최대 15명만 모집한다. 그야말로 한정판인 셈. 역시나 안전 문제 때문이다. 현지 가이드와 한국인 인솔자까지 더해 17명이 한 팀으로 움직인다.
가장 극적인 순간은 7일 차. 고리치아에서 방점을 찍는 '라이딩 완주식'이 열린다.
6일간의 대장정. 완주라는 벅찬 순간을 맞이한 참가자에게는 공식 코스 완주 메달이 수여된다. 여기에 고리치아 특산품 경품 이벤트까지. 완주의 기쁨은 그날 저녁, 마을 자유 시간으로 이어진다. 누구도 강요하지 않는다. 커피 한잔이든, 와인 한잔이든, 그건 당신 몫이다.
여기서 잠깐. 가장 궁금한 것 하나. 자전거는? 당연히 몸만 오면 된다. 현지 자전거 투어 업체와 협의해 중상급 프리미엄 MTB를 이미 빌려놓았으니까. 렌탈비도 상품가에 포함돼 있다. 자신의 자전거를 직접 타야 직성이 풀리시는 분들, 편하게 가져오시는 것도 가능하다. 다만 수하물 포장과 위탁수하물 처리, 현지 조립은 직접 해야 한다.

해외 자전거 여행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안전. 이 부분에 대해 참좋은여행은 만반의 준비를 끝내놓았다. 현지 코스를 완벽히 숙지한 현지인 라이딩 가이드가 맨 앞에 서고 후미에는 한국인 전문가 투어리더가 받쳐준다. 심지어 일행의 짐과 수리장비를 실은 밴이 동행한다. 자전거 수리에 능통한 미캐닉 가이드가 전 일정 전 코스에 따라붙는다. 혹시라도 체력이 떨어지거나 문제가 생긴다면? 바로 이 차량에 바로 탑승한 뒤 휴식을 취하면 된다. 안 되는 걸 되게 만드는, '패키지의 미덕'이 바로 이런 것이다.
항공은 독일항공사 루프트한자 직항. 인천에서 뮌헨까지 이코노미 기준으로 이동한다. 비즈니스 클래스로 업그레이드를 원하면 별도 요금으로 가능하다. 일정 후반부는 한 편의 유럽 영화와 같다. 고리치아에서 출발해 트리에스테, 아퀼레이아, 그리고 마지막 밤은 베니스에서 1박. 자전거는 반납하고 이제 뚜벅이 여행자가 되어 이탈리아 동북부의 매력을 끝까지 끌어안고 돌아오는 구성이다. 귀국은 베니스에서 프랑크푸르트를 거쳐 인천으로 들어오게 된다. 맞다. '할 수 있을 때 하라'는 말이 딱 들어맞는 여행 코스다. 참좋은여행 관계자는 "유럽 자전거 여행은 늘 동호회 중심으로만 존재해 왔는데, 검증된 여행사와 함께라면 누구나 도전할 수 있다는 걸 보여주고 싶었다"고 말했다.
▷유럽 자전거 여행 도전하려면=출발일은 1년 딱 2회. 1차는 9월 4일, 2차는 9월 18일. 문의는 참좋은여행 테마팀
[신익수 여행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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