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9일 서울시립미술관 분관으로 새롭게 개관하는 서울시립 사진미술관의 한정희 초대 관장은 사진미술관을 사진의 예술적 가치와 그 영향력을 공유하는 공간으로 만들어나가겠다고 밝혔다. 그는 "우리나라에 사진술이 도입된 지 140년이 됐다"며 "서울시립 사진미술관은 그간의 한국 사진사를 체계적으로 조명하는 한편 현대미술관으로서 사진의 현재와 미래까지도 내다볼 수 있는 동시대 사진예술을 깊이 있게 소개하고자 한다"고 설명했다.
서울시립 사진미술관은 사진 매체에 특화된 국내 유일한 공립 미술관으로, 서울 도봉구 창동에 연면적 7048㎡(약 2132평), 지하 2층~지상 4층 규모로 건립됐다. 기획부터 자료 수집, 건립과 개관까지 총 10년이 걸렸다. 서울의 뮤지엄한미, 부산의 고은사진미술관 등 기존에도 사진 전문 미술관이 있긴 했지만 이들은 모두 사립 미술관이다.

개관 특별전 중 하나로 열리는 '스토리지 스토리'도 그중 하나다. 서동신, 원성원, 정지현, 주용성, 정멜멜, 오주영 등 동시대 작가 6인이 사진미술관 건립 과정을 담은 아카이브 자료에서 영감을 받은 작품을 펼친다. 이들은 미술관 소장품·소장자료를 재해석하거나 기술 발전에 따른 사진예술의 변화 등을 조명한다. 한 관장은 "사진미술관이라고 해서 사진만 전시하는 것은 아니다. 관객들이 좀 더 친숙하게 사진예술에 다가갈 수 있도록 영상부터 미디어아트, 설치 미술까지 다양하게 아우르고자 한다"며 "이번 전시는 이런 사진의 다양한 확장 가능성을 보여 주는 단적인 예"라고 설명했다.
일례로 오주영 작가는 인공지능(AI)과 인터랙티브 시스템을 기반으로 관객 참여형 설치 작품 '아우라 복원 지도1'(2025)을 선보였다. 사진미술관에서 수집한 낱장의 원본사진을 고해상도 디지털 이미지 파일로 만들어 보존·복원하는 '디지털 보존복원실'을 구현한 작품이다. 작가는 이곳에 취직한 AI 사진복원사를 가정해 이 AI가 사진이 가진 원본성을 고민하고 인간의 작품 감상을 학습하기 위해 실험하는 과정을 보여준다.
서울시립 사진미술관은 그동안 접하기 어려웠던 사진예술 관련 희귀 자료를 경험할 수 있는 기회도 제공할 것으로 기대를 모은다. 한 관장은 "사진미술관 건립 과정에서 1920년대부터 1990년대 사이 제작된 작품과 관련 자료 2만여 건을 수집해 사진작가 총 26명의 작품으로 구성된 컬렉션을 구축했다"고 밝혔다.
또 다른 개관 특별전 '광채(光彩): 시작의 순간들'은 한국 사진예술사에 중요한 전환점을 만든 정해창(1907~1967), 이형록(1917~2011), 임석제(1918~1996), 조현두(1918~2009), 박영숙(84)의 작품을 한자리에 모았다. 여기에는 약 100년 전 작가가 당시 사진술로 직접 인화한 사진 원본과 작가 노트를 겸한 스크랩북 등도 포함돼 눈길을 끈다.
이번 개관 특별전은 오는 10월 12일까지 열린다. 향후 사진미술관은 연간 3~5개의 기획 전시를 꾸준히 선보인다는 계획이다. 한 관장은 "6월에는 구본창 작가 등 동시대 작가나 연구자가 관객과 이야기를 나누는 토크 프로그램이 잇따라 열린다. 사진작가 지망생들을 위한 다양한 워크숍과 키즈 프로그램도 준비하고 있다"며 "내년부터는 역량 있는 신진 작가와 기획자를 발굴해 대중에 소개하는 전시도 마련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한편 직선과 곡선이 어우러진 미술관 외관은 사진의 빛과 시간을 형상화했다. 비정형 공간인 2층과 화이트 큐브 공간인 3층에 걸쳐 총 4개 전시실이 있고, 층고가 6m로 높아 대형 설치 작업까지 전시가 가능하다. 또 포토북카페와 암실, 사진 전문 도서관인 포토라이브러리, 교육실 등도 갖추고 있어 관객이 다양한 방식으로 사진을 경험할 수 있도록 꾸며졌다. 건축물은 국제 설계공모를 거쳐 오스트리아의 야드리크 아키텍처와 한국의 일구구공 도시건축이 함께 설계했다.
[송경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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