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작품은 악명 높은 마피아 알 카포네가 장악했던 시카고의 어두운 세계를 조명한다. 각각 다른 시기에 벌어진 살인사건을 중심으로 세 편의 옴니버스 형식(trilogy)으로 구성되었으며, 각각 75분간 진행된다. 단 100석의 객석은 무대 구성의 하나로, 관객으로 하여금 마치 각 작품의 목격자가 된 듯한 느낌을 선사한다.
초연을 흥행으로 이끌었던 김태형 연출과 지이선 작가가 의기투합하고 여기에, 이석준, 정성일, 김주헌, 김도빈, 최호승, 최정우, 임강희, 정우연, 김주연 등 실력파 배우들이 위험하면서도 감각적인 연기를 펼친다.
작품은 1923년부터 1943년까지 약 10년을 주기로 벌어진 세 개의 살인사건이 발생한 미국 시카고 렉싱턴 호텔 661호를 배경으로 하고 있다. 악명 높은 마피아 알 카포네가 시카고를 장악했던 시대를 ‘로키Loki’, ‘루시퍼’Lucifer‘, ‘빈디치Vindici’ 세 편의 시리즈로 구성해 펼쳐진다.

‘파멸의 광대’로 이름 붙여진 ‘로키’는 알 카포네의 활동기인 1923년이 배경이다. 마피아 횡포가 극성이었던 시카고의 유명 클럽 쇼걸 롤라 킨의 잃어버린 사건 기억을 찾아 나선다. 거짓으로 가득한 롤라 킨의 결혼식 전날. 661호 방에선 그녀를 둘러싼 10인의 거짓말과 죽음들이 교차한다.
‘타락천사’인 ‘루시퍼’는 카포네가 알카트라즈 감옥에 수감된 1934년을 배경이다. 조직 내 2인자인 닉 니티는 세상에서 가장 안전한 661호에 머물고 있지만 어두운 감옥 알카트라즈로부터 형체가 없는 죽음의 그림자가 죄어온다. 결국 “난 카포네가 아니야. 그렇게 되지 않을 거야”라고 말한 니티 역시 어둠으로 추락하고 만다.
시리즈의 마지막 편인 ‘복수의 화신’ ‘빈디치’는 카포네가 은퇴한 후인 1943년이 배경이다. 젊은 경찰 빈디치는 661호에 머물며 피비린내 나는 복수극을 그리고, 그가 죽이려는 자의 딸이자 수수께끼 같은 인물 루시가 그를 돕는다. 빈디치가 수사한 20년 전 롤라 킨 사건과 9년 전 닉 니티 사건이 혼란스레 뒤엉키며, 가장 나쁜 범죄와 가장 잔혹한 비극이 시작된다.

각 세 작품이 모두 독립된 이야기로 구성되어 단 한 편만 관람해도, 또 관람 순서 역시 무방하다. 다만 세 편 모두 관람하기를 권하는 이유가 있다. 정작 작품에 등장하지 않는 ‘알 카포네’가 장악했던 폭력의 도시 시카고를 다양한 방식으로 장악했던 카포네가 각 작품별로 처한 상황, 그리고 그 상황 속에 각 작품이 가지는 서사의 연결성을 발견할 수 있기 때문이다.
장소: 홍익대 대학로 아트센터
기간: ~2025년 6월 1일
시간: 평일 5시, 7시 30분, 9시 / 토, 일 3시, 5시, 7시 30분
출연: 올드맨 – 이석준, 정성일, 김주헌 / 영맨 – 김도빈, 최호승, 최정우 / 레디 – 임강희, 정우연, 김주연
[글 김은정(칼럼니스트) 사진 ㈜아이엠컬처]
[본 기사는 매일경제 Citylife 제975호(25.04.15)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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