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0주년 맞아 완전히 새로운 콘셉트로 탈바꿈해
지난 1976년 122품종으로 시작, 올해 720품종
300만 송이 장미 만발한 장관 감상할 수 있어

40년간 자그마치 6000만 명이 다녀간 축제가 있다. 그 주인공은 삼성물산 리조트 부문이 운영하는 에버랜드의 명물인 장미축제. 구름 같은 인파가 몰리는 곳에는 응당 걸맞은 이유가 있는 법이다. 특히 올해는 장미축제 40주년을 기념해 완전히 새로운 콘셉트로 탈바꿈해 축제를 진행한다.
에버랜드는 새로운 콘셉트의 장미축제 ‘로즈가든 로열 하이티(Rose Garden Royal High Tea)’를 16일부터 6월 15일까지 한 달간 선보인다.

그간 에버랜드 장미축제는 처음엔 초라하다고 할 만큼이나 단출했다. 1976년 당시 자연농원이란 이름으로 불린 에버랜드는 현재의 로즈가든(장미원) 지역에 122품종 3500그루의 장미를 심었다. 그 때부터 장미꽃과 오랜 인연을 이어오고 있는 셈이다.
왜 하필 장미였을까. 이유는 의외로 단순하다. 당시 국민들이 가장 좋아하는 꽃이 장미라는 조사 결과를 바탕으로 심었다.
사실 용인 지역은 장미를 재배하기에 기후와 토양이 적합하지 않다. 그렇기에 땅을 1.5m 깊이로 파내 다른 흙으로 메워 장미를 심었다. 겨울이면 장미꽃이 냉해를 입지 않도록 그루마다 짚으로 싸매는 듯 정성으로 장미를 재배했다.

이후 1985년에는 장미를 150품종 5000그루로 늘렸고 같은 해 6월, 국내 최초로 장미축제의 막을 열었다. 약 10년에 걸쳐 장미를 꾸준히 가꾼 결실이다. 장미축제가 막을 열자, 에버랜드에 연간 193만 명이 방문해 개장 후 최초로 흑자를 기록하기도 했다.
축제 초창기에는 볼거리가 정말 ‘장미’ 뿐이었다. 시간이 흘러 장미축제가 열리는 로즈가든은 꽃과 음악, 공연 등이 한데 어우러진 행사로 발전했다.
에버랜드는 지난 40년간 장미축제에서 약 8000만 송이의 장미를 내보였다. 이 시기 꽃 축제가 흔치 않았기에, 에버랜드의 장미축제가 전국 꽃 축제의 서막과 다름없었다. 여기에 지자체들의 관광 사업과 지역경제 활성화에도 크게 이바지했다는 평가도 받는다.

에버랜드 장미축제 인기의 시작은 1980~1990년대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는 라디오 공개방송 전성시대다. 56년째 방송 중인 ‘별이 빛나는 밤에’를 비롯해 ‘이종환의 밤의 디스크쇼’ 등 라디오 프로그램 인기가 최고조였다.

‘별이 빛나는 밤에’ 최장수 진행자인 가수 이문세 씨는 장미축제가 시작한 1985년도에 처음 디제이를 맡았다. 에버랜드 로즈가든을 무대로 공개방송과 별밤 캠프 등 인기 코너를 진행해 프로그램 최전성기를 이끌었다.
그 시절 야간 통행금지령 해제도 장미축제 인기에 한몫했다. 1982년 야간 통행금지령 해제 이후 가족이나 연인들이 안심하고 편하게 즐길 수 있는 야간 공간은 제한적이었다. 야간 오락 시설도 없다시피 했다. 에버랜드는 1985년 장미축제와 함께 야간 개장을 시작했고 큰 인기를 끌었다.
국산 자동차 보급도 일반화해 야간에 에버랜드를 찾는 발길이 이어졌다고. 젊은 연인도 봇물처럼 쏟아졌다. 장미축제와 야간 개장으로 에버랜드는 가족뿐만 아니라 젊은 연인들이 찾는 대표 명소로 발전했다.

에버랜드가 개발한 장미는 40품종에 이른다. 에버랜드는 지난 2013년부터 장미 국산화를 추진하기 시작해 연간 1500회 이상의 인공교배로 장미를 육종해 왔다. 에버랜드표 장미에는 ‘에버로즈’라는 애칭도 있다.
에버로즈 중에서도 퍼퓸 에버스케이프(Perfume Everscape) 품종은 지난 2022년 일본 기후현에서 열린 국제 장미대회에서 국산 품종 최초로 최고상인 금상을 받았다. 이 품종은 에버로즈 중에서도 강한 향기와 화려한 꽃잎이 특징이다. 이번 장미축제에서 에버스케이프를 찾아 꽃향기를 꼭 맡아보시길.
같은 해 호주에서 열린 세계장미컨벤션에서는 에버랜드 로즈가든이 세계 최고의 장미 정원에 수여하는 ‘어워드 오브 가든 엑설런스’(Award of garden excellence)‘를 국내 최초로 수상했다. K-장미의 매력을 전 세계에 보여준 것이다.

