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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식서 나온 머리카락 … 서로 의심하는 알바들

신민 작가 P21 갤러리 개인전
서비스직 현장 속 여성 이야기
'유주얼 서스펙트' 시리즈 전시

  • 김유태
  • 기사입력:2025.04.23 16:36:15
  • 최종수정:2025-04-23 19:29: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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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치 작품 옆에 서 있는 신민 작가.
설치 작품 옆에 서 있는 신민 작가.
올해 아트바젤 홍콩에선 한국 작가의 대형 설치작품이 큰 관심을 얻었다. 서비스직 노동현장의 여성들의 머리카락을 주제 삼은 작품 '유주얼 서스펙트'다. 이 작품엔 음식에 머리카락을 흘린 '여성 동료 범인'을 찾는 서사가 담겨 있다.

주인공은 1985년생 신민 작가. 큰 눈망울에 흰 마스크를 쓰고 범인을 찾으려는 여성 노동자 군상을 형상화한 작품은 아트바젤 홍콩에서 신예 작가에게 주는 'MGM 디스커버리 아트 프라이즈'를 받으며 신민 작가를 일약 '스타'로 만들었다.

최근 서울 용산구 P21갤러리에서 만난 신민 작가(사진)는 "실제로 제가 패스트푸드점에서 10년을 일했다. 당시 경험과 기억을 담은 작품"이라며 장난기 가득한 웃음을 지었다.

'유주얼 서스펙트'는 비틀어진 자본과 노동시장에 관한 하나의 거대한 은유다. 가로 15m, 세로 1.3m짜리 작품은 여성 노동자들이 눈을 크게 뜨고 '털을 흘린 범인'을 적발하려 한다.

신민 작가는 "노동 현장에서 신체는 멸균 상태를 지향한다. 조심하려 했더라도 공산품에서 머리털 하나가 튀어나올 때 왜 인간 노동자들은 스스로 혐오감을 느끼는가. 또 왜 서로를 의심하고 경계하기 시작하는가를 묻고 싶었다"고 강조했다.

노동 현장에서 여성 신체는 정제된 유니폼과 리본 머리망을 통해 '통제'된다. 통제를 벗어났을 때 저임금 고강도 서비스직 여성들은 서로서로 의심하는 상황이 발생한다. '자본주의는 보편적 인간의 신체를 통제한다'는 명제를 안긴다.

작가는 "고객의 음식에서 머리카락이 나오자 서로가 서로에게 '누구야?' '너 때문에'라고 의심하는 상황"이라며 "사실 작품에 그려진 모든 인물은 저의 자화상이기도 하다. 수많은 여성의 얼굴을 반복적으로 그렸다"고 말했다. 전시는 5월 17일까지.

[김유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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