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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ssue Pick]이제 ‘양자 컴퓨터quantum computer’의 시대다!

슈퍼컴퓨터 넘어선 양자컴퓨터 시대 美 공동연구팀, 양자컴퓨터의 무작위성 처음 입증 1,000년 걸리는 문제를 4분 만에 풀어 젠슨 황 엔비디아 CEO “양자컴퓨터 생태계 만들 것”

  • 권이현(라이프컬처 칼럼니스트)
  • 기사입력:2025.06.19 06:09:15
  • 최종수정:2025.06.19 06:09: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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슈퍼컴퓨터 넘어선 양자컴퓨터 시대
美 공동연구팀, 양자컴퓨터의 무작위성 처음 입증
1,000년 걸리는 문제를 4분 만에 풀어
젠슨 황 엔비디아 CEO “양자컴퓨터 생태계 만들 것”

인류가 처음 8비트 컴퓨터를 상용화 한 것은 인류의 불 발견, 산업혁명을 뛰어넘는 혁신이었다. 지금 우리는 슈퍼컴퓨터 시대를 살고 있다. 하지만 개발자들은 이미 이 슈퍼컴퓨터를 ‘어린애 취급’할 수 있을 정도의 무서운 성능을 가진 ‘양자컴퓨터’를 개발하고 있다. 시제품을 만들어내고, 몇몇 곳은 상용화 단계까지 그 기술을 진보시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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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지난 3월 4일 중국 연구팀이 세계에서 가장 빠른 슈퍼컴퓨터보다 1,000조 배 더 빠른 양자컴퓨터 개발에 성공했다고 신화통신이 보도했다. 중국 과학기술대 판젠웨이 중국과학원 원사가 이끄는 연구팀은 ‘105 큐비트(qubit: 양자컴퓨터 연산단위)’ 초전도 양자컴퓨터 시제품 ‘쭈충즈 3호’를 전날 공개했다. ‘쭈층즈 3호’는 양자컴퓨터의 성능을 테스트하는 주요 기준 중 하나인 양자 난수 회로 샘플링 작업을 강력한 슈퍼컴퓨터보다 1,000조 배 빠르게 처리할 수 있다. ‘쭈층즈 3호’는 물리학 권위 학술지인 ‘피지컬 리뷰 레터’에 온라인으로 발표됐으며, 심사위원들은 “초전도 양자컴퓨터의 최신 기준을 보여주는 최첨단 성능”이라고 평가했다.

#2 양자컴퓨터 기업 퀀티넘과 JP모건체이스, 시카고대, 오스틴 텍사스대, 아르곤국립연구소 등으로 구성된 미국 산학연 공동연구팀은 지난 3월 26일 「네이처」에 연구 결과를 발표했다. 내용은 연구팀이 56큐비트 양자컴퓨터에서 ‘무작위성’을 입증하는 데 성공했다는 것. 이는 양자컴퓨터의 무작위성을 수학적으로 계산해 처음 입증한 것으로, 양자컴퓨터 실용화에 중요한 성과라는 평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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큐비트가 56개인 양자컴퓨터는 기존 슈퍼컴퓨터가 1,000년이 걸리는 문제를 4분 만에 풀 수 있다. 단 큐비트가 늘수록 복잡성도 증가한다. 양자컴퓨터는 계산한 뒤 측정하면 아무런 규칙이 없는 무작위성을 보인다. 이 무작위성이 실제 양자컴퓨터 작동에 따른 무작위성인지 입증하는 것이 난제였는데 연구팀은 이를 입증한 것. 연구팀은 “이번 연구로 양자컴퓨터의 무작위성이 진짜임을 수학적으로 인증해 실제 양자컴퓨터를 사용할 수 있는 길을 열었다”고 설명했다.

#3 지난 3월 18일 엔비디아는 GPU(그래픽처리장치)와 ‘양자칩QPU’을 결합한 새로운 연산 인프라 ‘가속 양자 연구센터NVAQC’를 만들겠다고 발표했다. 이는 QPU 기반 양자컴퓨터가 상용화하더라도 GPU 기반의 슈퍼컴퓨터와 함께 쓰일 것으로 보고 QPU도 자사가 주도하는 GPU 생태계에 합류시킨다는 엔비디아의 계획이다. 젠슨 황 CEO는 “우리는 양자컴퓨터를 가능하게 하는 환경을 조성하는 데 전념하고 있다. GPU 기반 개발 플랫폼 ‘쿠다CUDA’처럼 양자컴퓨터 생태계도 함께 조성해야 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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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우리는 슈퍼컴퓨터의 시대를 살고 있다. 하지만 개발자들은 이미 이 슈퍼컴퓨터를 ‘어린애 취급’할 수 있을 정도의 무서운 성능을 가진 ‘양자컴퓨터’를 개발하고 있고, 시제품을 만들어내고 있으며 몇몇 곳은 상용화 단계까지 그 기술을 진보시켰다. 구글 등 글로벌 IT기업은 빠르면 5년 후에 본격적인 양자컴퓨터 시대가 열린다고 예측한다. 그 선두에 미국, 중국, 일본이 있다. 최초의 슈퍼컴퓨터의 용도는 거의 미국의 국방과 전략산업에 국한되었다.

