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에스벨의 생전 '아티비즘' 작품을 서울 한복판에서 확인 가능한 전시가 서울 청담동 갤러리 글래드스톤에서 열린다. 짙은 검은색 위의 형광빛 안료를 사용한 그의 작품은 인간의 권리에 대한 하나의 깊은 선언서이기도 하다.

에스벨의 관심사는 그가 브라질 원주민 출신의 작가란 사실과 늘 유관했다. 그는 아프로-브라질리안 공동체와 원주민, 즉 역사적으로 소외된 자들을 향했는데 이는 남미가 지배국에 의해 당초 살아온 공간으로부터 '추출'돼 버린 역사 때문이었다. 탈식민주의적 경향은 글래드스톤 지하 1층에 전시된 2016년 작품 '무제'에서도 두드러진다.
1960년대 금 수요가 폭증하면서 남미는 수탈의 역사를 경험한다. 에스벨은 16개 캔버스에 '만화' 형식으로 그려진 이 작품을 통해 식민주의를 고발해낸다.
금이 채굴되고, 송전탑이 세워지면서 자연은 폐허로 변해갔고 인간의 목숨조차 지켜지지 못했다. 에스벨은 이 작품들을 통해 지옥도로 변해버린 인간의 땅, 그리고 그곳에서 행해졌던 악을 사유해낸다.
에스벨은 브라질 원주민 집단 마쿠시족의 일원이었으며 화가일 뿐만 아니라 교육자이자 작가, 큐레이터, 활동가로도 활동했다. 그는 41세 때 자택에서 스스로 목숨을 끊은 채로 발견됐는데, 그가 남긴 작품들은 오히려 생생히 살아 신화적 존재들, 그리고 영혼과의 대화를 끊임없이 시도 중이다. 전시는 5월 17일까지. 무료.
[김유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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