낭만(浪漫). 두 음절만으로 달달합니다. 하지만 한자어로 먼저 접하게 된다면 느낌이 확 달라집니다. 물결 ‘랑’, 흩어질 ‘만’이란 뜻을 가지고 있어 언뜻 물결이 흩어지다 내지는 사랑의 감정이 분산되다로 오해할 수 있죠. 낭만의 어원인 Romance의 음을 한자어로 가져오다 생긴 일종의 해프닝입니다.
낭만하면 떠오르는 첫 도시로 프랑스 파리를 빼놓을 수 없습니다. 예부터 예술과 멋, 미식의 도시로 알려진 영향도 있고요. 영화 등에 등장하는 주요 스폿들만 봐도 어느 하나 아름답지 않은 게 없어 보입니다.

하지만 이면에는 지저분한 길거리, 빈번한 폭력 시위, 종종 들리는 차별문화 등은 안타까운데요. 어쩌면 낭만이 주는 실제 의미와 다르게 부르는 한자어의 직역 느낌과 비슷한 것 아닌가란 생각마저 듭니다.
여책저책은 낭만의 상징 파리에서의 여행 이야기를 에세이로 엮은 ‘에펠탑에 가면 사랑이 있을까요?’와 생생하고 재미있게 프랑스의 성당 이야기를 담은 ‘알고 나면 더 가보고 싶은 프랑스 성당’ 등 ‘낭만국’ 프랑스를 주제로 한 책 두 권을 소개합니다.
박나형 | W미디어

대부분 직장인이 선생님을 부러워하는 이유는 크게 두 가지다. 안정적이다와 긴 방학이 주어진다는 것. 특히 여름과 겨울, 일 년에 두 번이나 긴 휴가를 즐길 수 있다 보니 직장인 입장에서는 환상적으로 보일 수밖에 없다. 보통의 직장인들은 연월차를 쪼개고 몰아서 눈칫밥까지 얹은 끝에 어렵게 여행을 다녀온 기억이 있기 때문이다.
12년 차 회사생활을 하고 있는 저자 박나형은 12년 차 회사원이다. 전시회 관람과 여행을 좋아해서 직장인의 연차가 가능한 범위 내에서는 최대한 일정을 짜내어 매년 캐리어를 싼다. 아시아 각국은 물론 유럽과 호주, 하와이 등 지구 곳곳을 여행했다.

저자는 막연하게 ‘예술의 도시’라 부르는 프랑스 파리에 대한 동경이 있었다. 파리에 가기 전부터 파리의 거리가 나오는 영화만 봐도 가슴이 쿵쾅거렸다. 이 거리를 피카소가 걸었고, 헤밍웨이가 앉아서 글을 썼고, 반 고흐와 모딜리아니, 살바도르 달리 등 많은 예술가들의 숨결이 남아 있는 곳, 파리는 그래서 너무나 가고 싶었다.
그렇게 파리에 당도한 저자는 책으로만 접하던 곳을 직접 가게 되자 동경이 설레는 사랑으로 바뀌었다. 파리 곳곳의 명소들과 지나다니는 사람들, 노천카페와 빵집들까지 저자를 행복하게 했다. 한국에서는 절대 쓰지 못했을 베레모를 쓴 채 시티투어에 나서고, 버터향에 이끌려 빵집에 들어가 빵을 베어 물며 자칭 파리지엥이 되기도 했다.