냉전시대가 종식되면서 1993년에 나온 최초의 슈퍼컴퓨터 Cray-3는 팔 곳이 없어 1995년 회사가 파산했다. Cray는 인터코넥트 사업을 인텔에 넘겼다. 해서 지금은 인텔 제온이나 AMD 옵테론 등의 GPGPU(GPU의 범용 연산)를 이용한 슈퍼컴퓨터가 시장을 장악했고 이외 IBM의 POWER 아키텍처와 썬오라클의 SPARC 정도가 슈퍼컴퓨터를 제공하고 있다. 슈퍼컴퓨터는 수백 만 개 이상의 코어를 탑재한다. 하지만 이는 막대한 제조비용, 전기소모, 공간의 필요에 의해 성능 개선에 한계를 보이고 있다. 여기에 대안으로 등장한 것이 바로 양자컴퓨터이다.

“양자컴퓨터 상용화에 대한 예측은 5년, 10년 후 등으로 구체화되고 있다. 지금 우리의 현실은 최고속도가 180km로 제한된 차를 타고 달리는 데 옆에서 시속 300km 이상으로 질주하는 슈퍼카를 구경하는 모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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슈퍼컴퓨터… 우리나라 보유대수 8위, 성능 총합 10위

슈퍼컴퓨터의 성능은 그 연산단위가 거의 천문학적이다. 보통 슈퍼컴퓨터는 ‘페타플롭스PetaFlops’로 나타낸다. 이는 ‘10의 15제곱’을 나타내는 접두어 ‘페타Peta’와 컴퓨터 성능 단위인 ‘플롭스Flops’를 합성한 용어로 1초당 1,000조 번의 부동소수점 연산처리를 수행한다는 뜻이다. 즉 1페타플롭스 컴퓨터는 펜티엄 133Mhz 프로세서보다 1억 배 빠르게 연산 처리한다. 이 페타플룹스도 이제는 슈퍼컴퓨터계에서는 ‘올드’하다. 이미 페타플롭스 1,000배 속도의 ‘엑사플롭스ExaFLOPS’가 상용화되었고 현재는 10의 21제곱 ‘제타플롭스ZettaFlops’, 10의 24제곱 ‘요타플롭스YottaFlops’까지 진화하고 있다.

‘국제 슈퍼컴퓨팅 컨퍼런스SC’가 2024년 11월 20일 전 세계 슈퍼컴퓨터 톱500을 발표했다. 톱500은 컴퓨터가 1초에 몇 번 연산하는지를 기준으로 선정한다. 미국 로렌스 리버모어 국립연구소의 ‘엘 캐피탄El Capitan’이 세계 1위 슈퍼컴이 됐다. 엘 캐피탄의 실측 성능은 1.742엑사플롭스로 이는 1초에 174.2경 번 연산이 가능하다는 의미다. 2위는 미국 ‘프론티어Frontier’로 1,100페타플롭스, 3위는 일본 Fugaku의 442페타플롭스, 다음은 이탈리아 Leonardo의 250페타플롭스, 미국 Summit이 200페타플롭스를 기록했다.

이미지 픽사베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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톱500 순위 성능 면에서는 미국 55.2%, 일본 8.0%, 이탈리아 7.2%를 차지했고 수량에서는 미국이 172대-34.4%, 중국 62대-12.4%, 독일 41대-8.2%이다. 우리나라는 보유대수 13대로 8위, 성능 총합 213.1페타플롭스로 10위를 기록했다. 네이버의 ‘세종’이 40위, 카카오엔터프라이즈의 ‘카카오클라우드’가 41위, 삼성의 ‘SSC-21’은 48위, SKT의 타이탄Titan이 63위, KISTI 국가 플래그십 슈퍼컴퓨터 5호기 누리온이 실측성능 13.9페타플롭스로 92위에 올랐다.

