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르크 샤갈 소품도 눈길
韓근대미술 특별섹션 마련

윤달은 옛 풍속에서 무슨 일에도 부정 타지 않는 달로 여겨졌다. 천경자(1924~2015)는 윤달 중에서도 봄꽃이 피어나는 3월의 생명력과 상서로운 기운을 ‘윤삼월’(1978)에 담았다. 작가 화업의 완숙기에 해당하는 시기에 제작된 작품으로 화려한 꽃과 사슴, 백조, 새 등 작가 작품에 등장하는 대표적인 오브제들이 화폭 위에서 조화를 이룬다. 환상적인 분위기를 자아내는 이 작품은 고전적인 설화를 현대적으로 재해석한 수작으로 꼽힌다.
추정가 8억5000만~12억원인 천경자의 ‘윤삼월’을 비롯한 근현대 미술사를 이루는 대표작들이 서울옥션이 오는 24일 오후 4시 서울 강남구 서울옥션 강남센터에서 개최하는 ‘제184회 미술품 경매’에 출품된다. 출품작은 총 97점(Lot), 낮은 추정가 총액은 약 64억원이다. 경매에 앞서 진행되는 프리뷰 전시는 서울옥션 강남센터에서 경매 당일인 24일까지 누구나 무료로 관람이 가능하다.
이번 경매에는 거장들의 희귀작들이 잇달아 경매에 오른다. 마르크 샤갈의 1981년작 ‘꽃다발을 들고 있는 옆모습(Profil au Bouquet)’은 45.3×37.1㎝ 크기의 소품으로 추정가 3억~6억원에 나온다. 화면은 샤갈 특유의 푸른색을 띠며 초월적이고 환상적인 분위기를 낸다. 작품 주제인 여인 옆으로 남성의 옆모습이 보이고 여인의 머리 위에는 양이 올라가 있다. 그 주위로 바이올린을 연주하는 인물과 춤을 추는 사람들, 해와 달 등 신비로운 느낌의 요소들이 가득하다.

커다란 나무 옆으로 지나가는 아낙네와 아이의 모습을 따뜻한 시선으로 담은 1964년작 ‘나무와 행인’(추정가 2억8000만~5억원)은 박수근의 작고 이후 열린 유작전에 전시됐던 작품이다. 재질의 표현이 더욱 두드러졌던 작가의 화업 말년에 제작된 작품임에도 대상을 선명하게 나타낸 선묘 표현이 특징적이다.
한국 근대미술을 집중 조명하는 특별 섹션 ‘모던 모먼트(Modern Moments)’도 마련됐다. 근대미술사에 족적을 남긴 작가들의 작품 14점을 선보인다. ‘폭풍의 화가’로 불리는 변시지의 1987년작 ‘폭풍의 언덕’(2억~5억원)이 대표적이다. 제주 바다의 역동적인 파도와 강렬한 바람, 제주의 목가적 풍경을 느낄 수 있다. 따뜻함과 풍요로움을 상징하는 큼지막한 사과들이 눈길을 끄는 이인성의 ‘사과나무’(2억5000만~4억5000만원)과 1961년 5.16 군사정변 당시 군용 차량이 한강 철교를 넘는 모습을 그린 박영선의 ‘5월 16일 새벽’(800만~2000만원)도 눈길을 끈다.
고미술 섹션에서는 조선시대 문인들의 귀중한 필적과 회화 작품들이 소개된다. ‘구사선생조천첩 4권 일괄’은 1624년 조선중기 문신 권엽이 명나라에 사절로 떠날 때 받은 송별시를 모은 시첩으로, 약 120명에 달하는 당대 문신들의 필적이 담겨 있어 조선중기 문화사 연구에 귀중한 사료로 평가된다. 시고 외에도 산수도와 사군자, 화훼, 초충도 등 다양한 그림 16폭을 포함하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