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강이 정원 가꾸며 쓴 일기 담겨
절판 산문집 잇는 유일한 산문집
차기 소설은 이르면 올해 출간


노벨문학상 수상 이후 첫 책으로 한강 작가의 고요한 내면이 담긴 산문집이 나온다. 작가가 자신의 온전한 첫 집을 얻고 정원에서 시간을 보내며 쓴 일기와 직접 휴대폰으로 찍은 사진이 담겨 있다.
출판사 문학과지성사는 한강의 산문집 ‘빛과 실’을 23일 출간한다고 밝혔다. 일반 서점에서는 오는 24일부터 독자와 만난다.
책 제목 ‘빛과 실’은 한강이 지난해 12월 노벨문학상 시상식을 앞두고 스웨덴 스톡홀롬에서 발표했던 수상자 강연 제목을 그대로 따왔다. 172쪽 분량의 이번 산문집에는 한강의 노벨문학상 강연이 수록되고, 시와 산문 등 총 12편의 글이 실린다.
이중 절반 정도만 처음 공개되는 글이고, 나머지는 그동안 문예지 등에 발표한 글이다. 문학과지성사 관계자는 “독자들이 작가의 고요한 내면, 고요한 일인칭의 세계를 경험할 수 있는 책”이라고 소개했다.
처음 공개되는 ‘정원일기’는 작가가 정원을 가꾸고 시를 쓰면서 느낀 감상을 기록한 일기 성격의 글이다. 그는 “내 작은 집의 풍경에는 바깥 세계가 없다. 중정이 주는 평화. 내면의 풍경 같은 마당. 행인도 거리도 우연의 순간도 없다. 그걸 잊지 않으려면 자주 대문 밖으로 나가야 한다”고 썼다.
이번에 공개된 ‘북향 정원’에서 한강은 “(정원을 가꾸는)이 일이 나의 형질을 근본적으로 바꾸고 있다는 것을 지난 삼 년 동안 서서히 감각해왔다. 이 작은 장소의 온화함이 침묵하며 나를 안아주는 동안 매일, 매 순간, 매 계절 변화하는 빛의 리듬으로”라고 썼다.
이미 공개한 글로는 지난해 문학과지성사의 계간 문예지 ‘문학과사회’ 가을호에 실렸던 시 ‘북향 방’과 ‘고통에 대한 명상’ 두 편이 담긴다.
‘빛과 실’은 현재 판매 중인 한강 작가의 유일한 산문집이 될 예정이다. 한강 작가는 기존에 산문집 ‘가만가만 부르는 노래’와 ‘사랑과, 사랑을 둘러싼 것들’을 출간한 바 있으나 모두 절판됐다.
이번 신간은 노벨문학상 수상 이전부터 문학과지성사의 산문집 시리즈인 ‘문지 에크리’의 9번째 순서로 준비해온 책이다. 이 시리즈는 문학 작가들의 사유를 동시대 독자의 취향에 맞게 구성한 산문 시리즈다. 앞서 김혜순 작가의 ‘여자짐승아시아하기’, 이장욱 작가의 ‘영혼의 물질적인 밤’ 등이 있었다.
독자들은 출간 전부터 뜨거운 관심을 보이고 있다. 예스24 사이트에는 700건이 넘는 기대평이 달렸다. 한 독자는 “작가님의 산문집 너무 기대된다”며 “어둠의 시대인 지금 우리에게 빛과 같은 한강 님의 신간 출간을 축하한다”고 기대평을 달았다. 한강은 집필에 매진하고 있어 신작 발간을 기념한 언론 인터뷰나 독자와의 만남 등은 계획하지 않고 있다.
그의 차기 소설 ‘겨울 3부작’의 마지막 작품은 이르면 올해 출간될 것으로 보인다. 2015년 황순원문학상을 받은 ‘눈 한 송이가 녹는 동안’과 2018년 김유정문학상 수상작 ‘작별’ 두 단편소설과 연결되는 작품이다. ‘눈 한 송이가 녹는 동안’은 잡지사 내부의 노동쟁의를, ‘작별’은 겨울날 눈사람으로 변해버린 여성의 이야기를 다뤘다.
한편 ‘한강 특수’를 누린 창비와 문학동네 출판사의 작년 영업이익이 각각 1년 전과 비교해 4~5배 껑충 오른 것으로 집계됐다. 창비는 ‘소년이 온다’, ‘채식주의자’를 펴냈고, 문학동네는 ‘작별하지 않는다’, ‘흰’, ‘희랍어 시간’ 등을 출간했다. ‘서랍에 저녁을 넣어두었다’ 등을 펴낸 문학과지성사의 실적은 공개되지 않았다.
대한출판문화협회에 따르면 창비는 작년 매출액 427억원을 기록해 전년 대비 67.6% 증가했고, 작년 영업이익은 84억원으로 390.8% 급등했다. 영업이익이 1년 만에 4.9배 증가한 셈이다. 문학동네는 작년 매출액 463억원을 기록해 전년 대비 43.6% 증가했고, 작년 영업이익은 128억원으로 296.5% 급등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