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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ver Story] ‘식물멍’ ‘식테크’ 무궁무진한 반려식물의 세계…봄에는 부캐 ‘식집사’가 되어볼까?

‘반려식물(인간과 교감하며 살아가는 특정한 식물)’ 산업 규모가 올해 2조 4,215억 원에 달한다는 농촌진흥청의 자료 조사 결과가 있었다. 몇 년 새, 반려식물을 돌보는 ‘식물 집사(식집사)’, 식물을 보며 마음의 위로를 얻는다는 ‘식물멍’, 희귀 식물을 키워 재테크를 한다는 ‘식테크’ 등 각종 신조어도 생겨나고 있다. 코로나 팬데믹 이후로 빠르게 성장하기 시작한 반려식물 산업은 어느덧 2030 세대를 중심으로 새로운 생활 문화로서 자리잡고 있다.

  • 이승연
  • 기사입력:2025.04.25 15:19:51
  • 최종수정:2025.04.25 15:19: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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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려식물(인간과 교감하며 살아가는 특정한 식물)’ 산업 규모가 올해 2조 4,215억 원에 달한다는 농촌진흥청의 자료 조사 결과가 있었다. 몇 년 새, 반려식물을 돌보는 ‘식물 집사(식집사)’, 식물을 보며 마음의 위로를 얻는다는 ‘식물멍’, 희귀 식물을 키워 재테크를 한다는 ‘식테크’ 등 각종 신조어도 생겨나고 있다. 코로나 팬데믹 이후로 빠르게 성장하기 시작한 반려식물 산업은 어느덧 2030 세대를 중심으로 새로운 생활 문화로서 자리잡고 있다.
(일러스트 게티이미지뱅크)
(일러스트 게티이미지뱅크)
늘어나고 있는 부캐(부캐릭터) ‘식집사’

과거 국내 반려식물 시장은 그리 큰 규모가 아니었다. 식물은 단독주택에 살거나 전원생활을 해야 키울 수 있다는 인식도 있었고, 화분을 키우는 건 4050 세대의 취미 생활로 느껴졌기 때문이다. 관련 시장 역시 대체로 난이나 다육이, 축하 화분 등이 주축을 이루는 것이 전부였다. 하지만 몇 년 새 북유럽 인테리어의 유행과 코로나19 팬데믹을 기점으로 국내에 해외 가드닝 문화가 들어오며, 반려식물 시장 역시 빠르게 성장해갔다. 코로나 팬데믹으로 실내 생활이 늘어났을 당시, 집이라는 공간에 대한 사람들의 인식은 변화했다. 답답함과 우울함을 극복하기 위해 자연적 요소와 결합된 바이오필릭(자연·생명Bio와 그리스어 필리아Philia의 합성어에서 유래) 무드, 자연주의 인테리어가 인기를 얻었고, 이후 ‘식집사’, ‘플랜테리어’(식물Plant와 인테리어Interior의 합성어) 등의 신조어가 생기거나 ‘#플랜트셸피’(식물Plant과 선반Shelf, 셀피Selfie의 합성어, 식물로 가득 찬 선반 사진을 올리는 SNS 문화) 붐이 일었다. 특히 2030 젊은층 사이에서 반려식물에 대한 인식과 접근성은 과거와는 눈에 띄게 달라졌다.

이는 수치에서도 드러난다. 지난 2021년 농림수산식품교육문화정보원이 식물 재배 트렌드에 대한 온라인 빅데이터를 분석한 결과, 2021년 실내농작물 재배 관련 온라인 정보량이 2020년에 비해 약 57% 증가한 바 있다. 코로나19뿐만 아니라 기후 변화로 인해 특정 품목(대파 등)의 큰 가격 변동도 식물 재배에 대한 관심을 높이는 원인이었다. 과거에는 베란다 텃밭이 ‘취미’, ‘유기농’ 관련 언급이 대부분이었다면, 코로나19 발생 이후 일상 속 ‘힐링’을 느낀다는 언급이 증가했다는 결과도 나왔다.

지난 3월엔 농촌진흥청이 우리나라 반려식물 인구와 산업 규모를 조사한 결과, ‘반려식물을 기른다’고 답한 응답자는 34%에 달했으며, 연령대별로는 30대 이하가 37.2%로 가장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식물 및 연관산업(화분, 영양제 등)을 합산한 반려식물 산업 규모의 경우 2조 4,215억 원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와 관련해 농촌진흥청은 반려식물 기르기가 단순 취미를 넘어 국민 생활문화 일부로 자리 잡은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또한 반려식물 기르기가 정서 안정에 주는 기대감이 큰 만큼 관련 산업의 성장세가 이어질 전망이라고 덧붙였다.

