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양아리랑 축제를 다녀오겠다 하니, 지인들은 하나같이 ‘아리랑 아리랑 아라리요’ 하며 경기민요를 흥얼거렸다. 학창 시절 배운 기억은 온데간데없이 사라지고, 애국가보다 더 자주 불리는 민요지만 정작 물어보면 헷갈리는 노래다.

‘아리랑’이라는 이름으로 전해지는 민요만 60여 종, 3600여 곡이 넘는다. 이 가운데 3대 아리랑 고장으로 꼽히는 곳이 △경남 밀양 △강원 정선 △전남 진도다. ‘밀양 아리랑이 뭔데?’라고 묻는다면, 단 네 글자로 답하면 된다. ‘날 좀 보소’. 구슬픈 가락이 특징인 경남의 무형유산이자, 경상도 대표 민요다.

올해로 67회를 맞은 ‘밀양아리랑대축제’는 지난해 41만 명의 관람객과 169억 원의 경제 효과를 기록하며 정부 지정 문화관광축제로 자리 잡았다. 올해는 22일부터 25일까지 밀양 영남루 및 밀양강변 등지에서 열렸다. 비 오는 궂은 날씨 속에 올해도 40만 명 이상이 축제장을 찾았다. 여행플러스가 밀양아리랑대축제의 생생한 현장을 전한다.

축제를 한 바퀴 돌고 나면 아리랑 선율이 며칠간 머릿속에서 떠나지 않는다. 아리랑이 노동요로 쓰인 이유가 있다. 중독성 넘치는 아리랑 가락은 4일간 밀양강변에 울려 퍼졌다.

우리소리예술단의 우렁찬 목청이 퍼레이드의 포문을 열었다. 반주 없이 부른 힘찬 합창은 금세 시민들의 떼창으로 이어졌다. 밀양시 16개 읍면동에서 모인 600여 명의 시민들도 각기 다른 퍼포먼스로 행렬에 참가했다. 의열단 복장의 내이동 주민들, 미스 아랑의 성화 퍼포먼스, 사물놀이 농악대까지, 밀양의 역사와 개성을 퍼레이드에 가득 채웠다.

축제의 하이라이트는 영남루를 배경으로 한 멀티미디어 쇼 ‘밀양강 오딧세이’다. 올해는 밀양 출신 소설가 이상훈 작가의 베스트셀러 원작 ‘칼을 품고 슬퍼하다’를 각색해 배우 송일국과 원더걸스 출신 가수 선예가 주연으로 무대에 올랐다.

공연이 끝난 뒤엔 또 다른 절정의 순간이 펼쳐졌다. “날 좀 보소”를 외치며 천여 명이 동시에 춤추는 플래시몹과 함께, 영남루를 배경으로 화려한 불꽃놀이가 하늘을 수놓았다. 관객들은 “이걸 4일 내내 매일 한다고?”라며 감탄을 쏟아냈다.

다만 일부 관람객은 공연 외 프로그램에서는 아리랑의 정체성을 체험할 수 있는 콘텐츠가 다소 부족했다고 아쉬움을 전했다. 아이와 함께 방문한 고지영(48) 씨는 “퍼레이드나 공연은 좋았지만, 아리랑 관련 체험 행사가 적어서 아쉬웠다”고 말했다.

시는 전 세대가 즐길 수 있도록 축제 프로그램을 더욱 강화했다. 아이들에게 가장 인기였던 체험은 ‘아리랑 미로’다. △이몽룡 △저승사자 △놀부 등 캐릭터들과 함께 미로를 탈출하는 프로그램이다. 밀양 관련 퀴즈와 캐릭터들의 실감 나는 연기가 아이들의 흥미를 자극했다. 대기 시간엔 저승사자가 나와 속담 퀴즈를 내거나 꽃거지가 장난을 거는 등 지루할 틈이 없다. 체험비는 3000원이지만, 티켓을 동일 금액의 밀양 사랑 상품권으로 교환해 줘 사실상 무료다.

청소년을 위한 ‘아라리오 대축제’에선 유튜버 궤도와 방송인 노홍철이 참여한 토크 콘서트가 열렸고, 중장년층을 위한 ‘老NO! 행복루’에선 △건강검진 △미용 △장수 사진 △공연 등을 진행했다.

밀양시 여성친화도시 시민참여단 등 세 단체는 무료 급수 봉사를 제공했고, 더위를 식힐 수 있는 쿨존도 운영했다. 입구에선 종이 선캡과 부채를 나눠주는 등 세심한 배려도 돋보였다.

아리랑 보러 왔다가 밀양에 빠져드는 축제다. 시는 아리랑에 감춰진 밀양의 자랑거리를 축제 곳곳에 녹여냈다. ‘밀양 한우 축산물 페스티벌’에선 △한우 △달걀 △우유 △꿀 등 지역 특산물을 저렴하게 구매하고, 셀프 식당에서 바로 조리해 먹을 수 있었다.

밀양시 자원봉사단체협의회는 밀양 딸기로 만든 슬러시를 1000원에 판매하며 ‘밀양 행운 찾기’ 이벤트를 진행했다. 슬러시 컵 바닥에 붙은 스티커를 확인하는 방식으로, “당첨이랑 관계없이 싸고 맛있어서 계속 먹게 된다”는 반응이 많았다. 농업관에서는 지역 농부들이 직접 재배한 농산물을 전시·판매하는 홍보의 장을 마련했다.

축제장을 내려다보는 영남루는 조선시대 3대 누각 중 하나로, 1844년 이임재 부사가 중건한 이후 지금까지 그 모습을 유지하고 있다. 영남루의 빛바랜 기둥이 80년의 세월을 고스란히 보여준다. 신발을 벗고 누각에 오르면, 팔작지붕 아래로 흐르는 밀양강 풍경이 한 폭의 그림처럼 펼쳐진다. 축제를 찾은 많은 관람객이 영남루에 올라 국보의 품격을 직접 느꼈다.

안병구 밀양시장은 “밀양아리랑대축제뿐만 아니라 다양한 문화관광 정책을 발굴해 밀양의 문화·관광 역량을 높이고 지역 경제에 활력을 불어넣겠다”고 말했다.

​밀양 = 문서연 여행+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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