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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애인의 아버지' 천노엘 신부 선종

韓 첫 지적장애인 그룹홈 설립
1991년 광주시 1호 명예시민

  • 이향휘
  • 기사입력:2025.06.02 17:38:12
  • 최종수정:2025-06-02 19:09: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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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적장애인들을 위해 평생 헌신한 천노엘 신부(오네일 패트릭 노엘)가 선종했다. 향년 93세.

2일 천주교 광주대교구에 따르면 성골롬반 외방선교회 소속 천노엘 신부가 지난 1일 0시 30분(현지시간) 고국 아일랜드에서 지병으로 별세했다.

고인은 아일랜드에서 신학을 공부하고 1956년 사제품을 받은 후 1957년 한국에 첫발을 내디뎠다. 처음엔 아프리카를 희망했으나 6·25전쟁 당시 한국에서 활동했던 선배 선교사의 체험담을 듣고 한국행을 결심한 것으로 알려졌다. 1958년 전남 장성성당 보좌신부로 선교 활동을 시작한 뒤 서교동본당, 원동본당, 제주중앙본당, 북동본당, 농성동본당에서 주임신부로 사목했다.

그는 국내에서 처음으로 지적장애인이 지역사회에서 격리되지 않고 봉사자와 함께 생활하는 가족형 거주시설 '그룹홈'을 만들었다. 지적장애 3급 여성, 봉사자 2명과 함께 1981년 광주 남구 월산동의 한 주택을 빌려 지적장애인을 위한 최초의 그룹홈을 마련했다.

이 같은 공로로 천 신부는 1991년 광주시 제1호 명예시민이 됐고 2016년에는 법무부로부터 특별공로자 자격으로 대한민국 국적을 받았다. 국내에서 67년간 봉사를 실천해온 천 신부는 지난해 7월 퇴임 후 건강 등의 문제로 고향인 아일랜드로 돌아갔다.

천주교 광주대교구는 이날 광주대교구청 대성당에 분향소를 설치하고 조문을 받으며 2일과 3일 위령미사를 집전한다. 장례미사는 아일랜드 현지에서 거행된다.

[이향휘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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