식물장으로 상추 등을 재배하는 배우 옥자연(사진 MBC ‘나혼자산다’ 갈무리)
식물장으로 상추 등을 재배하는 배우 옥자연(사진 MBC ‘나혼자산다’ 갈무리)

국내 관찰 예능에서는 ‘식집사’의 모습도 왕왕 등장한다. 연예계 대표 ‘식집사’로 소문난 뮤지션 정재형은 과거 한 방송을 통해 설명하길 키우는 실내 화분만 50개에 달할 정도라고. 또한 배우 전도연, 옥자연 등도 식물에 대한 애정을 뽐내 화제가 되기도 했었다. 이들은 실내 공간 한편에 식물장(조명과 습도 유지가 되는)을 꾸며 직접 루콜라, 상추, 밀싹 등의 채소 재배에 나서는가 하면, 테라스나 베란다, 옥상 텃밭 등에서도 제철 식물을 키우며 ‘식물멍’에 빠지는 모습을 소개했다.

유명인들뿐만 아니라 일반인들 사이에서도 반려식물에 대한 관심이 커지며 홈퍼니싱 브랜드 및 인테리어 플랫폼들은 ‘반려식물’ 관련 상품 품목을 확대했다. 스마트폰과 연동된 식물재배기, AR기술을 활용한 식물 키우기 등 식물 가전이 출시되고 있고, 희귀 식물 판매나 플랜테리어 소품도 다양해졌다.

최근 성장세를 이어가고 있는 생활용품점 브랜드 다이소에서도 봄철을 맞이해 홈 가드닝에 도전해볼 수 있는 상품들을 구성한 ‘원예용품 기획전’을 진행한 바 있다. 해당 기획전에서는 비빔밥의 재료를 기르는 씨앗 세트(적상추, 시금치, 당근)로 요리, 수확의 기쁨을 느껴볼 수 있는 ‘씨앗으로 요리하기 비빔밥’부터 작은 베란다에서 쉽게 재배할 수 있는 상품 ‘베란다 텃밭 2종 씨앗 세트 꽈리고추&청양고추’, 초보자도 쉽게 기를 수 있는 ‘베란다 꽃밭 2종 씨앗 세트 수레국화 & 유채꽃’ 등 가볍게 도전해보는 식물 재배 키트를 출시했다. 뿐만 아니라 씨앗, 원예용 흙, 소품 등 170여 가지의 상품을 함께 선보였다.

(사진 ㈜아성다이소)
(사진 ㈜아성다이소)

More Insight ‘식테크’를 아시나요?
(일러스트 게티이미지뱅크)
(일러스트 게티이미지뱅크)

식물로 돈을 벌 수 있다는 ‘식테크’ 열풍이 한때 국내 시장을 뜨겁게 달군 바 있다. SNS에서 불기 시작한 반려식물과, 플랜테리어의 유행으로 전 세계적으로 식물 시장이 커지며, 가격 역시 수직 상승했다. 대표적으로 열대 관엽식물 ‘몬스테라 알보’가 있다. 몬스테라 알보는 몬스테라의 돌연변이종으로, 씨앗이나 조직 배영이 아닌 물꽂이(입 줄기 끝부분을 잘라 물에 담그는 형태)나 흙에 식재하는 방식으로 번식한다. 대량 생산이 힘들고 성장도 느리다 보니 희소성이 높은 편이다. 희귀 식물일수록 수입 초기에는 희소성 때문에 가격이 높게 책정된다. 몇 해 전 국내 한 예능 프로그램에서는 몬스테라 알보 잎 하나에 수십만 원에 달한다는 얘기가 나오기도 했었다.

중고 거래 플랫폼에서는 ‘식테크’에 관심을 가지는 식집사들의 판매량이 늘기도 했는데, 주의해야 할 점이 있다. 개인 간의 거래에서 종자업으로 등록되지 않은 미등록 사업자의 경우 종자 불법 거래가 될 수 있다는 것. 삽수(식물 잎사귀나 가지를 자르는 형태) 방식은 ‘종자’로 분류되고, 미등록 사업자는 종자산업법에 의거해 식물거래가 불법에 해당된다. 사업자등록을 한 뒤 온라인 판매업체에 입점을 하거나, 뿌리, 줄기, 잎이 모두 갖춰진 상태로 흙에 식재해 판매해야 개인 간 거래가 가능하다. (참고 도서:『식테크의 모든 것』(박선호 저, 시월 펴냄))

