따듯해지려나 싶더니 눈이 내리는 혼란 가득한 4월이다.
유독 우여곡절이 많던 벚꽃 시즌이 저물어간다. 산불로 인해 대부분의 벚꽃축제는 취소되거나 규모를 축소했다. 지자체와 벚꽃의 눈치 게임도 엇갈렸다. 이상기온으로 인해 언제 필지 감을 못 잡던 벚꽃은 축제가 다 끝나고 만개하기도 했다. 118년 만에 4월 눈이 쏟아진 지난 주말, 서울 대표 벚꽃축제 여의도의 축제도 막을 내렸다.

여의도 봄꽃 축제는 기존 4일 개막 예정이었으나 윤석열 전 대통령의 탄핵 심판 선고일과 겹치며 8일로 미뤄졌다. 축제 첫날 만개율 80%. 연기로 속상해진 마음을 달래듯 벚꽃이 봉우리를 틔워줬다. 늦은 벚꽃 개화와 오히려 맞물린 것이다. 때맞춰 핀 벚꽃은 비바람이 치던 축제 마지막 날에도 강하게 버텼다. 올해 방문객 약 299만 3158명. “벚꽃보다 사람이 더 많다”는 여의도의 인기는 여전했다.

많은 사람들이 ‘벚꽃축제’로 알고 있지만 공식 명칭은 ‘여의도 봄꽃 축제’다. 한강 부근 둘레길에는 제주도 원산의 왕벚나무 1886주와 △진달래 △개나리 △철쭉 △조팝나무 등 13종 8만7859주의 봄꽃이 때맞춰 얼굴을 드러낸다.

올해 여의도 봄꽃 축제는 ‘모두의 정원’을 주제로 4월 8일부터 12일까지 4일간 열렸다. △봄꽃 정원 △예술 정원 △휴식 정원 △미식 정원 총 4개의 테마 구역으로 구성했다.

입장과 함께 가장 먼저 보이는 곳은 봄꽃 정원이다. 화려한 꽃들로 장식한 아치부터 분홍빛 벚꽃길까지 포토존이 늘어섰다. 휴식 정원엔 쉴 수 있는 의자들이 가득하고 예술 정원엔 영등포 미술협회의 작품 전시를 진행했다.

축제 곳곳에선 영등포 시민들의 활약이 돋보였다. 1일 차 퍼레이드엔 영등포 구민 동아리 단체들이 장기를 뽐냈다. 시민 정원사들이 꾸민 팝업 정원도 인기가 높았다. 시민 봉사자들은 동선 안내를 지원해 축제의 분주함을 줄였다.

여의도는 축제 전날인 3일 긴급회의를 통해 연기를 결정했다. 탄핵 심판 선고 당일 국회에 몰릴 사람들을 고려해 사고가 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한 결정이다. 공군 블랙이글스 축하 비행와 군악대 공연은 취소됐지만 대부분의 프로그램은 일정대로 이어졌다. 축제 관계자는 “축제가 미뤄지며 구조물 설치를 다시 하는 등 관계자들이 마음고생이 많았다. 다행히 꽃이 피고 날씨 좋아져서 마음을 놓았다”고 말했다.

입구부터 노란 피카츄 모자를 쓰고 다니는 방문객들이 눈길을 끌었다. “이케아 강동점 오픈을 축하합니다.” 외치는 시민들의 소리가 쩌렁쩌렁 들리는 등 봄꽃 축제에 참여한 브랜드들은 각양각색의 마케팅을 뽐냈다. 누가 크게 외치나 구경하는 사람들부터 마인크래프트 벚꽃나무에서 사진 찍는 모습, 노르디스크의 캠핑 의자에서 쉬는 어르신 등 브랜드가 축제에 자연스레 녹아들었다.

축제에 참여한 업체는 총 13곳. 영등포구는 협찬 공모를 홈페이지에 게시해 협찬사를 모았다. 예산에 맞추기 어려운 축제 장비들은 직접 브랜드에 협업을 요청해 구성했다. 글로벌 빈백 브랜드 요기보가 채워준 무대 앞 빈백 관람석이 그 예시다.

영등포구는 축제에서 ‘더현대 서울’ 보유 구의 면모를 보였다. 더현대와 협업한 미식 정원엔 △블루보틀 △이가네 떡볶이 △두물머리연핫도그 △서만복닭강정 등이 함께했다. 전국에 널리 유명세를 알린 두물머리 연핫도그와 이가네 떡볶이에 줄이 몰려 어수선한 분위기였지만 대부분 방문객은 서울에서 쉽게 맛보기 어려웠던 음식을 즐길 수 있어 만족한다는 평이었다.

2년째 축제에 방문했다는 관광객 박소연(26) 씨는 “회사 점심시간에 봄나들이하러 나왔는데 브랜드 부스에서 선물을 가득 받아서 뿌듯하다. 흐드러지게 핀 벚꽃 덕분에 봄기운을 가득 느꼈다”고 말했다.

“이번 테마가 모두의 정원이에요. 신체적인 조건과 관계없이 모두 같이 봄꽃 축제를 즐길 수 있도록 했습니다.”
봄꽃 동행 무장애 투어 시작에 앞서 최호권 영등포 구청장이 말했다. 작년에 이어 올해도 ‘봄꽃 동행 무장애 투어’ 프로그램이 열렸다. 서울시 유일 무장애 봄꽃 체험 프로그램으로, 올해는 시각장애인 58명, 동행인 49명, 영상 해설사 10명 등 총 117명이 참여했다. 이날 시각장애인들은 현장 영상 해설자들의 설명을 들으며 여의도 벚꽃길 1.7㎞를 걸었다.


“등나무 꽃이 아름드리 있어요. 60㎝ 정도 길이고요. 핑크빛과 보라색 색감을 이루고 있습니다. 바람에 흩날려 살랑살랑 흔들립니다.” 참가자들은 해설자의 섬세한 설명을 통해 머릿속으로 여의도의 봄 풍경을 그렸다.

프로그램에 참여한 보호자 김미숙 씨는 “작년 후기가 좋아서 참여했다. 가족들하고 다니면 아무래도 비장애인한테 맞춰져 있으니 따라다니기에 바쁘다. 이런 체험은 심적으로 훨씬 편하다”고 말했다. 시각장애인 신원희 씨는 “우리는 복지관에서 수업할 때나 만나지 밖에서 같이 놀 기회가 많이 없다. 오랜만에 같이 나들이하고 너무 좋다”고 말했다.

‘봄꽃 동행 무장애 투어’ 프로그램 마지막엔 영등포구의 핵심 액티비티를 즐긴다. 최호권 영등포 구청장은 “작년에는 한강 유람선을 탔고 올해는 서울달을 준비했다. 내년에는 여의도 수상택시를 탈 수 있게 준비해 보겠다”고 말했다. 프로그램 첫날엔 강풍으로 인해 서울달 탑승을 못 해 아쉬움을 자아냈다. 영등포구는 시각장애인 전용 쉼터를 통해 개별로 서울달 탑승 기회를 제공할 예정이라 밝혔다.
문서연 여행+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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