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 밤베르크 심포니와 협연한
브루흐·코른골트 낭만주의 선곡
31일 성남·1일 서울서 내한 공연
지휘자 흐루샤 “악보속 보석 찾아내”

“사랑이란 주제로 낭만의 극치를 보여주는 협주곡을 들려드릴게요.”
세계 무대의 러브콜을 받는 우리나라 바이올리니스트 김봄소리(36)가 유서 깊은 클래식 레이블 도이치 그라모폰에서 두 번째 전속 음반 ‘브루흐 & 코른골트’를 최근 발매했다. 독일 밤베르크 심포니 오케스트라와 체코 출신 상임 지휘자 야쿠프 흐루샤(44)와 함께한 녹음이다. 흐루샤 역시 올해 가을부터 영국 코벤트가든 로열 오페라하우스 음악감독으로 취임하는 주목받는 마에스트로다.
30일 서울 서초 코스모스아트홀에서 만난 김봄소리는 “협주곡 음반을 위해 여러 제안을 받았지만 첫 협주곡 음반은 밤베르크 심포니와 하고 싶었다”며 “이 시대 최고의 마에스트로인 흐루샤까지 함께해 지금이 적기라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밤베르크 심포니의 브루흐 바이올린 협주곡 1번은 김봄소리에게 “어릴 때부터 닳도록 들은” 음악이다. 그의 스승 바이올리니스트 김영욱(77)이 1972년 같은 곡을 녹음했고, 50여 년이 지나 제자가 그 뒤를 잇게 됐다. 김봄소리는 “꿈이 현실이 되는 순간”이라고 표현했다.
브루흐와 코른골트의 바이올린 협주곡 등을 배치한 음반 프로그램은 두 작곡가의 국적과 활동 시기 그대로 독일과 체코 낭만주의의 정수를 드러낸다. 특히 코른골트는 체코 동부의 브르노 출신으로, 지휘자 흐루샤도 동향이다. 이날 흐루샤는 “브루흐와 코른골트는 내겐 모국어와도 같다”고 했다. 밤베르크 심포니가 1946년 당시 전쟁의 여파로 고국을 떠난 체코 프라하 음악가들이 주축이 돼 독일에서 창단됐던 역사를 짚으며 “두 문화의 성공적인 공존을 나와 밤베르크 심포니의 관계가 잘 대변한다. 체코인의 음악에 대한 사랑과 감성을 공유하고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흐루샤는 김봄소리와의 협업에 대해선 “파트너와 진정한 음악을 발견하는 작업이 언제나 가능한 건 아닌데, 김봄소리와는 그런 깊은 유대감을 경험할 수 있었다”고 했다. 또 “서로에 대한 깊은 이해뿐 아니라 항상 정확성과 디테일을 갖고 작업이 이뤄졌다”며 “작곡가가 악보에 숨겨둔 보석 같은 퀄리티를 찾아내 최대한 빛날 수 있게 연주했다”고 덧붙였다.
김봄소리 역시 흐루샤, 밤베르크 심포니와의 합을 극찬했다. 스승이 남긴 음반과의 차별점을 묻는 짓궂은 질문에 “감히 선생님의 음반과 비교해 제가 더 낫다는 부분은 모르겠다”면서도 “녹음 분위기 만큼은 제가 훨씬 좋았고, 배운 것도 많았을 것”이라고 말했다. “지휘자께서 모든 가능성을 열어주신 덕분에 자유로운 분위기 속에서 음악적으로도 많은 시도를 해볼 수 있었어요. 오케스트라와 지휘자의 호흡이 정말 가족 같았고, 단원들이 지휘자에게 의견을 내기도 하는 등 이상적인 분위기 속에서 저도 많이 배웠습니다.”
이들은 지난 9일 앨범 발매 후 유럽 투어에 이어 이달 26~28일 일본, 31~6월 1일 한국, 3~6일 대만 등 아시아 투어로 관객과 만나고 있다. 31일엔 성남아트센터에서, 1일엔 예술의전당 콘서트홀에서 연주한다. 앨범에 담긴 브루흐 협주곡 1번을 들려주며, 31일엔 성남아트센터에서 스메타나 ‘두 과부’ 서곡, 1일엔 예술의전당 콘서트홀에서 바그너 ‘요정들’ 서곡으로 문을 연다. 베토벤 교향곡 7번도 연주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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