#1 식물에 대한 이해부터 시작하기
물, 빛, 토양만 있다면 어디든 클 수 있어
기자는 집의 주 식집사인 할머니가 키우는 식물들의 화분을 찍고 구글 렌즈로 검색해보았다. 그 결과 제라늄, 염좌 나무, 군자란, 연성각(기둥선인장), 산세베리아, 골드페페 등이라는 이름을 알게 됐다. 화분에는 흙의 통풍을 위한 젓가락, 비료가 될 준비를 하는 잘게 간 달걀껍질 등이 보인다(사진 이승연 기자).
기자는 집의 주 식집사인 할머니가 키우는 식물들의 화분을 찍고 구글 렌즈로 검색해보았다. 그 결과 제라늄, 염좌 나무, 군자란, 연성각(기둥선인장), 산세베리아, 골드페페 등이라는 이름을 알게 됐다. 화분에는 흙의 통풍을 위한 젓가락, 비료가 될 준비를 하는 잘게 간 달걀껍질 등이 보인다(사진 이승연 기자).

도서 『퇴근하고 식물집사』(휴 펴냄)의 저자인 대릴 쳉Darryl Cheng은 61만 팔로워를 보유한 ‘플랜트 인플루언서’다. 인스타그램 계정 ‘하우스플랜트저널@houseplantjournal’를 운영 중인 그는 ‘식물 돌보기의 기본 원칙’으로 식물의 종류에 상관 없이 “적절한 빛과 물을 공급하고 뿌리가 행복해하도록 흙을 관리하라”라고 설명한다.

반려식물을 키우기에 앞서 식물의 거시적 돌봄의 관점과, 유기적인 관계의 이해가 필요하다. 빛, 흙, 물은 유기적 관계에 놓여 있다. 열대식물의 잎이 풍성한 이유는 빛이 약하지만 물은 풍부한 환경에서 자랐기 때문이고, 가시로 몸을 보호하는 선인장, 다육식물은 사막의 환경에서 살아남기 위해 진화했으므로, 적은 물을 주고 햇빛을 흠뻑 받을 수 있게 해줘야 한다는 환경요소를 고려하게 된다. 이런 ‘식물의 관점’에서 가드닝의 요소와 기본적 원칙을 이해하고 공부하며 이를 통해 즐거움을 얻는 것이 ‘식집사’의 기본적인 소양으로 요구된다.

초보 식집사의 마음가짐이 완성이 되었다면, 내가 키우고자 하는 식물이 과습은 되지 않는지, 통풍을 해줘야 할 때는 언제인지 등 기본 관리법을 알아야 한다. 오래 집을 비울 때에 맞는 대비 사항, 영양 공급법, 분갈이 시기, 해충 관리법 등 심층 방법까지 알고 나면 어느덧 누구보다 실력 있는 식집사가 되어 있을 것이다.

화분에 젓가락이 꽂혀 있는 이유는 통풍을 통해 공기를 유입하는 길을 만들어준다. 곤충과 벌레가 하는 일을 인간이 도와주는 셈이다. 흙의 물이 마르지 않았는지 체크도 가능하다(사진 이승연 기자).
화분에 젓가락이 꽂혀 있는 이유는 통풍을 통해 공기를 유입하는 길을 만들어준다. 곤충과 벌레가 하는 일을 인간이 도와주는 셈이다. 흙의 물이 마르지 않았는지 체크도 가능하다(사진 이승연 기자).

#2 나는 어떤 식물을 좋아하는가
나에게 맞는 반려식물을 찾아서

‘기분전환으로 식물 한번 키워볼까’라는 생각에 인터넷 검색창에 ‘초보도 키우기 좋은 것’ ‘인기 있는 식물’ ‘잘 죽지 않는 식물’ 등을 찾아본 적이 있지 않은가. 사실 식물 입문자인 경우 잘 죽지 않고 공기 정화에 좋은 식물을 선택하는 것이 무난하지만, 본격적인 식집사에 도전하고자 한다면 먼저 나의 라이프스타일을 파악하는 것에서부터 시작해보도록 하자.

도서 『플랜테리어 101』(베리북 펴냄)의 저자이자 플랜테리어 전문가 정재경 씨는 ‘인테리어에서도, 식물에서도 선택이 필요할 땐 유행이나, 인테리어 트렌드 대신 나 자신에게 좋아하는 것을 묻는 것이 좋다’고 조언한다.

일례로, 대한민국에서 흔한 탁 트인 정남향 아파트의 실내 환경은 주로 양지(직사광이 하루 4시간 이상 내리쬐는 곳)에 해당한다. 반양지(직사광이 2시간 정도 내리쬐는 곳)에서 반음지의 실내라면 관엽식물이 좋은 선택이 된다. 한편 내가 커튼을 투과한 은은한 빛을 좋아한다면 적은 빛을 견디는 식물을 골라야 한다. 또한 겨울철 실내 온도를 21~25도 사이로 본다면, 실내는 사실상 열대 기후와 같다. 이 조건에선 사막 기후에서 자생하는 열대식물이 잘 자란다.

