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굵은 빗줄기에도 수백명 인파 몰렸다...“할아버지 잃은듯한 슬픔”

프란치스코 교황 공식 분향소 마련 염수정 추기경·정순택 대주교 조문 한덕수 권한대행도 찾아···시민 줄이어 “부활절 할일 다하시고 천상에 할아버지 돌아가신 것같이 슬퍼”

  • 이향휘
  • 기사입력:2025.04.22 16:19:52
  • 최종수정:2025-04-22 18:42: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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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란치스코 교황 공식 분향소 마련
염수정 추기경·정순택 대주교 조문
한덕수 권한대행도 찾아···시민 줄이어
“부활절 할일 다하시고 천상에
할아버지 돌아가신 것같이 슬퍼”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 국무총리가 22일 서울 명동대성당 지하성당에 마련된 프란치스코 교황 빈소를 찾아 조문하고 있다. [이승환 기자]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 국무총리가 22일 서울 명동대성당 지하성당에 마련된 프란치스코 교황 빈소를 찾아 조문하고 있다. [이승환 기자]

온종일 비가 오는 궂은 날씨도 추모행렬을 막지 못했다. 전날 선종한 프란치스코 교황의 공식 분향소가 설치된 한국 천주교 서울대교구 주교좌성당인 서울 중구 명동대성당.

22일 오후 2시 대성당 뒤편 지하성당으로 들어가는 입구에 우산을 쓴 인파 수백명이 몰리며 긴 줄이 생겼다. 조문이 시작된 오후 3시가 되자 염수정 추기경과 정순택 대주교, 구요비 주교, 이경상 주교를 비롯한 서울대교구 주교단이 조문을 시작했다. 뒤이어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과 이용훈 한국천주교주교회의 의장의 조문이 잇따랐다.

분향소 앞에는 ‘프란치스코 교황님을 위한 기도’ 순서가 붙어 있다. 성호경을 긋고, 묵주기도를 드린 뒤, 요한복음 10장 11~16절을 봉독한 뒤 3분 묵상과 기도를 드린다.

수원에서 온 전시몬(76)·이로사(72) 부부는 “교황님이 오래 전부터 아프셔서 늘 아슬아슬한 마음이었다”며 “그 아프신 와중에도 부활절 미사에 휠체어를 타고 신자들에게 마지막 강복을 주시는 등 예수님처럼 지상에서 하실 일을 다 이루시고 편안하게 가신 것 같다”며 말했다.

서울 압구정동에서 온 윤소피아(44)는 “2014년 방한 당시 충북 음성 꽃동네서 교황님을 뵈었다”며 더 충격이 크다고 말했다. 윤 씨는 “50일 된 제 아이가 당시 교황님의 이마키스 은총을 받았다”며 “어제 가족 모두가 갑작스러운 교황님의 선종 소식을 듣고 친할아버지가 돌아가신 듯한 슬픔에 휩싸였다”고 밝혔다.

서울 화양동에서 온 20대 프리랜서 이용무 씨는 “교황님께 우리가 모두 많은 빚을 지고 있다고 생각한다”며 “우리가 보듬지 못했던 소수자들과 사회적 약자를 따뜻하게 안아주셨다”고 회고했다.

이날 오전 7시와 10시에 열린 명동대성당 미사에서도 천주교 신자와 시민들의 발길이 이어졌다. 미사는 엄숙하고 고요한 분위기 속에서 진행됐으나 도중에 슬픔을 참지 못하고 흐느끼는 신자도 보였다. 한국천주교주교회의는 이날 “교황님의 영원한 안식을 위한 공식 기도문을 교황청으로부터 받는 대로 번역해 교구 등에 전달할 예정”이라며 “신자들에겐 교황님을 위한 9일 기도를 권장한다”고 밝혔다.

교황의 장례 미사에는 의장인 이용훈 주교, 염수정 추기경(전 서울대교구장), 임민균 신부(주교회의 홍보국장)가 참가한다. 교회 관례에 따르면 교황의 장례는 통상 바티칸 성 베드로 광장에서 치러졌으나 교황청은 아직 프란치스코 교황의 장례 미사를 어디서 할지 공식 발표하지 않았다. 장례 미사 참가단 규모는 간소한 장례를 원했던 교황의 뜻을 고려해 결정됐다고 천주교 관계자는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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