특히 에펠탑 앞에 서있자니 사랑에 빠지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을 정도다. 물론 에펠탑에 대한 환상은 현재진행형이다. 그래서 저자는 프랑스의 대문호 빅토르 위고의 말을 적극 공감한다. “파리의 공기를 들이마시는 것은 우리의 영혼을 보존해 준다.” 파리의 공기는 자신의 온몸으로 들어와 잠들어 있는 행복 세포를 ‘톡톡톡’하고 깨우는 듯 하다.
책은 파리를 동경을 넘어 사랑으로 승화시킨 저자 특유의 유쾌하고 깨방정스러운 수다 느낌이 담뿍 살아 있다. 살면서 누구나 설렘으로 다가오는 장소가 있듯, 저자처럼 파리를 동경하는 이라면 또는 설렘의 도시를 찾고 있다면 ‘에펠탑에 가면 사랑이 있을까요?’는 좋은 친구가 될 것이다.
이주현 | 모요사

스스로를 ‘종교적 인간’이라 부르는 저자 이주현은 종교학을 전공하고 가톨릭 방송국 PD로 일하다 프랑스 가톨릭교회의 초청으로 엑상프로방스 생뤼크 신학연구대학에서 5년간 신학과 철학을 공부했다. 실제 가톨릭 신자이기도 한 저자의 세례명은 그레고리오. 여기에 별명인 곰을 붙여 유튜브 크리에이터 그레곰으로 활동 중이다.
신자나 비신자들이 일상에서 현대 그리스도교를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월간지 등에 꾸준히 글을 기고하고 있는 저자는 유럽 가톨릭 교회의 중심이자 자존심인 프랑스 성당을 생생하고 재미있게 풀어 ‘알고 나면 더 가보고 싶은 프랑스 성당’이란 책을 출간했다. 지난 해 가을 남프랑스에서 지내며 쓴 일기를 재구성한 ‘나의 프로방스 일기’에 이어 두 번째 책이다.

흔히 ‘성당 순례’라고 하면 주로 성당의 건축적인 의미나 미술적 가치를 알려주는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하지만 이 책은 성당을 짓고 살던 사람들의 이야기, 종교적인 의미에 더 집중한다. 파리 노트르담 주교좌성당을 가더라도, 이 성당이 지어진 이유와 종교적인 가치를 모른다면 수박 겉핥기만 하다가 맛있는 속살을 베어 먹지 못하는 것과 같다.
저자는 이런 부분이 늘 안타까웠다. 그래서 자신이 직접 가서 보고 듣고 공부한 이야기를 작심하고 책에 풀어냈다. 저자의 이야기를 듣고 나서 다시 보면 그 성당은 예전에 알았던 그 성당이 아니라 살아 숨 쉬며 이야기를 걸어오는 성당으로 성큼 다가온다. 아름다운 건축이나 성화 못지않게 종교 이야기도 흥미진진하고 큰 울림을 준다는 것도 알게 된다.

프랑스는 예부터 ‘교회의 맏딸’이라는 별칭으로 불리며 교황의 전폭적인지지 아래 유럽 가톨릭교회의 중심 국가로 군림해왔다. 그래서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고딕 성당인 파리 노트르담 주교좌성당을 비롯해 프랑스에서 가장 오래된 주교좌성당인 생소뵈르 주교좌성당 등 수많은 주교좌성당을 곳곳에 세웠다.
프랑스에는 한국과 인연이 깊은 성당도 여러 곳 있다. ‘파리의 주님 공현 경당’은 19세기 초에 우리나라에 선교사를 파견한 파리 외방전교회의 공동체 성당으로, 조선으로 파견되기 전 모든 신부들이 이곳에서 미사를 드리고 떠났다.

이 경당의 마당에는 명동 주교좌성당의 신자들이 세운 ‘한국 순교성인 현양비’가 세워져 있다. 또한 남프랑스 지중해 연안에는 조선의 두 번째 주교이자 조선에서 순교한 로랑 앵베르 주교를 기리는 ‘마리냔 성 로랑 앵베르 성당’이 있다. 1995년 축성식을 거행할 때 한국의 김수환 추기경이 방문하기도 했다.
이 책의 각 장 말미에는 저자가 직접 찍어 제작한 숏폼들을 QR 코드로 게재해 독자들이 더욱 생생하게 성당의 모습을 볼 수 있도록 했다. 특히 2024년 12월 7일 파리 노트르담 주교좌성당이 재개관하며 첫 미사를 올리는 장면은 매우 감동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