16일 개막한 새로운 콘셉트의 장미축제 ‘에버랜드 로로티’는 어떤 모습일까.
이번 장미축제에서는 에버랜드가 자체 개발 장미 품종인 에버로즈를 중심으로 720품종 300만 송이의 만발한 화려한 장미를 볼 수 있다. 축제는 로즈가든에서 한 달간 티 파티를 연다는 콘셉트로 열린다.
올해 장미축제에서는 사막여우를 중심으로 홍학, 나비, 열쇠 등이 등장하는 신비로운 판타지 세계관을 내세운다. 축제를 즐기는 전 과정에서 감성적인 이야기를 경험할 수 있도록 준비했다.
사막여우 캐릭터인 ‘도나 D. 로지’가 이번 축제의 주인공이다. 에버랜드의 마스코트 중 하나인 사막여우 도나를 재해석한 캐릭터다. 로즈가든을 지키는 수호자이자 장미전문가를 뜻하는 로자리안(Rosarian)의 소임을 다하는 캐릭터 도나 D. 로지를 주축으로 동화 같은 이야기를 풀어낸다.

에버랜드 로즈가든은 4개의 주제별 정원으로 나뉜다. 정원마다 동(動)적인 요소가 특징인 예술작품 ‘키네틱아트’ ‘증강현실(AR)’ ‘미러룸(거울방)’ 등 다채로운 장미 체험 콘텐츠와 연출 공간을 마련했다.
에버로즈 향기 구역도 새롭게 마련하고 장미 식재 면적을 확대했다. 다리아송, 갑빠오, 부원 등 유명 작가와 협업한 작품도 곳곳에서 찾아볼 수 있다. 사막여우와 홍학 조형물 등 예술 작품은 장미 정원에 낭만적인 분위기를 물씬 더한다.
로즈가든의 상징인 ‘장미성’은 세계적인 일러스트 작가 다리아송이 그린 작품을 입는다. 미디어 파사드 기법으로 작품을 송출해 장미성이 거대한 예술 작품으로 변신한다. 그동안 일반에 거의 공개하지 않았던 로즈가든 2층 실내도 개방해 다리아송 작가의 작품을 전시한다. 그래픽 작품과 기념사진 촬영 구역, 기획 상품 전시 공간 등으로 내부를 꾸몄다.
장미성 위에는 갑빠오 작가와 협업한 초대형 사막여우 조형물(ABR)을 배치했고 토끼 캐릭터 ‘B.B.래빗’으로 잘 알려진 부원 작가가 입체적으로 표현한 사막여우 작품은 에버랜드 그랜드 엠포리엄 상품점에서 만날 수 있다.
그밖에 사막여우 연기자가 로즈가든에 등장해 고객과 사진을 찍고 일몰 때 점등 퍼포먼스를 펼치는 등 현장 행사도 다양하다.
에버랜드 관계자는 “올해 장미축제 40주년을 맞아 장미와 티(Tea) 문화, 스토리텔링, 예술 콘텐츠를 결합한 페스티벌을 선보인다. 지금까지와는 다른 새로운 모습의 장미축제를 경험해 보시길 바란다”고 말했다.

볼거리만 많은 게 아니다. 새로운 축제 콘셉트에 꼭 들어맞는 먹거리와 신상 기획 상품도 풍성하다.
먼저 로즈가든 바로 옆에 있는 쿠치나마리오 식당에서는 만발한 장미꽃을 감상하며 오후의 티타임을 만끽할 수 있다. ‘애프터눈티 세트’는 장미 브라우니·로즈 컵케이크 등 9종류의 후식과 차를 조합해 구성했다. 메뉴 종류를 간소화한 ‘스몰티 세트’도 맛볼 수 있다.
차 종류는 영국 왕실에서 즐기는 홍차 브랜드 포트넘앤메이슨에서 고를 수 있다. 250년 전통 덴마크 왕실 도자기 브랜드 로얄코펜하겐의 코랄 컬러 티웨어 세트에 차를 담아 제공한다.
상큼한 ‘레드베리 티’, 장미꽃 모양 얼음과 식용 장미를 더한 ‘로즈베리 아이스티’, 분홍빛 ‘로로티 하트 츄로스’ 등 축제 맞춤 메뉴도 판매한다. 쿠치나마리오와 로즈가든 스낵 부스 등에서 맛볼 수 있다.
축제 개막과 함께 메모리얼샵·그랜드엠포리엄 등 에버랜드 상품점에서는 70여 종의 에버랜드 로로티 기획 상품을 새롭게 선보인다.
축제 개막 전부터 예고편에 등장해 화제를 모았던 사막여우 캐릭터 ‘도나 D. 로지’도 세 종류의 인형으로 제작해 판매한다. 사막여우, 홍학, 열쇠 등 축제 스토리를 완성하는 6개 주요 요소별 가방 액세서리도 출시했다.
아울러 장미축제의 다채로운 기획 상품과 감성적인 이야기는 이달 26일까지 더현대 판교에서 펼쳐지는 ‘에버랜드 로로티’ 팝업 스토어(반짝 상점)에서도 만나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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