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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본주의와 예술의 화학 작용 잡스 혁명은 그렇게 완성됐다

  • 송경은
  • 기사입력:2025.05.09 15:54:10
  • 최종수정:2025.05.09 15:54: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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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조성의 발명 안드레아스 레크비츠 지음, 박진우·조형준 옮김, 새물결 펴냄, 4만9000원
창조성의 발명 안드레아스 레크비츠 지음, 박진우·조형준 옮김, 새물결 펴냄, 4만9000원


무에서 유를 창조하는 예술이 자본 없이 예술로서만 영속할 수 있을까. 신간 '창조성의 발명'의 저자 안드레아스 레크비츠의 대답은 '아니요'다. 베토벤은 당시 귀족 가문이었던 브로이닝 집안과의 인연으로 페르디난트 폰 발트슈타인 백작 등 많은 사람에게서 후원을 받아 예술 활동을 지속했다. 화가들도 마찬가지다. 작품이 거래되는 미술시장 덕분에 작가들은 계속 그림을 그리고, 전시를 열고, 작품을 다음 세대에 남겼다.

그러나 산업화를 거치며 자본주의는 예술가의 작업을 기계로 대체했다. 이에 19세기 중반 보헤미안은 자본주의가 인간의 창조성을 침해한다며 반기를 들었다.

발터 베냐민은 자본주의 기술이 예술마저 기술적 복제 대상으로 삼는다며 비판했고, 앤디 워홀은 기술적 복제를 역이용해 예술 작품으로 승화시키기도 했다. 하지만 20세기까지만 해도 자본주의와 창조성은 양립 불가능한 적대적 관계였을 뿐 상보적 관계로 여겨지지 않았다.

오늘날에는 예술 분야에서 논의됐던 창조성이 이전보다 더욱 깊숙이 자본주의의 핵심부로 파고들고 있다. 아이폰을 개발한 스티브 잡스 애플 창립자, 전기차를 대중화하고 민간 우주개발 시대를 연 일론 머스크 테슬라·스페이스X 최고경영자(CEO)는 21세기 자본주의의 영웅으로 여겨진다. 레크비츠는 이들의 창조성이 자본주의를 향한 산업화 시기의 부정적 평가를 완전히 뒤바꿔놨다고 주장한다. 이른바 '미학자본주의'다.

'창조성의 발명'은 자본주의가 등장할 때 아방가르드 예술에서처럼 자본주의의 주변부에 머물던 창조성이 어떻게 잡스 혁명으로 이어지게 됐는지 추적·분석한 책이다.

인공지능(AI) 혁명을 일으킨 '챗GPT'도 마찬가지다. AI와 인간의 창조적인 협업은 법률, 의료, 스포츠 등 다양한 분야의 산업을 지배하고 있다. 이제 인간의 창조성과 기계적 복제성(효율성)은 상보적 관계가 됐다는 게 저자의 설명이다.

[송경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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