슈퍼컴퓨터는 다양한 분야에 쓰인다. 단순하게 수치를 연산하는 것이 목적이 아니다. 일테면 코로나19 시기에 일본의 후가쿠는 여러 상황을 가정하고 비말에 의한 감염가능성과 그 수치를 계산해내 큰 도움을 주었다. 또한 방대한 데이터를 다양하고 빠르게 RNA분석을 통해 백신 개발에도 큰 역할을 했다. 슈퍼컴퓨터는 가상의 핵무기 실험에도 쓰인다. 주로 미국과 러시아가 실제 핵무기 실험의 어려움을 슈퍼컴퓨터로 시뮬에이션하고 있다. 기후 및 기상 변화, 물리학, 수학 등은 물론이고 주가 예측, 천문학 등에서도 슈퍼컴퓨터는 매우 필요한 요소이다.

“‘국제 슈퍼컴퓨팅 컨퍼런스SC’가 2024년 11월 20일 전 세계 슈퍼컴퓨터 톱500을 발표했다. 1993년부터 이어지고 있는 톱500은 1초에 몇 번 연산하는지를 기준으로 선정한다. 미국 로렌스 리버모어 국립연구소의 ‘엘 캐피탄El Capitan’이 세계 1위 슈퍼컴이 됐다. 엘 캐피탄의 실측 성능은 1.742엑사플롭스로 이는 1초에 174.2경 번 연산이 가능하다는 의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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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기억하는 이세돌 9단과 알타고의 바둑 대결을 떠올려 보자. 당시가 2016년인데, 그때 알파고가 장착한 CPU는 1,920개, GPU는 280개였다. 당시 슈퍼컴퓨터 랭킹에서 500위권 밖 수준이었다

슈퍼컴퓨터를 ‘올드’하게 만들어버리는 양자컴퓨터의 무한 능력

이제 세계는 양자컴퓨터에 본격 도전하고 있다. 양자컴퓨팅은 컴퓨터 과학, 물리학, 수학 등의 종합적 분야로서 양자역학을 활용해 기존의 컴퓨터보다 빠르게 복잡한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 이 분야에 작은 거인이 있다. 바로 美 양자컴퓨팅 기업인 ‘아이온큐IonQ’이다. 2021년 뉴욕증시에 상장한 아이온큐는 이온트랩 방식의 선두주자로 이미 2023년 스위스에 35AQ, 64AQ 각각 한 대식, 미공군연구소에 64AQ, 2대를 납품했다. 양자컴퓨터업계에서 제조단계로 진입한 세계 최초 기업인 그들이 만든 64AQ는 무려 1,800경 개의 계산을 동시에 처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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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글 역시 양자컴퓨터분야의 선두주자이다. 구글은 2024년 12월 자체 개발한 양자 칩 ‘윌로Willow’를 발표했다. 윌로를 장착한 양자컴퓨터의 성능은 슈퍼컴퓨터 프론티어가 우주 역사보다 긴 시간인 10셉틸리언(10의 24제곱)년 걸려야 풀 수 있는 문제를 단 5분 안에 풀었던 것으로 전해진다. 또 이미 2019년 구글은 슈퍼컴퓨터로 1만 년이 걸리는 연산을 200초 만에 해내는 53큐비트 프로세서를 선보인 바 있다.

2021년 IBM은 그들의 이글 프로세서는 127큐비트를 처리할 수 있다며 100큐비트 이상 성능으로 기존 컴퓨터를 능가하는 새 이정표에 도달했다고 말했다. IBM은 양자컴퓨터 25대를 보유 중이며 초전도체 방식에선 가장 앞서나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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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자컴퓨터는 불치병에 적합한 신약개발과 물질발견, 새로운 신소재 개발, 천체 연구, 빠르게 고갈되는 AI 훈련용 데이터 생성에도 쓰인다. 우주물리학, 예측이 복잡한 기상 시뮬레이션, 방대한 데이터 처리, 자율주행, 데이터 분석 속도의 증가, 연산 능력 향상 등에도 널리 쓰인다. 자율주행만 해도 수천만 개에 달하는 도로의 모든 데이터를 학습하고 분석할 수 있고, 단백질 구조를 분석해 신약 후보 물질을 찾아내는 것 역시 기존 슈퍼컴퓨터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더 정확하고, 빠르게 할 수 있다.

물론 아직은 대중적 상용화로 가기 위한 길은 멀다. 먼저 큐비트는 양자역학적으로 0과 1을 동시에 표현할 수 있어 그 능력이 배가되지만, 반면 매우 민감해 오류가 발생하기 쉽다. 해서 양자컴퓨터를 개발하는 것은 이 오류를 잡는 기술 개발이 동반되어야 한다. 그럼에도 양자컴퓨터 상용화에 대한 예측은 5년, 10년 후 등으로 구체화되고 있다.

※기사에 삽입된 이미지는 글과 직접적인 상관 관계가 없는 참고용 이미지입니다.

[권이현(라이프컬처 칼럼니스트) 사진 픽사베이]

[본 기사는 매일경제 Citylife 제978호(25.05.06)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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