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으로 한국이 점령한 관광지들이 있다. 대표적으론 ‘경기도 다낭시’라고 불리는 베트남의 다낭. 거리마다 한국 간판이 즐비하고, 현지인보다 한국인을 더 자주 마주치는 곳이다. 인기 있는 동남아 여행지라면 발 빠르게 선점해 온 한국 관광객들에게 새로운 목적지가 포착됐다.
푸꾸옥은 허프포스트가 선정한 ‘유명해지기 전에 가봐야 할 여행지’로 주목받았다. 부킹닷컴의 ‘트래블러 리뷰 어워즈 2025’에서 푸꾸옥은 아시아 지역 중 유일하게 ‘세계에서 가장 환대받는 지역 TOP 10’에 선정됐다. ‘유명해지기 전에 가라’는 조언은 이제 늦은 말이다. 급부상하고 있는 베트남의 진주섬, 푸꾸옥에 다녀왔다.

푸꾸옥이 부킹닷컴 어워즈에 선정된 배경엔 ‘따뜻한 환대’가 있다. 실제 여행 중 마주친 직원들의 친절함은 인상 깊었다. 한국어가 서툰 호핑투어 가이드는 기자를 계속 “안녕하세요”라고 부르며 이름 대신 한국 인사를 반복했지만, 스노클링 일정을 한 차례 더 추가해 주는 배려를 보였다. 공항행 택시에선 기사가 뜬금없이 “건강하세요”라고 적힌 번역기를 보여주면서 배웅해 주기도 했다.
친절한 푸꾸옥이 유독 환대하는 여행객은 한국인이다. 푸꾸옥을 찾는 관광객 중 한국인의 비율은 단연 1위다. 작년 첫 4개월 동안 한국인만 22만 명이 방문했다. 현지에서 만난 부킹닷컴 관계자는 “한국은 우리가 특별히 신경 써야 할 고객”이라고 강조했다. 푸꾸옥 시내엔 한국어를 구사하는 직원, 한국 간판이 즐비한 풍경, 카카오톡 예약 시스템을 도입한 마사지샵 등 푸꾸옥의 환대를 눈으로 볼 수 있었다.

푸꾸옥에 왔다면 덤으로 따라오는 건 이탈리아 여행이다. 푸꾸옥 대표 관광지 중 이탈리아 마을을 그대로 옮긴 두 곳이 있다. 가평에 쁘띠프랑스가 있다면 푸꾸옥은 ‘선셋 타운(Sunset Town)’과 ‘그랜드 월드’다.

베트남 부동산 개발사인 선 그룹(Sun Group)이 2018년부터 조성한 ‘선셋 타운(Sunset Town)’은 이탈리아 아말피 해안을 모티브로 한 대형 관광단지다. 색이 바랜 페인트칠, 낡은 문짝 등 섬세한 연출을 통해 지중해 도시의 감성을 구현했다. 유럽풍 거리에 줄지어 선 마사지샵이 유난히 더 눈에 들어온다. 베트남과 이탈리아가 묘하게 섞인 푸꾸옥만의 관광지다.

또 하나는 빈 원더스(Vin Wonders)가 운영하는 복합문화단지 ‘그랜드 월드’다. 베네치아를 연상시키는 수로와 곤돌라 체험, 파스텔톤 건물들 등 베네치아의 포인트를 다 갖춘 곳이다.

두 지역은 각각 대규모 공연을 통해 푸꾸옥을 대표하는 관광지로 자리 잡았다. 선셋 타운에서는 바다 위에서 펼쳐지는 세계 최대 규모의 멀티미디어 아트쇼 ‘키스 오브 더 씨(Kiss of the Sea)’가 진행된다. 불꽃놀이와 60여 명의 국제 아티스트들이 선보이는 퍼포먼스가 주요 볼거리다. 그랜드 월드에서는 베트남 전통문화를 주제로 한 ‘띤호아 베트남(Tinh Hoa Vietnam)’ 공연이 펼쳐진다. 베트남 역사를 중심으로 다양한 곡예와 퍼포먼스를 즐길 수 있다.

푸꾸옥은 빠르게 성장 중인 신도시형 휴양지다. 푸꾸옥 관광산업에 투자된 금액은 160억달러(약 23조원) 이상으로, 전 세계 관광 자본이 집중되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투자 규모에 걸맞게 초대형 놀이시설이 곳곳에 들어섰다. 대표적인 건 동물원 ‘빈펄 사파리’와 놀이공원 ‘빈 원더스 푸꾸옥’이다. 바다를 다채롭게 즐길 수 있는 세계 최장 길이(7.9㎞)의 ‘혼똔섬 케이블카’와 요트를 타고 3개의 섬을 둘러볼 수 있는 스노클링 투어도 있다. 넷플릭스 드라마 폭싹 속았수다 속 관식이처럼 오징어잡이 체험을 할 수 있는 ‘선셋 오징어잡이 체험’도 대표 액티비티 중 하나다.
다만 대부분의 건물이 유럽 스타일로 조성돼 있어 현지 문화나 로컬 특유의 감성은 부족하다는 지적도 있다. 주요 관광단지의 상당수가 최근 7년 이내에 조성된 탓에 아직 공실이 많아, 마치 드라마 세트장에 온 듯한 기분을 준다.

푸꾸옥의 깔끔하게 정돈된 인프라와 다양한 놀이시설은 가족 여행이나 효도 여행지로 인기다. 여행 준비에 대한 스트레스 없이 편리하고 안전하게 여행을 즐길 수 있어서다. 비행기에서 만난 방문객은 “아이들과 휴가로 방문했다. 주요 시설들이 붙어있어서 편했다. 애들이 할 수 있는 활동이 다양해 만족스러웠다”고 말했다.
푸꾸옥 = 문서연 여행+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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