이처럼 관리의 난이도, 집의 환경, 식집사의 성격을 파악하는 것이 먼저 우선되어야 한다. 그리고 식물을 몇 번 성공적으로 키워봤다면 이후 나의 취향, 예산 범위를 고려해 온라인에서 이미지를 검색해본 뒤, 마음에 드는 식물의 이름을 기억해 두도록 하자.

Tip 초보자에게 좋은 반려식물
(왼쪽부터)몬스테라, 스킨답서스(사진  게티이미지뱅크)
(왼쪽부터)몬스테라, 스킨답서스(사진 게티이미지뱅크)

• 몬스테라  ‘플랜테리어’ 하면 가장 먼저 생각이 나는 식물이다. 덩굴성 관엽식물로, 자라면서 타원형 구멍이 뚫린다. 반음지 정도의 햇볕을 쐬며, 흙 표면이 말랐을 때 또는 주 1회 급수하도록 한다. 겨울철에는 물을 줄이고 자갈을 깐 밫침 위에 둔 채 자갈이 물에 담기도록 하는 촉촉하게 유지하도록 한다. 뿌리 역시 잘 자라는 편으로, 성장에 따라 지지대를 세워주도록 한다. 독성이 있어 아이와 반려동물이 있는 집에서는 주의가 필요하다. 수경재배 또한 가능하다는 것이 몬스테라의 장점.

• 스킨답서스  실내에서 키우기 쉬운 종류 중 하나이다. 수경재배로도 잘 자라는 편이고, 병충에도 강하며, 높은 습도를 좋아하고 잎을 풍성하게 틔운다. 성장과 번식이 잘 된다. 무늬종으로 꼽히는 엔조이 스킨답서스나, 형광 스킨답서스, 그린 스킨답서스, 마블 스킨답서스 등 종류 역시 다양해 다양하게 연출할 수 있다.

(왼쪽부터)셀렘, 보스턴고사리(사진 픽사베이(셀림 사진), 게티이미지뱅크)
(왼쪽부터)셀렘, 보스턴고사리(사진 픽사베이(셀림 사진), 게티이미지뱅크)

• 셀렘  이국적인 풍경이 특징인 셀렘은 열대 지역에서 자라는 식물 종류이다. 깊게 갈라진 잎이 특징으로, 실내 공기 정화 능력이 뛰어나고 생명력이 강하며, 관리가 쉬워 초보 식집사들에게 인기 있다. 직사광선보다 반그늘, 간접광이 드는 곳에서 키우고, 습한 환경을 좋아하지만 과습은 피하도록 한다. 골드셀렘, 호프셀렘, 제나두셀렘 등이 대중적이다.

• 보스턴고사리  플랜테리어를 하며 다양한 식물 종으로 집단 군락을 이루고자 한다면 빼놓지 않는 종류다. 양치류로 풍성한 잎이 특징. 건조함에 강하고 직사광은 피하는 반양지, 반음지에서 자라며 흙 표면이 말랐을 때 물을 주고, 잎에 자주 분무해주는 것이 좋다. 가을부터 급수량과 횟수를 줄이고, 자갈을 깐 받침 위에 두며, 물은 자갈이 잠길 정도가 좋다.

Tip 구경하기 좋은 초보 식집사를 위한 ‘눈팅’ 플랫폼
(사진 플랜트그램 화면 갈무리)
(사진 플랜트그램 화면 갈무리)

• 플랜트그램: 식물 집사를 위한 식물 일기 애플리케이션. 식물별 물 주는 날을 잊지 않도록 알람을 설정할 수 있다. 식물의 마지막 물을 준 날, 등록일 등을 입력하면 등록 식물의 물주기, 선호하는 햇빛, 물, 온도 등이 자동으로 세팅된다.

• 핀터레스트: 인테리어도 이젠 디자인 시대다. 사람들이 업로드한 플랜테리어 사진이나 실내 정원, 조경, 정원 사진을 살펴보고 식물 배치법, 인테리어 팁 등의 아이디어를 얻을 수 있다.

• 싱그러운 집: 식물 관련 커뮤니티로, 반려식물 정보를 공유하고 필요한 상품을 구매할 수 있다. 식물 가이드북부터 스타일링 팁 등도 제공한다.

[ 시티라이프부 이승연 기자 lee.seungyeon@mk.co.kr]

[사진 및 일러스트 게티이미지뱅크, 픽사베이, 각 브랜드]

[참고 자료『식테크의 모든 것』(박선호 저), 『퇴근하고 식물집사』(대릴 챙 저), 『플랜테리어 101』(정재경 저) ]

[본 기사는 매일경제 Citylife 제977호(25.04.29)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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